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눈앞에 들이밀어진 온갖 리얼한 의미를 가진 숫자들과 이미 결정된 듯 토해지는 미래의 어두운 예상에, 없었던 편이 나았을 마음을 힘없이 떨군 적이 있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요. 지금의 자신에 만족해요. 어떻게든 될 거고, 이렇게 사는 기분도 나쁘지 않아요. 인생이란 안 그래도 애매모호한 일이 많고 명확하지 않은 것들로 가득하니까.
책 세상에 뛰어드는 순간 자기 자신을 비롯한 나머지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책 속에서 그녀는 누구라도 될 수 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아무도 아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