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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 오래된 책마을, 동화마을, 서점, 도서관을 찾아서
백창화.김병록 지음 / 이야기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기억속을 아무리 더듬어봐도 책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냥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부터 책이 즐거웠고, 읽는게 좋았으며, 책 선물을 받는 것이 제일 좋았습니다.
서평이 습관화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8~9년 즈음일까요? 대학교를 들어와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일 년에 책을 몇 권이나 읽었나 정리하기 시작했으니 제 주변의 다독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 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전 책을 좋아라합니다.
하물며 타지에서 그 마음이 쉽사리 변화할까요?
단 조금의 용기가 부족하여 서점 여행을 떠나지 못하며, 읽지 못하는 단어와 문장이라고 생각하며 단념하기를 일쑤였던 나날들. 친구와 일상의 즐거움을 찾아 떠난 일본 여행에서 처음 만난 일본의 서점은 신기함 그 자체였습니다. 당시 일본 소설에 지금보다 더 빠져있던 시기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해할 수 없는 서점들 속에서도 책이 마냥 좋았답니다.
이 책은 오랜만에 만나는 참으로 욕심나는 책 입니다.
연말 분위기에 들뜨고 일상에 치이면 마음에 맞는 책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는데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책이면서도, 내가 마냥 붙잡고 싶은 책이기도 한 책이 거든요.
제가 욕심난다고 하는 책 만큼 그 느낌이 모두 다 같을 수는 없겠지만, 정말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책 입니다.
책 속의 세상을 만나고 책 속에서 또 다른 책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짜릿하고 흥분되던가요?
북러버, 북헌터, 그 외에도 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라면 그 느낌이 어떤지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이런 서점 여행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전 세계에 분포된 미술관과 전시장도 좋아하지만 전 세계에 뻗어있는 세계의 책들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기 마련이니까요. 또 미술관과 전시장은 가이드라인이 어느정도 잡혀 있는데에 반해서 서점 여행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순수하게 골목길 탐험으로만, 미지의 세계에 호기심과 불안함을 억누르고서 찾을 수 있는 공간.
터키를 여행했을 당시 블루모스크 방문시에도 구석 한 켠에서 만난 책 벼룩시장이 얼마나 반갑던지요. 물론 저는 라압어는 도저히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그들의 책이 어떤지, 표지가 어떠한지, 무슨 내용인지 - 블루 모스크의 그 푸른 빛의 타일의 색상보다 - 더 궁금해 했었답니다.
그렇다고 여타의 여행기처럼 이 책이 단순이 서점의 위치와 가게의 인테리어와 분위기만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프롤로그에도 친절하게 여행기가 아니라고 설명해주는 책.
이 책은 단순히 아날로그 방식인 유럽의 서점들을 소개하는 것 뿐만이 아닌, 그 안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우리 나라의 잘되어 있는 시스템은 어떤 것인지? 그들의 독서 문화가 어떤 것인지? 우리가 한번 쯤은 생각해 보아야할 서점이라는 공간과 책 읽기 문화가 어떤 것인지 생각 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지은이는 끝없이 우리의 발전된 독서 문화 속에서도 온 국민이 책을 등한시하고, 출판사는 소비자를 돈으로만 본다며 걱정하는 문구에는 나름 찬성하는 바이지만, 어딘가 숨어있을 저 같이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덕분에 저는 그리 큰 걱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이것도 외국인들에겐 신기해보이는 우리의 책 문화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전자책 시장이 나날이 커지고, 디지털화 되어 스마트 폰으로 해결하는 세상이 온다고 해도, 그 안에서의 배움을 갈구하고 책을 갈구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을 겁니다. 세상 한 구석 아날로그의 향수를 지켜나갈 사람들도 반드시 있을테고요.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작가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지는 책을 아주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내게 있어 책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 그들의 유럽 여행에 동참하면서 다시금 느낄 수 있던 소중한 시간 맛보게 해주었기에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욕심나는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