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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코마에 두부 - 생뚱맞고 시건방진 차별화 전략
이토 신고 지음, 김치영.김세원 옮김 / 가디언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어릴적 엄마 심부름으로 두부를 사온 적이 있습니다.
배가 고팠던 걸까요? 손두부로 만든 두부가 너무 먹음직스러워서 귀퉁이를 살짝 떼어먹다가 결국 엄마에게 전해드린 건 네모난 두부의 귀퉁이가 파헤쳐져 있는 두부였습니다. 엄마도 어처구니 없다 하시면서 웃으셨지만, 귀퉁이가 잘린 두부는 그날 저녁 맛있는 두부 부침으로 변신하여 상 위에 올라왔습니다.
두부의 이미지란 말랑말랑하고 포근하고, 부드럽고, 단단하다고 해도 연약한 이미지 입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의 두부가 그러한데요, 그래서인지 CF에 등장하는 모델들도 이제 막 결혼한 미시 주부인 연예인들, 주로 여자들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그런 두부가 아침 식사 대용으로 올라온 현상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두부란 부침과 찌개용 두부가 전부일까요?
" 진짜 남자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는다. "
오토코마에 두부 는 좀 독특한 카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랑말랑한 두부와 부드러운 두부의 이미지를 대신하는 여자의 이미지를 내세운 것이 아닌, 전혀 관계없는 거친 남자의, 방랑하며 자유롭게 떠도는 남자의 이미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과연 두부가? 어떻게 이런 이미지를?
생각해보면 최근 옴므파탈의 이미지를 내뿜는 남자들이 주부들의 가전 제품의 CF 시장의 모델로 나서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S사의 이승기와 차승원, L사의 장동건, 조인성과 C 밥솥 회사의 원빈.
주부들과 여자 모델을 선호했던 가전 제품의 회사의 광고주들은 주부들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가전제품에 남자 모델들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캐치했을테고, 그 효과는 곧바로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남자들이 요리의 세계에 뛰어들어 홍보하고 있죠.
남자들이 김치를 절구고 김치 양념을 만들어 판매하는 '남자김치'나 압구정의 한 야채가게는 총각들이 운영해서 입소문이 나고 있고, 엄마들을 쉬게 하자는 카피로 남자들이 요리하는 모습이 흔해지고 있습니다.
새삼 고정관렴이란게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부가 남자다우면 어떤가?
여자들이 자동차를 수리하면 또 어떠한가?
의식적으로 이것은 이렇게 해야되고, 저것은 꼭 저렇게 해야 된다는 사실은 우리를 우물안의 개구리로 만들어 버린 다는 것을 한동안 잊고 지낸 셈이지요. 나름 카피를 생각해야 되고, 좀 더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 고민해야 되는 저로서는 이 책 읽으면서 참으로 무난하게 읽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두부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무심하게 읽기엔 참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인류는 아마도 끝없이 마케팅과의 전쟁을 펼쳐야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잘 만드는 것도 마케팅이 될 것 이고, 잘 만들면서 주인이 친철하다. 맛이 좋다. 가격이 싸다-
하다못해 원산지 표기, 사용하는 조미료, 몇 십년 경력, 모든 것이 마케팅의 바탕과 재료가 되니까요.
물론 '오토코마에 두부' 창시자의 두부에 대한 열정과 노력, 맛있는 두부를 향한 끝없는 그의 의문과 실험정신 또한 그의 두부가 일본에서 최고 인기있고 인지도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던 바탕이 되었겠지만, 두부와 함께 재미를 찾고 두부의 고정관념을 깨고 여러 도전을 시도할 수 있던 것도 하나의 마케팅이 아니였을까요?
- 물론 본인은 재미있다고만 생각하고 전혀 인지하지 않은 듯 하지만.
이런 책을 읽다보면 어쩔수 없는가 봅니다.
괜시레 두부가 먹고싶어 지는 저녁-
우리에게도 지금보다 더 다양한 두부를 먹을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