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을 찾아서 - 상 - 京城, 쇼우와 62년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3
복거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이 보여주고 있는 “대체 역사”의 개념은 적어도 우리 문학에서는 신선한 것입니다. 작품의 가치를 결정 짓는 요소에 표현 형식의 신선함이 포함된다고 한다면 이 소설은 “대체 역사”라는 신선한 표현 형식을 취했다는 점만으로도 분명 인정 받을 만한 면이 있습니다. 모르긴 해도 아마 이 소설에 대한 호의도 주로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는 이 소설에 별로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우선 인물들이 전형적이고 단순해서 별로 기억에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인물들의 대화에 현실감이 없고 겉 멋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또한 줄거리 속에 주인공과 회사 여직원의 관계를 배치한 것 역시 작가의 의도는 이해가 되나 주제의 구현에 기여를 한다기보다는 왠지 엉뚱하게 튄다는 느낌을 받았고 심하게 말하면 신파극 같은 느낌 조차 주기도 했습니다. 간간히 시도 나오는데 –아마 작가가 지었겠지요- 그 시들도 제가 보기에는 별스러워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이 소설에 원한이 많은 듯, 이 소설에서의 “고급스러움”, “가벼운 냉소” , ”진지한 풍자” 마저도 저에게는 왠일인지 설익은 치기의 소산인 것처럼만 보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대체 역사라는 형식은 신선하고 주제 의식도 그릇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앞에서 많은 분들이 해 주신 격찬에 어울릴 만한 기본적인 자질은 갖추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이 소설의 그러한 거시적인 면모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미시적인 면모들에 별로 만족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