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평점 :
소설뿐 아니라, 책을 보다 보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가들이 생기기 마련이고, 소위 작가 이름만으로 작품을 고르게 되는 때가 있다. 김애란의 소설집 바깥은 여름 또한 그러한 경우였고, 김애란은 비행운에 이어 또다시 보기 좋게 날 휘어잡았다.
단편 소설은 너무나도 심하게 취향이 많이 갈리는 장르이다. 모든 작품이 고르게 맘에 들 리도 만무하고, 호흡이 짧다 보니 작품이 주는 여운도 짧은 게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나의 편견을 깨어준 첫 번째 작품이 쇼코의 미소였고, 그 후로 적어도 한국 단편 소설은 편견 없이 보게 되었다. 꼭 편견 없이 봤다고 해서 김애란의 이 소설이 좋다는 게 아니다. 내가 이 단편을 이토록 좋아하는 것은, 작가가 오롯이 한 주제를 관통하는 이야기로만 모아놨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호흡이 이어지고, 연속성이 있는 이야기로 읽혔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바로 전에 읽은 책이 똑같은 ‘상실‘을 다룬 환상의 빛이라는 소설이었으므로, 나는 같은 주제의 완전히 다른 문체의 중/단편 10편을 읽는 경험을 했다. 김애란의 글은 너무나도 쉽게 읽히어, 보다 더 빠르게 읽어나갈 수 있었지만, 쇼코의 미소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한편 한편 여운이 오래갔고, 그것을 깨고 싶지 않았으므로, 구태여 읽으려 들지 않았다. 상실감에 대한 공감, 동조 등이 사라질 때쯤, 다시 한 편을 읽어나갔고, 그렇게 전부를 읽어냈다.
그럼에도 사람인지라 어느 작품이 가장 좋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압도적으로 입동이었다. 입동이 주는 감정의 동요가 가장 컸다.
문학동네의 한국소설 표지 디자인은, 말해 입 아픈 수준이다. 김애란이 말하길, 원래는 표지가 창문이었는데 문이 좀 더 적절할 것 같아서 바꿨다고 한다. 정말 바꾸길 잘 한 것이다. 다만, 문의 사이즈 때문에 책을 꽂아놨을 때 제목에서 ‘름‘ 이 잘 안 보이긴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이쁘면 장땡이다.
이제 김애란의 장편을 기다릴 때인가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