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테리 연구 프로이트 전집 3
프로이트, 김미리혜 / 열린책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제프 브로이어, 지그문트 프로이트,『히스테리 연구』,김미리혜 옮김, 열린책들, 2004년”를 제임스 스트레이치의 영어 번역본과 대조하여, 문맥이 안 맞는 부분들만 확인하여 아래와 같이 수정합니다. 몇 개 오역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교정상의 문제인 듯 합니다. (한글판 『히스테리 연구』는 번역이 좋은 편입니다. 옮긴이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다음 쇄에는 교정되길 희망합니다.

======

17p 16번째 줄 : 매우 흥미로운 증상 --> 매우 두드러진 현상(a highly remarkable phenomenon) /6p

 

17p 밑에서 9번째 줄 : 감정 --> 정동(affect) /6p : 통상 국내에서는 affect를 (어색하지만) 정동 (情動)으로 번역한다.(대개 emotion, sentiment, felling을 감정, 정서로 번역한다) 이후 독서에서『히스테리 연구』의 감정, 정서는 정동으로 고쳐 읽는 게 좋겠다.

 

19p 7~8번째 줄 : 히스테리 환자의 대부분은 무의식적인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다. --> 이 문장은 영어로는 Hysterics suffer mainly from reminiscences 이다. /7p : reminiscence는 ‘무의식적 기억’보다는 ‘회상’(回想, ‘돌아온 기억’) 정도의 번역이 좋을 듯한데, 옮긴이가 memory를 기억뿐만 아니라 회상으로도 번역하기도 해서 고친 번역과도 중복되는 셈이라 좀 난감하군요.

 

24p 12번째 줄 : 유최면 --> 유최면(類催眠) : 즉 최면상태와 유사한 상태를 말하는 듯.

 

26p 2번째 줄 : 유최면 상태에서는 우리가 꿈속에서 그러하듯이 미쳐서 비상식적으로 되는 것이다 --> 우리가 꿈속에서 그러하듯이 유최면 상태에서 그들은 미쳐서 비상식적으로 되는 것이다.(in their hypnoid states they are insane, as we all are in dreams.) /13p

 

50p 밑에서 3번째 줄 : 1882년이나 1881년으로 -->1882년에서 1881년으로(from the year 1882 to the year 1881) /33p

 

83p 14~15번째 줄 : 이 암시를 주지 않아서이다 --> 이 암시를 주는 것을 빠뜨려서이다(having omitted to give her this suggestion...) /59p

 

100p 3번째 줄 : 그녀 마음과 혼란 -->그녀 마음의 혼란(the confusion of her mind)/ 73p

 

100p 8번째 줄 : 쥐를 보는 사람들은 술 취한 사람들 눈에나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 쥐는 술 취한 사람들 눈에나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it was only drunkards who saw them) /73p

 

104p 각주 : ‘내용 주제’는 subject-matter를 번역한 것. 참고로 하세요. /76p

 

156p 3번째 줄 : 앞에서 감정을 정동으로 고쳐 읽으라 했지만, 이 부분에서는 번역된 그대로 ‘감정(feeling)’이 맞음. /117p

 

158p 밑에서 6번째 줄 : 그 집의 두 주인 --> 두 사람의 고용인 남자들(the two gentlemen) /119p : 문맥상 ‘두 주인’은 맞지 않으며, 이전 페이지에도 the two gentlemen을 두 사람의 고용인 남자들로, employer를 주인으로 번역하고 있다.

 

250p 밑에서 7번째 줄 : 히스테리 증상이 --> 히스테리 증상의(~of hysterical symptoms) /186p

 

256p 8번째 줄 : 병변 --> 병리(학)적인 변화(pathological change) /191p

 

263p 12번째 줄 : 정상적인 흥분 --> 정상적인 대뇌 흥분(normal intracerebral excitation) /197p

 

271p 15번째 줄, 317p 1번째 줄 : 식물계 기관(혹은 식물적 기관) --> 생장 기관(the vegetative organs) /204p

 

308p 밑에서 5번째 줄, 309p 1번째 줄 : 복제 --> 이중(성)(duplication)

 

328p 밑에서 5~4번째 줄 : 이중 가장 좋은 것은 오직 그림자이다 --> 비극들 중 아무리 좋은 것도 단지 [인생의] 그림자에 불과하다(The best in this kind are but shadows) /250p

 

337p 밑에서 7, 6번째 줄 : 변질 -->퇴폐(혹은 퇴화)(degeneracy) /259p

 

380p 13~14번째 줄 : 이렇게 관련성이 완화되는 것은 신경증 환자에게는 무리이다. --> 그렇게 관련성이 느슨해지는 것은 신경증의 소관 밖이다.(It is not within the power of a neurosis to relax these relations.)

 

* 그 외에도, (오역이라기보다) 교정 부실로 인한 오탈자들이 30, 53, 95, 100, 124, 139, 147, 271, 288, 291, 297, 351, 353, 366, 371, 392p에 있음. 2004년 이후 개정되지 않았다면, 교정을 좀 더 꼼꼼히 봐야 할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의 조건 한길그레이트북스 11
한나 아렌트 지음 / 한길사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한길사에 아래 번역 수정한 것을 보냈는데, 감사하게도 다음 쇄에 오류 수정하겠다는 답장을 받았다.

 

========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이진우, 태정호 옮김 | 한길사 | 1996년” 읽다가 문맥에 맞지 않은 문장들을 “The Human Condition” (2nd, Paperback), Hannah Arendt | University of Chicago Press | 1998년 와 대조해서 읽은 것. 다음 쇄에는 수정되었으면 좋겠군요. 쉽지 않은 번역작업을 한 옮긴이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

 

56쪽, 4~5번째 줄 : 작업의 인간조건은 ~ 인간실존의 의존성이다. --> 작업의 인간조건은 세계성이다.(The human condition of work is worldliness.)/7p ; 원문에는 없는 문장이 번역되어 있군요.

 

 

56쪽[원주 1] 마지막 줄 : 아우구스티누스에게 ~ 전혀 다른 것이다. -->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창조의 이야기는 인간 실존의 단독성[특이성]과는 구별되는 동물적 삶의 종차적 특성을 강조하는 데 유용한 기회를 제공한다.(To Augustine, the creation story offers a welcome opportunity to stress the species character of animal life as distinguished from singularity of human existence.)/8p

 

 

70쪽 밑에서 4번째 줄 : 오랫동안 --> 영구히(for any length of time)/20p

 

(이건 오역은 아니고,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 원어를 알아두는 게 좋을 듯)

 

81쪽 3번째 줄 : 가족집합체 --> 가족집합체(the collective of families)/29p

81쪽 원주 14 : 가족들의 결합체 --> 가족들의 결합체(the conglomeration of families)/29p

; collective가 동일한 집단이라는 뉘앙스인 반면 conglomeration은 상이한 것들의 집합이라는 의미.

 

 

96쪽 9번째 줄 : 행태주의 --> 행동주의(behaviorism)/43p ; 같은 페이지 6번째 줄에서 같은 단어를 ‘행동주의’라고 번역했으니, 별다른 이유가 없으면 통일시켜줘야.

 

 

109쪽 원주 49 : 묘비명의 더 없는 영광, --> 묘비명의 더 없는 영광 ; /55p (쉼표가 아니라 세미콜론임)

 

 

125쪽 9번째 줄 : 유일한 장소 --> 유일하게 믿을만한 장소(only reliable ~ )/71p

 

 

167쪽 2번째 줄 : 그 생산성도 포함하여 --> 그 다산성(fertility)도 포함하여/111p ; 생산성은 작업과 연관되는 만큼, 생명과정이 표출되는 신체기능과는 (이미 다른 문장에서도 그렇게 번역했듯이,) ‘다산성’이라는 번역이 더 어울릴 듯.

 

 

218쪽 밑에서 5~4번째 줄 : 반대로 고대도 공론 영역의 ~ 익히 알고 있었다. --> 반면 고대는 공론 영역의 내용을 확립하고 결정하는 공화국도 아니고 폴리스 시민도 아닌 인간 공동체의 유형들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Conversely, antiquity knew full well types of human communities in which not the citizen of the polis and not the res publica as such established and determined the content of the public realm)/159p

 

 

223쪽 ~225쪽에 worth와 value가 둘 다 ‘가치’로 번역되어 있는데, 번역어를 달리해서 구별하지 않으려면, 다소 지저분하더라도 원어를 병기해주는 게 좋을 듯. 물론 어떤 부분은 문맥을 보면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만. (아렌트도 받아들인, 로크의 구별에 따르면, worth는 어떤 사물에 자연적으로 내재하는 가치이고, value는 한 사물의 소유와 다른 사물의 소유 사이의 비율의 관념, 즉 주로 어떤 대상에 매겨진 값을 말한다.)/164~166p

 

 

223쪽 맨 마지막 줄 : 사물의 내재적 가치 --> 사물의 내재적 가치(worth)

 

 

224쪽 1번째 줄 : 탁자의 가치--> 탁자의 가치(worth)

 

 

224쪽 1번째 줄 : 시장가치 --> 시장가치(market value)

 

 

224쪽 밑에서 3번째 줄 : 객관적 가치와 내재적 가치 --> 객관적이고 내재적인 가치(objective and intrinsic worth)

 

 

224쪽 밑에서 2번째 줄 : 주관적 가치와 사회적으로 결정된 가치 --> 주관적이며 사회적으로 결정된 가치(subjective and socially determined value)

 

 

225쪽 밑에서 6번째 줄 : ‘객관적’ 가치--> ‘객관적’ 가치(‘objective’ value)

 

 

225쪽 밑에서 5번째 줄 : 가치 개념 --> 가치(value) 개념

 

 

312쪽 3번째 줄 : 자연과학의 언어에서 ‘규칙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무한할 정도로 비개연적인 것’이다. --> 자연과학의 언어에서, “기적은 정기적으로 발생하는 무한한 비개연성이다.”(In the language of natural science, it is the “infinite improbability which occurs regularly.”)/246p

 

 

313p 5~9번째 줄 : 우리가 알고 있듯이~ 부단한 연속성에서 일어나고 있다 --> 이 부분의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se cannot be called modern events as we know them since the French Revolution, and although they cannot be explained by any chain of causality, because no event can, they are still happening in an unbroken continuity, in which precedents exist and predecessors can be named.) /248p * 문장을 고치기가 쉽지 않군요.

 

 

314p 밑에서 5번째 줄 : 위협함으로써 --> 직접적으로 위협함으로써(its immediate threat ) /249p

 

 

315p 7번째 줄 : 그러나 이것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 그러나 이것들은 단지 어림짐작일 뿐이다.(But these are mere speculations.) /250p

 

 

315p 10번째 줄 : 도달할 수 없으며 매력적으로 여겨졌던 --> 매력적이면서도 두렵게 여겨졌던(which were temptingly and forbiddingly) /250p

 

 

315p 밑에서 3번째 줄 : 그들을 유혹한 것은 먼 거리였다. --> 삭제 (원문에서는 없는 문장)

 

 

316p 18번째 줄 : 세계 또는 지구와 --> 세계 또는 지구라는 환경과(his surroundings, world or earth) /251p

 

 

317p 6번째 줄 : 농민의 --> 소작농의(peasantry) /251p

 

 

318p 4번째 줄 : 국민의 사유재산 수용 --> 국민의 사유재산 수용(收用)[혹은 인민의 재산 몰수](the expropriation of people) /252p * 수용(收用) :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정물의 소유권 또는 기타의 권리를 강제적으로 징수하여 국가나 제삼자의 소유로 옮기는 처분.

 

 

318p 6번째 줄 : 단순한 복구보다 --> 단순한 복구가 아니라(not of mere recovery) / 252p

 

 

318p 9번째 줄 : 소비사회 --> 낭비 경제(waste economy) /252p

 

 

319p 10번째 줄 : 반개혁 --> 반종교 개혁(Counter Reformation) /253p * 반종교 개혁 : 16-17세기의 가톨릭교회 내부의 자기 개혁 운동.

 

 

320p 1번째 줄 : 적나라한 생존경쟁 --> 적나라한 생존 위기(their naked exposure to the exigencies of life) /255p

 

 

320p 2번째 줄 : [참고] ‘탈소유화’는 앞서 ‘사유재산 수용(收用)’으로 번역했던 Expropriation을 옮긴이가 달리 번역한 것임.

 

 

320p 밑에서 3번째 줄 : 노동과 출산의 힘 --> 노동력에 버금가는 출산력(of procreation no less than of laboring) /255p

 

 

321p 2번째 줄 : [참고] 전유(專有)(appropriation) /255p * 전유(專有) : 오로지 혼자만 소유함.

 

 

322p 1~2번째 줄 : 민족국가는 19세기에~ 대신하였다. -->20세기에 쇠퇴할 때까지, 무산계급이 박탈당했던 사적 소유의 가정(家庭)에 대한 대체물을 모든 계급에게 제공한 것이 민족국가이다.(the nation-state, which until its decline in the twentieth century offered all classes a substitute for the privately owned home of which the class of the poor had been deprived.) /256p

 

 

324p 밑에서 2번째 줄 : 그것을 통제되지 않는 -->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는(이렇게 고치는 게 문장이 자연스러움.)

 

 

325p 11번째 줄 : 신체적 감관을 가진 지구구속적 창조물 --> 신체적 감관과 지구구속적 창조물(an earth-bound creature and its body-bound senses) /260p

 

 

326p 밑에서 4번째 줄 : 문자 역사의 전세기 --> 문자 역사의 모든 세기(all the centuries of recorded history)/ 261p * ‘전(全)세기’라고 한자를 병기하거나 혹은 모든 세기라고 번역하는 게 헤갈리지 않고 의미가 명확해짐.

 

 

333p 4번째 줄 : 이렇게 멀리 떨어진 조건에서도 --> 이렇게 멀리 떨어진 조건에서(야)

 

 

333p 밑에서 9번째 줄 : 우연적인 지식 --> 마구잡이로 얻은 지식(the knowledge of the haphazard origin) /267p

 

 

335p 밑에서 5번째 줄 : 물질과 에너지는 구별될 수 있으며 --> 물질과 에너지는 결정적으로 구별될 수 없으며(there cannot be a decisive distinction between matter and energy,) /269~270p

 

 

343p 5번째 줄 : 환상 --> 착각(혹은 기만)(delusion) /276p * 옮긴이는 illusion을 환상으로 번역하고 있고, delusion을 다른 곳에서는 기만으로 번역하고 있음.

 

 

348p 밑에서 4번째 줄 : 기상신 --> 기계장치의 신(deus ex machina) /282p

* 기계 장치의 신(god from a machine).

1. (그리스 연극에서) 기계 장치로 갑자기 나타나서 극의 복잡한 내용을 해결하는 신.

2. (일반적으로) 극·소설 등에서 줄거리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부자연스럽고 억지스런 결말.

 

 

357p 밑에서 7번째 줄, 358p 4번째 줄 : 행위 --> 활동(doing) /290p * 행위(action)는 아렌트의 고유한 개념이기 때문에 doing을 행위로 번역하면 의미 전달이 잘못 될 수 있다. 이외에도 doing를 행위로 번역한 곳이 다소 있지만, 일일이 지적하기 어려워 따로 언급하지 못한다.

 

 

357p 밑에서 1번째 줄 : 확신해야만 하고 --> 확실성을 만들어야만 하고(make sure) /290p

* 다소 고친 번역이 어색하지만, 본문에도 이탤리체로 표기되어 있듯이, 'make'라는 의미를 살려주는 번역이어야 함.

 

369p 밑에서 2번째 줄 : 먼저 사라지고 --> 선행하며(precede) /300p

 

 

368p 2번째 줄 : 사물의 모델과 형상 그리고 사물을 존재하게 하는 과정은 --> 사물을 존재하게 하는 모델과 형상, 즉 관념(혹은 이념)이 아니라 과정이

(이 구절이 포함된 문장의 원문 : Processes, therefore, and not ideas, the models and shapes of the things to be, become the guide for the making and fabricating activities of homo faber in the modern age.) /300p * 고친 번역이 맞는 듯 한데.....

 

 

368p 15번째 줄 : [참고]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의 원문은 "infinite improbability"이니 참고로 해서 이해하면 좋을 듯. /300p

 

 

370p 6~7번째 줄 : ~ 결과이며 또 소크라테스가 ~ 내게는 여겨진다. --> ~ 결과인데, 아마도 소크라테스가 그의 제자들에게 보여준 것 중 가장 빼어난 모습은 다음과 같은 것일 테다.(perhaps the most striking one, that Socrates offered his disciples:) /302p

 

 

375p 밑에서 10 ~9번째 줄 : 불연속의 과정인 행위 --> 과정의 해방을 부분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행위(action, which partly consists in the unchaining of processes,) /307p * 고친 번역도 맘에 들지는 않군요.

 

 

378p 9~10번째 줄 : 고통에 빠져들게 하고 이 고통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 괴로움을 안겨주는 이 고통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to escape the pains it may inflict) /310p

 

 

386p 3~4번째 줄 : 근대가 노동을 찬양했다는 편견을 갖지 않고 --> 원문은 without modern prolabor prejudices인데 prolabor가 뭔 뜻인지 모른겠군요. 오타인가? / 317p

 

 

393p 밑에서 11번째 줄 : 인간관계의 망상에는 --> 인간관계의 망에는(the web of human relationships) /324p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10-02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드라 2012-10-02 19:07   좋아요 0 | URL
그 문장의 경우, 세미콜론을 쉼표로 대체했을 때, 뜻이 좀 왜곡되는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아무튼, 귀띔해 주신 것은 앞으로 꼭 기억했다가 참고로 하겠습니다...^ ^ (<인간의 조건>은 어마어마한 통찰력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사상가들 중에서도 아렌트 만큼 똑똑한 사람은 처음 봅니다....^ ^)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지음, 박홍규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번역본에 약간의 오역과 어색한 문장들이 있어, Oxford Univ Pr에서 출판된 『On Liberty and Other Essays』와 대조하고, 서병훈과 김형철의 번역을 참조하여(둘의 번역을 때론 그대로 옮겨놓았음), 고쳐보았다. 영어원문은 긴 문장의 경우 따로 적지 않았지만, 참고할 분들을 위해 영어본 쪽수를 병기한다. 

================

33p : 민선의 책임국가 --> 선거로 선출된 책임있는[인민이 책임을 묻을 수 있는] 국가[정부](elective and responsible government)

38p : 동정과 반감 --> 공감과 반감(sympathies and antipathies)

40p : 또 다른 소수는 자비를 조금 더 확대하기도 하지만, 신과 내세를 믿는 점에만 한정한다.    --> 자선을 베풀다가도 신이나 내세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등을 돌려버리는 신자들도 있다.(서병훈) / 영어본 12p

71p : “이러한 것들은.......교의다”라고. 또는 “신을 믿는다는 것은 여러분이 주장하는 무오류를 가정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서 그것을 확실하게 느끼게 하는 의견 가운데 하나인가?”라고.          --> “이러한 것들은.......교의인가?”라고. 또는 “신에 대한 믿음은 여러분이 주장하는 대로 무오류성을 가정하는 것이 확신되는 의견들 중 하나인가?”라고.(김형철) / 영어본 28p

72p : 유사한 행동이 취해질 때 ---> 유사한 [탄압적] 행동이 취해질 때 / 영어본 29p

73p : 법원은 이러한 혐의를 공정하게 심문하여 그가 유죄라고 선고했다. 이에 대해서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 법원은 이에 대해 믿음만한 근거가 모두 갖춰졌기에 거침없이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 영어본 29p

74p : 오늘날 인류가 이 서글픈 사건들, 특히 두 가지 가운데 후자에 대해 갖는 느낌은, 그 불행한 배우들에 대한 그들의 판단을 지극히 부당하게 바꾼다. --> 오늘날 인류가 이 서글픈 사건들, 특히 두 가지 가운데 후자에 대해 갖는 느낌으로 인해, [박해자라는 악역을 맡았던] 그 불행한 배우들에 대한 그들의 판단을 지극히 부당하게 바꾼다. / 영어본 30p

77p : 무신앙의 의견을 억압하기.......정당화하지 않는 어떤 논의로서도....다음과 같이 말한다.   --> 무신앙의 의견을 억압하기.......정당화하지 않는 어떤 논의로서도....다음과 같이 말한다. [풀어서 설명하면, 기독교인들이 무신앙의 의견에 대해 형벌을 사용하여 탄압하려면, 이전 로마 시대에 자신들의 기독교를 똑같은 이유로 억압했던 마루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인정해야만 하기 때문에, ‘박해란 진리가 통과해야 할 가혹한 시련이다’ 따위의 주장을 하게 된다는 것.] / 영어본 32p
 

93p : 그 쌍방이 주장하는 이유를 가장 강한 빛에 비추어 보려고 하는
--> see.....in the strongest light 의 번역인데, 오역은 아니지만 아래 다른 번역들을 참고하면 좋을 듯.
--> 각각의 가장 강력한 논리를 편견없이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서병훈)
--> 양쪽의 논거가 가지는 장점을 보려고 노력했던 (김형철)

115p : “지배자가 어떤 사람을 어느 직무에 임명하는 경우, 그 직무에 적합한 다른 사람이 국내에 있으면, 그는 신에게 죄를 범하는 것이고 국가에도 죄를 범하는 것이다.”
--> “자신의 영토 내에서 어떤 관직에 더 적합한 인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다 못한 사람을 그 자리에 임명하는 지도자는 신과 국가에 대한 죄를 범하는 것이다.”(김형철)

116p : 또한 윤리적으로 탁월한 모든 것이.........크지 않다고 믿는다. -->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가르침 속에서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끄집어내려다 오히려 그 본질을 왜곡하기도 하지만, 윤리학에서 말하는 훌륭한 것들은 그런 오류를 범하지 않으면서 그것과 조화될 수 있다. (서병훈) / 영어본 57p

131p : 인간의 목적은, 또는 이성의 영원불변한 지시에 따라 규정된 것으로, 막연하게 변하기 쉬운 욕망에 의해서는 부여되지 않는 목적은
--> 인간의 목표는, 혹은 애매모호하고 순간적인 욕망에 의해서가 아니라 영원하고 불변하는 이성의 명령에 의해 규정되는 것은 (김형철)
--> 인간의 목적, 또는 막연하고 덧없는 욕망이 아니라 영원하거나 변함없는 이성은 (서병훈)

138p : 인간적 성능 ---> 인간의 능력들(human capacities)

150p : 그런데 어떤 생활을 그에게 맞추는 일이, 웃옷을 그의 몸에 맞도록 맞추는 것보다 쉬울까 --> 그런데 그를 어떤 생활에 맞추는 일이, 그의 몸을 웃옷에 맞도록 맞추는 것보다 쉬울까? / 영어본 75p

152p : 즉 인격이 너무 두드러져서......압박에 의해 기형화된다.
--> 그래서 남보다 특출하게 두드려져서 보통 사람들이 볼 때 눈에 띄게 판이하게 다른 듯한 개성은 사정없이 짓눌러 버려, 마치 중국 여인들의 전족처럼 기형화시켜 버리는 것이다.(서병훈) / 영어본 77p

153p : 기력적 성격 --> 활력 넘치는 성격

159p : 통일 타파의 정신은
--> 통념을 뛰어넘으려는 시도에 대해서는(서병훈)
--> 비순응성에 대한(김형철)

160p : 다른 모든 사람을 우리 자신과 닮도록 하는 요구는, 그 요구가 섭취하는 모든 제물에 의해 성장한다. --> 다른 모든 사람들이 우리와 유사해야 한다는 요구는 그것이 충족됨에 따라 더욱더 커진다.(김형철)

167p : 기인하는 것이어야 한다 --> 기인하는 것이다. 
   

189p : 이른바 자선가라는 --> 이른바 박애주의자라는

205p : 생산자와 판매자를 억제하도록 하면 --> 이 부분 삭제 / 영어본 105p

207p : 독약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 이외의 목적을 위해 구입되거나 사용되지 않는다면, 독약의 제조와 판매를 금지함은 옳은 일이리라. --> 만일 독약이 오직 살인 행위 용도로만, 구매되고 사용된다면, 그것의 제조,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당연하다.(서병훈) / 영어본 106p

207p : 왜냐하면 자유란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므로, 그 경우 그는 강물에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 왜냐하면 자유란 자기가 원하는 바를 하는 것doing what one desires인데, 그 사람이 강물 속으로 떨어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서병훈) / 영어본 107p

210p :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원인 --> 피할 수 있는 다른 원인(any other avoidable cause)

211p : 권장하며 교사敎唆하는(counsel or instigate)
--> 의논하거나 부추겨도 되는 (서병훈)
--> 장려하거나 선동할 (김형철)

216p : 소비자들이 최대한 갖지 않을 수 있는 물품(what commodities the consumers can best spare)
--> 소비자가 살아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 물건 (서병훈)
--> 소비자가 최대한으로 절약할 수 있는 물품 (김형철)

217p : 도덕교육의 실질적 효과를 억제에 의해 거두기에 필요한 통제를 할 수 없다
--> 도덕교육을 위하여 진정으로 효과적인 제재를 실행하는데 필요한 양의 통제를 행사할 수 없다.(김형철) / 영어본 113p

231p : 유지 집단에 의한 산업과 자선사업의 경영을 장려하게 되는
--> 자율 단체에 의한 산업적, 자선적 활동에의 참여를 권고하는(김형철) / 영어본 121p

*** <<오자>>
40p : 관용할 수 있는 사람도 있는 사람도 --> 관용할 수 있는 사람도
90p : 올바르게 믿는다고 하나는 것 --> 올바르게 믿는다고 하는 것
196p : 낮선 땅 --> 낯선 땅

*** 참고한 번역본 및 영어본 ***
* 자유론, 존 스튜어트 밀 (지은이), 박홍규 (옮긴이) | 문예출판사 | 2009년
* 자유론 ㅣ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3, 존 스튜어트 밀 (지은이), 서병훈 (옮긴이) | 책세상 | 2005년
*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 개정판, 존 스튜어트 밀 (지은이), 김형철 (옮긴이) | 서광사 | 2008년
* On Liberty and Other Essays (Paperback) ㅣ Oxford World's Classics 84
존 스튜어트 밀 (지은이) | Oxford Univ Pr | 2008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신분석학 개요 프로이트 전집 15
프로이트 지음, 박성수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정신분석학 개요』| 박성수 (옮긴이) | 열린책들 | 2004 - 프로이트 전집 15” 中「나의 이력서」(Die Medizin der Gegenwart in Selbstdarstellung, 1925)에 대한 리뷰이다.  「나의 이력서」는 짧은 분량 탓에,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세세한 면모를 간취하긴 어렵지만, 그의 사상의 성좌를 그려볼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잡이다.

==== 
    
프로이트의 생애는 곧 (초기) 정신분석의 역사다. 프로이트 자서전,「나의 이력서」는 그 자신이 이끌었던 정신 분석의 내적 성장과 외적 운명을 시차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예나 지금이나 ‘정신=의식’라 믿는 사람들에게 “모든 정신적인 것은 우선 무의식적인 것”이라는 정신분석학의 대전제는 단지 머릿속에서 지어낸 궤변에 불과하다. 그러나 침대에 누워 사색을 즐겼던 데카르트 후예들의 과분한 염려와는 달리, 정신분석은 신경증을 진료하던 현장에서 얻은 구체적인 관찰과 시행착오로 성장한 학문이다. 프로이트를 충실히 만나려면, 무엇보다 신경증 치료법 전환이 정신분석 이론을 한 단계씩 성숙시켰던 매개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신분석의 태동이 1885년 봄 프랑스 파리, 살페트리에르 병원, 샤르코가 진행했던 히스테리에 관한 실험에서 시작된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거기서 프로이트는 최면 암시로 인위적인 히스테리적 마비와 수축을 만들어낼 수 있고, 여자들만의 생리적 질병으로 치부되던 히스테리가 남자에게도 일어난다는 것을 처음으로 발견한다. 정신에 가해진 어떤 조작이 (히스테리와 동일한) 신체 이상을 만들어냈다 것은 히스테리가 정신 질환일 가능성을 추론 가능케 했던 것이다.

그 후 프로이트는 전기 치료법과 최면술을 병행하다, (이후 결별하게 되는) 브로이어 박사에게 배운 일명 ‘굴뚝청소’라 불렸던 (최면을 이용한) 감정정화법을 신경증 치료에 적용하고, 그 임상결과를『히스테리 연구』로 발표한다. 아직까지는 히스테리에 대한 관찰 내용만을 서술한 데 지나지 않았고, “증상의 유지를 위해 사용된 일정량의 정동이 잘못된 길에 들어 그곳에 갇혀 있을 때 이를 정상의 길로 인도하여 발산되도록 소산하려는 것이 그의 치료적 목적”이었다. 환자를 지배하는 정동적인 환상을 ‘말로 표현하게’ 해 억압된 정신활동을 발산시키면, 증상이 호전되곤 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신경증 배후에 막연한 정동적 흥분이 아니라, “현재의 성적 갈등이든 과거의 성적 체험의 여파이든, 한결같이 성적 흥분”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치료 과정에서 숱하게 경험한다. 게다가 감정 정화를 위한 최면술의 한계에 봉착하면서, 그는 1892년 가을부터 최면술을 ‘집중의 기술’로 대체하고, 이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환자의 역할을 풀어놓는 ‘자유 연상법’을 채택한다. 이를 통해 정신분석은 급속하게 성장하는데, “최면으로 인해 이제까지 가려져 있던 [정신적인] 힘들의 작용이 드러나고, 그것을 파악함으로서 이론은 보다 안전한 기반을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자유연상법을 도입하면서부터 프로이트는 환자들이 의식에 무언가를 떠올리지 않으려는 ‘저항’에 직면한다. 이를 역으로 추적해서 얻은 결론이 바로 ‘억압이론’이었다. 소위 정상인들의 정신적 갈등은 의식이 허용치 않는 본능이 패배하면서, 덩달아 에너지 집중도 중단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신경증에서는 본능적 충동과 의식적 저항 사이의 경합이 다른 결과로 빠지고 만다. “자아는 불쾌한 본능적 충동과 처음 충돌하게 되면 말하자면 움츠러들어, 그것이 의식에 들어와 직접 발산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이로 인해 본능적 충동은 그것의 에너지 집중량을 완전히 유지하게 된다”. 즉, 의식에 의해 억압된 본능적 충동은 단지 의식 밖으로 은폐되었을 뿐, 에너지량 자체는 그대로 생생히 살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아는 억압된 충동을 틀어막느라 용을 쓰다가 황폐해지고, ‘무의식화된 억압된 충동’은 우회적인 방식으로 발산과 대리충족의 길을 찾으면서 신경증을 유발한다는 것. 이제 “치료의 목적은 잘못된 길에 들어선 정동의 소산이 아니라, 억압을 찾아내어 전에 거부되었던 것을 받아들이거나 폐기하도록 하는 판단 행위로 억압을 대체하는 것”으로 전환된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자신의 새로운 이론적 기반을 토대로 한 연구 및 치료 방법을 ‘정신분석Psychoanalyse’이라 불렀다. 
 

이와 더불어, 프로이트는 자유 연상법의 도입 이전부터 신경증이 성적 충동에 기반한다는 것을 자주 겪게 되면서, 병의 원인을 환자의 아동기까지 찾아들어가고, 유아 성욕이라는 사실에 직면한다. 유아는 성적 쾌락을 (구순기, 항문기, 남근기로 점차 나아가는) 제 자신의 신체에서 찾는다. 이러한 자가 성애의 단계 이후, 아이는 어머니에게 성적 원망을 집중시키고, 아버지를 경쟁자로 적대시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겪으며, 거세 위협으로부터 아버지라는 이름의 법을 받아들임으로써 사회에 진입한다.

유아 성욕은 ‘순정하고 순진한 유아’라는 그간의 ‘믿고 싶었던 이미지’를 뒤집어버린데 1차적으로 기여했지만, 그 보다는 성욕 개념 확장이라는 측면에 진정한 의의가 있다. 요컨대, “첫째, 성욕을 성기와 맺는 밀접한 관계에서 분리시켜, 쾌락을 목표로 하는 2차적으로나 생식에 봉사하는 보다 포괄적인 신체기능으로 보았다. 둘째, 우리의 언어사용에서 사랑이란 모호한 말로 불리는 다정하고 호의적인 모든 충동을 성충동으로 간주하였다.” 이것은 프로이트 정신분석의 핵심인 무의식화된 억압된 충동의 성격을 밝히고 그것의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 반드시 전제되는 것이다. 

1900년에 출판된『꿈의 해석』은 정신분석을 획기적으로 도약시킨다. 이것은 예지몽이나  기껏 정신의 경련으로 치부했던 꿈이라는 현상을 근대과학 영역에 편입시킨 좁은 의미에만 머물지 않는다. 프로이트가 밝혔듯이. 누구나 꾸는 꿈이 “이미 신경증적 증상과 같이 구성되어 있”고, “자아 속에서 일어난 억압된 본능적 충동과 검열하는 힘의 저항 사이의 타협의 산물”이라면, 우리는 모두 (예비) 신경증을 앓고 있는 셈이다. 신경증 환자와 정상인의 차이는 기껏 “물질들의 큰 차이가 동일한 원소들의 결합 비율의 양적 변화”에 따라 다른 것과 진배없다. 『꿈의 해석』 이후에야, 정신 병리학의 보조학문에 묶여있었던 정신분석은 인간 정신구조에 대한 보편적 탐구로 확장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는 억압되는 것에만 머물렀던 프로이트의 지적 관심은 ‘억압하는 것’, 즉 자아 보존 본능으로 확장되고, 이것은 쾌락원칙과 현실원칙으로 세분되며, 더 나아가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이의 반복강박에 이른다. 말년에 접어들면서 그는 정신분석을 예술 작품의 해석에 응용하기도 하고,『토템과 터부』,『문명 속의 불만』등의 저작을 통해 종교와 인류의 기원을 연구한다. 이것은 보편 이론 체계 구축을 운명으로 짊어진 모든 학문의 행로에 충실한 결과였으며, 인간에 대한 통시적 이해의 한 축을 풍부하게 하는데 기여한 것이기도 했다. 프로이트 이후에도 정신분석운동은 그의 적자와 탕자들에 의해 계속 되었고, 인간 주체는 의식 중심의 달콤한 독선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무의식이라는 거대한 심연을 마주하면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헌재 2014-09-11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부분적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영민의 공부론 - 인이불발, 당기되 쏘지 않는다
김영민 지음 / 샘터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부당한 권력일수록 폭력으로 연명하는 법이라, 옛 중국의 흉포한 어느 황제도 제 수족같은 100명의 궁사를 늘 거느리고 있었다. 언제나 그는 방울이 달린 작은 깃발 하나를 들고 다녔는데, 그 깃발로 어느 방향을 가리키든 그 찰나 100대의 화살이 정확히 지목한 표적에 박혔다. 어느 날 황제는 뜬금없이 그가 가장 아끼는 후궁을 향해 깃발을 가리켰고, 100대의 화살은 어김없이 그녀의 몸을 밤송이로 만들었다. 헌데 간발의 차이지만 99대의 화살과 달리 1대의 화살이 뒤늦게 박혔고, 왕은 주춤거렸던 그 궁사를 잡아다가 목을 쳐 버렸다. 그 궁사는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절대 권력의 판단과 명령을 의심한 셈이었고, 그는 이미 체계의 단말기로는 고장난 부품에 불과했던 것이다.

비판 정신의 가장 초보적인 덕목이 활을 쏘기 전 감히 생각 따위를 했던 궁사처럼 외적인 명령 체계든 내면의 공리계든 그 호명에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 의심의 눈초리를 줄창 견지하려는 자세인 것은 분명하다.  유태인 학살 과정의 총책임자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기록인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한나 아렌트가  ‘사유하지 않음’을 나치즘이 저지른 만행의 뿌리로 지목하였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자신의 개인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데 각별히 근면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는 어떤 동기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근면함 자체는 결코 범죄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로 하여금 그 시대의 엄청난 범죄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 되게 한 것은 (결코 어리석음과 동일한 것이 아닌) 철저한 무사유였다.…… 이처럼 현실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과 이러한 무사유가 인간 속에 아마도 존재하는 모든 악을 합친 것 보다 더 많은 대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사실상 예루살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었다.”(『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아렌트의 혜안대로, 인간의 악행이 잔혹한 기질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평범한 이웃집 슈퍼 아줌마라도 어떤 상황과 조건만 주어진다면, 근면하게 누군가를 학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많은 평자들이 지적했듯, 아렌트의 ‘나쁜 짓 안하려면, 생각해야 한다’는 해법은 소박하다 못해 실천적으로 무기력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습속과 무의식에 깊이 각인된 체계의 공리계를 의식적인 사유만으로 변화시키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너무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체계의 질서를 맘먹은 대로 벗어날 수 없는 게 우리 일상의 경험이지 않는가.

오히려 체계와의 싸움은 김영민 선생의 말처럼 “생각은 공부가 아니다!”라는 의식 중심적인 공부와의 단호한 절연 속에서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자기-생각이라는 게 워낙 타인을 배제하는 속성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레비나스가 인식론을 배격하고 제 1철학의 자리를 윤리학으로 자리바꿈하려던 것도, 아도르노가 부정변증법에서 ‘비개념적인 것’을 강조한 이유도 (개념적) 사유가 가진 동일성의 폐쇄성 때문이었다. 개념의 작동 원리 자체는 개체들의 복잡성을 제거하고, 특정한 유(類) 아래 종속시켜 종차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개념의 그물이 포획할 수 없는 단독성들은 무시당하고 동일성은 그에 맞춰 강화되기 마련이다. 무사유가 문제가 아니라 (자기-생각인 줄도 모르는) 자기-생각에 푹 빠져 있는 게 병통인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생각의 거울방을 벗어난, 공부라는 그 “돌이킬 수 없는 변화”는 무엇을 매개로 도래하는가? 일례로, 청년 비트겐슈타인과 장년 비트켄슈타인 사이의 변화는, 공부란 필히 ‘타자성과의 마주침’을 통해서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거한다. 33세의 나이에『논리철학논고』를 발표하고 철학계에 돌풍을 일으킨 후, 철학적 문제를 모두 해결했다며 홀연히 떠났던 그는 다시 케임브리지로 돌아온다. 논리적인 언어만이 말해질 수 있는 것이고,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던 그가 다양한 언어 규칙들을 가진 다양한 언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철학적 탐구』에서 집약되는 그의 후기 사상의 연원을 케임브리지를 떠난 약 6년 동안의 오스트리아 시골 마을에서의 초등학교 교사생활의 경험에서 짐작해 볼 수도 있을 테다.

“아마도 그가 가장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곳 사람들의 언어 사용이었을 것이다. 매우 고상하고 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랐던 비트겐슈타인에게 시골 사람들의 삶과 언어생활은 너무도 거칠고 지나치게 감정적인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하고 말할 수 있는 것만을 말하려고 했던 그의 원칙은 그곳에서 볼 때 오직 자기자신만의 원칙에 불과했다는 것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 곳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완벽한 언어생활을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강신주,『철학 VS 철학』)

하나 유념해 둘 일은, 타자성의 체험이 의도를 벗어나고 우연찮게 찾아온다 해도, 그것은 미래에 도래할 메시아를 기다리듯 절박한 소망만으로 맺어지는 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전으로서의 공부의 요체는 “‘어떤 틈 속으로 우연찮은 타자성의 체험’에 자신을 넉넉히 노출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다. 자기체계의 안정화가 아니라 늘 새로운 변화에 기민하도록 탄력있는 긴장의 상태로 스스로를 부단히 조율해 가는 일이다.” 김영민 선생의『공부론』의 부제이기도 한 ‘인이불발(引而不發), 당기되 쏘지 않는다’는 말은 그래서 타자성의 지평 속에서 감응할 수 있을 “몸이 좋은 사람”을 조형해가는 (활이 화살을 당기고 있을 때의) 팽팽한 긴장을 묘사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맥락에서『공부론』에서 가장 긴 분량인 ‘글의 공부, 칼의 공부’는 무사들의 싸움과 같은 정직한 학문 현장에 대한 그리움이자 동시에 타자성의 지평에 감응할 수 있는 주체는 어떻게 구성될 수 있는가에 대한 탐문이다. 특히 일본 검객 무사시의 “차림자세가 있으면서 차림자세가 없다”는 것에서 “ ‘없음’은 ‘있음’의 부정이 아니라 있음 그 자체의 극단을 뚫어낸 초극(超克)에 가까운 것이며, 마치 달인의 솜씨가 스스로 그 법식을 해소해 버린 경지를 가르킨다” 그것은 마치 동아시아의 현자들이 “인仁과 의義를 행동으로 옮겼다기보다는 줄곧 인과 의를 통해서through 행동했"(바렐라)던 것과 같은 이치다. 이와 같이 책상과 일상이, 정신과 육체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생활양식의 항상적인 리듬을 타고서야 타자성과의 접속은 가능하다. 타자성은 추상적인 판단과 추론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인 몸을 가진 너와 나의 만남에서 도래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지행병진의 길을 뚫어가는 데 있어, 비록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해도, ‘자기-생각에 함몰된 전형적인 증상인 냉소와 허영’을 피해가는 길은 긴요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둘은 무엇보다 상징자본으로 먹고 사는 지식인에게는 가장 고질적인 병폐인 탓이다. 냉소와 허영은 체계 속에서의 인정 투쟁에 토대를 둔 나르시시즘의 두 얼굴이다. 흔히 냉소가 인정 투쟁에서 패배한 자들의 방어기제라면, 허영은 대개 제도의 인정 구조에서 승리한 자들의 독점욕이다. 냉소를 양식으로 삼는 자들이 권위를 까대면서 얻는 (니체가 바로 노예의 도덕이라고 불렀던) ‘반동적인reactive’ 이익으로 자신을 긍정한다면, 허영에 꽉 찬 자들은 체계가 부여해준 공식적인 직함/지위에 기생하면서 그 후광을 빌려 근근이 자신을 뽐낸다.

물론 악셀 호네트가 밝혔듯, 상호주관적 인정 유형인 사랑, 권리, 연대를 통해 인간은 자기 신뢰와 긍정 그리고 가치부여를 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런 만큼 냉소와 허영은 단순히 인정 투쟁 자체를 (생각 속에서) 무시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을 문제가 아니다. 해법은, 인정 투쟁의 틀과 방식을 사회, 정치, 경제적인 영역들 뿐만 아니라 일상의 관계에서마저 바꿔가는 실천과 더불어 “번잡한 욕심이 아니라 하이얀 의욕”을 갖고 그 충실성 속에서 오직 살면서 공부하고, 공부하며 사는 길을 가는 것 뿐이다.

요컨대, 김영민 선생의『공부론』은 ‘인이불발(引而不發), 당기되 쏘지 않는다’는 당기는 것과 쏘는 일 ‘사이’에서 대략 세 가지로 소략하게 갈래지어 진다. 공부란, 1) 의심 많은 궁사처럼 당기되 즉각적으로 쏘지 않는, 체계의 단말기로서의 상명하복을 넘어서는 것이요 2) 당기는 것과 쏘는 일의 분법을 넘어서는, 현자들의 “행하면서 알아가는 수행성의 지혜”를 회복하는 일이며, 3) 당기는 것이 쏘는 일에 종속되지 않는, “기다리되 기대하지 않고, 알되 묵히며, 하이얀 의욕으로 생생하지만 욕심은 없는”, 그래서 당기되 쏘지 않아도 되는, 쏘지 않아도 당겨야만 하는 길이다. 그리하여, 시간의 딸(filia temporis)을 정성스레 공대하는 일, 그게 공부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Sorry, monkey
    from 갈대밭 메뚜기 2010-03-29 03:03 
    쥐는 우표만하고 원숭이는 엽서만하고침팬지는 A4 한장 정도고인간은 A4 네장정도다. 꾸불꾸불한 대뇌를 쫘악~하고 펴면 그 정도가 된다는 말이다. 대뇌피질이야 말로 기억능력과 창조능력을 관장하는 고도의 기관이라고 하니..넌 이런 생각이 들꺼야 겨우 A4 네장 정도밖에 안돼?몇 백쪽 짜리 책 수십, 수백권을 읽고 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 근면하게 공부해온 너에게 이건 좀 시시하다하겠지아. 그렇게 공들여 완성한 A4네장짜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