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훈은 은연중에 말하고 있는 겁니다. 인물을 보지 마, 여기서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하고요. 배명훈의 소설에서 인물들은, 강단 있는 무용수도 신중한 스파이도 작품 전체를 지배하지 않습니다. 작품을 지배하는 것은 그 인물들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권력입니다. 집단 사이에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힘입니다. 그 힘은 도시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전쟁의 형태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잘 인식할 수 없었던 그 투명한 질서, 질서의 이면, 질서의 붕괴와 재정립을 배명훈은 정교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 정세랑 작가의 해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