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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평점 :
☞ 제목에 '글쓰기'라고 떡하니 써 있으니 대부분은 '글 잘 쓰는 법'을 알려줄 거라 기대하고 이 책을 읽을 것이다. 저자 이름이 하필 또 '서민'이라서 제목만 보면 중의적인 느낌이 있지만 제목은 내용에 적확하다. 이 책은 '서민'이라는 사람이 살면서 경험하고 느낀 글쓰기에 대한 책이니까.
저자는 기생충 전문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의 책을 기생충 관련 책만 (그가 읽지 말라 말하는 초창기 책들도) 빼고 다 읽었다. 심지어는 그가 나오는 팟캐스트도 찾아 들었다. 그렇기에 여기서 말하는 그의 인생사와 심지어는 예시(미이라에서 발견된 기생충 논문)조차도 나에겐 새로운 얘기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재밌었다. 아는 얘기여도 그가 다시 재미나게 얘기해주니 그냥 따라가며 재미나게 들었다.
그의 강점은 간단하다. 쉽고 솔직하고 웃기다. 내세울 것 많지만 내세울 것 없는 것만 얘기하는 자학성 개그라든가(본인은 사실을 얘기할 뿐이라고 하지만), 노골적인 실패 경험담(합리화도 없다), 더불어 다른이의 멋짐도 확실하게 인정하고 아닌 것 또한 아니라고 조목조목 짚어준다.
전반부는 '나는 어떻게 글을 잘못 써왔나'의 역사고 후반부는 '이제 좀 잘 쓰게 된' 역사다. '어떻게 그렇게 글을 잘 쓰시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헌정하는 책인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처음엔 얼마나 못 썼는지, 그래도 계속 쓰고, 읽고, 쓰려 했고 그럼에도 편차가 심해 좋은글과 안좋은글이 들쑥날쑥했고, 거기서 나는 무슨 잘못을 했고, 어떤건 잘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글 잘쓴다는' 서민이 되었는지를 얘기한다. 말이야 간단하지만 이 기간이 10여년이다. 거기다 그 기간에 책도내고 칼럼도 쓰고 실전 경험도 많이 쌓아야 겨우 지금이 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과 경험적 노하우가 책에 고스란히 실려있다(궁금하면 직접 읽어보시라).
책을 읽으면서 나도 쓰고 싶어 좀이 쑤셨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내가 제일 고민하는 것은 내 얘길 어디까지 해야할까 하는 것이다. 너무 드러내자니 내가 부끄럽고 내 얘길 빼고 하자니 (쓰는 나도) 재미가 없고. 그런데 이런 솔직한 책을 접하면 나를 드러내는 것보다 드러내지 않으려고 포장하는 게 더 부끄럽지 않나 생각해보게 된다. 어차피 부끄러울 거라면 전자로 부끄러운게 낫지.
+) 후반부 칼럼 예시들이 참 좋았다. 글 잘 쓰는 사람 진짜 많다.
++) [윤창중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가 주요 예시로 나와서 반가웠다.
나도 이 칼럼으로 칼럼니스트 서민에 입문했는데. 그 때 밤새 칼럼 역주행했던 기억이 난다.
(궁금하면 꼭 찾아보시길. 이게 서민식 칼럼의 핵심이다. 돌려까기)
+++) 교수님 출처표기 칼 같아서 속이 후련했다. 논문 쓰던 실력으로 책을 내서 그런가.
심지어는 기사 댓글, 블로그 주소까지 주석으로 주소 다 달아놨다.
다만, 엔하위키 자주 보신다며 추천까지 했는데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엔하워키라고 쓴건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은 엔하위키도 망했어요. 나무위키로 갈아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