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은 지평선 부근에서 조금씩 사그라지는 빛을 보며 그 사실을 깨달았다. 누가 뭐라 해도 호시절이었다. 당시에는 모두가 공장에 있었다. 라히루는 손끝을 다치지도, 혼합실 안에서 누구도 듣지 못할 소리를 지르지도, 쫓겨나듯 한국을 떠나지도 않았다. 그때 그들은 모두 미래의 여러 갈래를 양손 가득 쥐고 있었다. - P189
샤워를 하다 문득, 이별이 인간을 힘들게 하는 진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누군가가 사라졌다는 고통보다도, 잠시나마 느껴본 삶의 느낌... 생활이 아닌 그 느낌... 비로소 살아 있다는 그 느낌과 헤어진 사실이 실은 괴로운 게 아닐까... 생각이 든 것이었다. - P316
요한의 말처럼 인간은 이상한 것이었고, 그녀의 말처럼 우리는 각자 자신의 어둠을 안고 사는 존재들이었다. 인간은 이상한 것이다. 인생은 이상한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더없이 이상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 P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