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을 파괴하고, 중력을 고무줄처럼 늘려가며 밤도 낮도 없는 시간을 건너뛰어 불사에 가까운 존재가 됐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얻은 것은 우주적 허무에 불과하다. 타인이라는 빛이 없어 웃자라기만 한 가냘픈 식물 줄기처럼 나 자신이 한없이 취약하게 여겨졌다.
체리의 빨강, 레몬의 노랑, 주홍은 오렌지와 당근으로 만들었고 초록은 막 돋아난 모든 나뭇잎에서 가져왔지. 파랑은 바다의 색깔인데 더 깊은 바다는 햇빛이 닿지 않아 남색으로 짙어져. 그리고 마침내 보라, 어두워지기 전에 노을 가장자리에서 생겨나는 보라색이지. 바다에는 이 모든 색깔이 펼쳐져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