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옥중서신 - 양장본
김대중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책 소개 글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책은 김대중 대통령이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투옥되어 있는 동안 쓴 편지 모음입니다.

당시의 김대중 대통령이 편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는 박학 다식함도 놀랍습니다만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언제 사형에 처해질 지 모르는 암울한 나날 속에서 보여주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종교에 대한 신념입니다. 무기수로 감형된 이후에 쓴 편지도 여전히 좋습니다만, 사형수 김대중으로서 보낸 5개월 간의 편지는 어느 것 하나 가슴에 알알이 박혀오지 않은 편지가 없습니다.

당시의 김대중 대통령이 보여주는 가족에 대한 한 없는 애정과 위선적이지 않은 진지한 신앙은 인생의 가치가 얼마나 소박한 것일 수 있나를, 그러나 그 소박한 가치야말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의지할 수 있는 정도로 의미 있는 것임을 영롱하게 보여줍니다. 그리스도교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정치인 김대중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이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이 책만이 갖는 이러한 각별한 미덕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은 무상하여 이 글을 쓰는 현재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은 갖은 비리로 법의 심판을 받았고 김대중 대통령 본인은 쓸쓸한 임기 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책으로 엮인 편지들이 쓰여진 이후 20여년이 지난 시간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김대중 대통령 일가가 이 편지들을 주고 받았던 날들 이후로 걸어가야 했던 영욕의 세월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인생이 유현한 것은 세월이 무상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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