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세트] 상콤달콤, 맛있는 사랑 (총2권/완결)
란토파즈 / 로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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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목을 쓰고 나니 웬 일본 TL 같은 제목이 되어버렸는데 감상이 딱 저거라서 더 무엇인가를 말할 수가 없어…. 이십 여 년을 같이 지내서 익숙한 친구 사이가 몸부터 맞춰보더니 평생의 내 님이 된 이야기, 오늘의 리뷰는 란토파즈 님의 <상콤달콤, 맛있는 사랑>입니다.



서다윤윤지한은 이십 일 차이로 출생년이 갈린 소꿉친구로, 부모끼리 아주 친밀하게 지낸 덕에 서로 막말하면서도(지한은 다윤에게 마녀라고 하고, 다윤은 지한을 상또라이라고 부릅니다)도 정말 친한 친구처럼 지내고 있습니다. 다윤은 지한에게 어떤 인증샷을 남기면 백만 원을 주겠다 내기를 걸고, 오래 고민하던 지한이 그 내기를 수락하는 것이 소설의 첫 장면이죠. 원피스를 입은 채 자고 있는 다윤의 모습에 본능을 자극받은 지한이 몽정을 꾸긴 하지만, 곧 별 것 아니라고 치부하고는 인증샷을 위해 빈 집에 예진을 유혹합니다.

하지만 지한보다는 다윤이 좀 더 고단수였습니다. 다윤은 빈 집에 먼저 들어와 샤워하고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자라는 모습을 연출하고는 인증샷 촬영을 방해, 예진을 쫓아내죠. 쫓아낸 것까지는 좋은데 자신의 모습이 지한의 본능을 또 자극했다는 것을 모른 그녀는, 엉겁결에 다음 날 호텔에서 지한을 만나 그의 동정을 떼주기로 약속해버리죠.

이미 자신은 A부터 Z까지 클리어했다면서 지한을 동정이라 놀려먹은 것도 몇 번, 거기다가 인증샷을 핑계로 예진을 엿먹이려고 했던 것까지 들켜버린 상황. 친구인 해민에게 상담하지만 술 먹고 취한 친구는 그 나이면 처녀딱지 버려도 된다는 소리를 해가면서 이상한 자신감만 돋궈주고, 다윤은 그대로 다음날 호텔에 나가 지한과 함께 A부터 Z까지를 정말로(…) 경험하게 됩니다.

자신들은 단순한 친구 사이일 뿐이라고 굳게 믿었던 다윤은, 하룻밤을 같이 보낸 이후로 조금씩 지한이 남자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지한은 이미 몽정 이후로 다윤이 여자로 보였고, 심지어 첫 경험까지 했으니 완전하게 그녀를 자신의 여자로 옭아매고 싶어하죠. 그는 다윤에게 정신적 피해보상비 오백까지 더 얹어서 육백을 줄 것이냐, 아니면 자신과 백 번의 관계를 가질 것이냐 양자택일하라는 선택지를 주고 다윤은 후자를 고르면서 지한이 사귀자고 고백해주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모태솔로가 그걸 알 리가 없지. 좋아한다는 말 대신 핫한 사이라는 ㄱ소리나 하고 앉았고….

제대로 제 마음을 고백하지 않은 지한 때문에 약간 고민에 들어간 다윤은, 저에게 옷을 빌려주었던 시현과의 짧은 만남을 가지게 됩니다. 사실 시현은 강의 중에 남존여비 발언을 다발로 내뱉는 교수를 향해 한 방 먹여주었던, 예쁘고 사랑스러운 다윤에게 한 눈에 반한 상태였거든요. 옷을 빌려주게 된 것을 운명으로 생각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콩깍지가 씌인 건지. 어떻게든 말을 튼 시현은 장난이 지나쳐서 무섭기까지 한 둘째 형에게 다윤의 정보를 부탁하고, 자신들의 사이를 확신할 수 없는 다윤에게도 조금씩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죠. 커퀴벌레 때문에 실패하지만.





저는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하는 로맨스물을 꽤 좋아하는 편인데(그리고 남자 쪽이 감정적으로 약자라면 더 좋아합니다) 이 소설은 살짝 애매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짜 애매해요.

다윤이가 당차고 사랑스러운 성격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당찬 것을 넘어서 지나치게 폭주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다가(첫 경험은 명백하게 폭주였죠) 후반부로 갈수록 성격 상의 장점이 빠져나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야기가 채 진행되기도 전에 지한에게 휩쓸려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계속 암시되는 다윤의 성격은 그럴 때 휩쓸리지 않고 고삐를 잡아야 맞거든요. 기대하는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니까 일차적으로 애매한 느낌이 들더군요.

다음으로, 을의 입장에 서야 하는 지한이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그 애매함을 부추깁니다. 반대쪽 키워드가 아예 호구라고 달려있지 않은 이상 먼저 감정을 자각한 쪽이 을이 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데 지한은 내기를 핑계 삼아서 갑의 입장에 앉았고, 시도때도 없는 관계 시도에서 약간 밉상이 된 데다가, 서브남인 시현이 계속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상황에서 다짜고짜 키스하는 행동을 보이니까 읽는 입장에서는 "얘 뭐야?" 소리가 저절로.

대책 없는 달달물로서는 괜찮지만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웠습니다. 지한이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서 다윤을 짝사랑하면서 앓는 모습이 오래 나왔던가, 아니면 어릴 때부터의 인연을 좀 더 길게 그렸던가, 그것도 아니라면 다윤이 지한과 시현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이 그려졌다면(물론 이 때 첫 경험 이야기는 훨씬 뒤가 되겠지만 시도때도 없이 물빨하는 걸 보니 그게 낫지 않았을까요) 훨씬 제 취향이 되었을 것 같긴 합니다.




※ 블로그와 동시에 올라오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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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속박 : 왕자님의 광기 어린 사랑, 사로잡힌 공주님
저자: 츠키모리 아이라, 그림: 유키무라 카나에 / 코르셋노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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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TL은 수입되어 들어오면서 속박이라는 생각보다 평범한 제목을 갖게 되었지만, 원제는 박縛입니다. 왠지 모르게 한글보다 훨씬 더 묶고 싶다는 집념이 전해 오는 제목이죠. 평소의 리뷰라면 스토리와 인물 소개를 제대로 했겠지만 본 작은 스토리와 인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기-씬-씬-씬의 아주 수위 높은 TL이니까 씬의 이야기를 하는 게 낫겠지요.

전개 자체가, 남자 주인공인 루드빅이 여자 주인공인 엘시를 족쇄 첨부로 감금한 채 SM을 강요하는 내용입니다. 독점욕이 넘쳐서 감금이 일상화된 TL이나 고수위 로맨스소설이 흔하니까 이것도 그런 흔한 소설 중 하나겠지, 하고 선택하면 피를 보게 됩니다. 애정을 핑계 삼아서 엘시를, 그녀가 원하지도 않던 쾌락 지옥으로 밀어 넣기 때문에 약간 심란한 쪽으로 피곤해지거든요.

쌍방으로 미쳤다고 정리하면 끝날 <거미가 꾸는 꿈>이나 <탈바꿈>(둘 다 마루키 분게 님 작품이군요)과는 달리 지극히 멀쩡한 피해자의 뇌가 M 쪽으로 자극받아서 쾌락으로 절여지는 건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라서 말이죠.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온갖 가쇄가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나중에는 TL에서 흔히 볼 수도 없는 삼각 목마 같은 게 등장합니다. 별 주는 건 오로지 이 온갖 도구들의 향연 때문입니다. 한동안 고수위 물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강강강강으로 때려 박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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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기묘한 그림 나라의 바네사
우오즈미 유키코 지음, 카사이 아유미 그림 / 시크릿노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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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의 베네치아 공화국, 향락의 극치라 불리는 사육제 기간 중 요정의 저택에 무단침입하려던 바네사 지리는 3층 발코니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가면을 쓴 남자의 도움을 받습니다. 남들이 보면 웬 도둑인가 하겠지만, 사실 이 아가씨는 도둑이 아닙니다. 싸구려 술집을 낮 동안 대여해 거울의 저택이라는 이름으로 점집을 하며, 행동은 조금 어설프지만 에메랄드 빛이 가미된 검은색의 큰 눈이 신비롭고 매혹적인 열 아홉살의 모태솔로 점술가 아가씨일 뿐이죠.

그런 아가씨가 왜 발코니에 매달려 있었는가, 그것은 룸메이트인 알테아의 제안 때문입니다. 창부인 알테아가 바네사에게 플래터 백작 부인의 회원제 가면무도회에 잠입하여 갑부와 안면을 트자고 했고, 그 말을 덥석 문 것은 좋았지만 초대장이 없는 서민은 들어갈 수가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는 이유로 와인을 마시고 넘쳐나는 자신감으로 벽을 타서…라는 이유였죠.

열 아홉이 되도록 연애 경험 한 번이 없는 그녀는 또다시 알테아에게 이끌려 요정의 저택으로 향합니다. 비록 저택의 파티에 들어서자마자 알테아에게 버려지지만요. 월플라워가 된 바네사는 곧 누군가를 만나는데, 그가 바로 이전날 바네사를 구해준 청년이며 애처가의 손을 가졌지만 여난을 겪을 상이기도 한 질베르트라는 사람입니다.

저택의 주인인 플래터 백작 부인의 유혹조차 무시한 채 그녀와 독한 술을 나눠 마신 질베르트가 바네사의 첫키스를 훔쳐가고 농도 짙은 애무와 동시에 처녀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마자, 바네사는 아예 저택에서 도망쳐버립니다.



바네사에게 쓸 데 없는 말까지 들어가면서 가열차게 차여버린 질베르트는 사실 귀족입니다. 무역업으로 자수성가를 이룬 로렌치 백작의 차남이며, 베네치아 특산물을 거래하는 아버지를 따라서 여러 번 베네치아에 방문했고 그만큼 이 나라를 좋아하게 되었죠. 올해는 피렌체에 남은 아버지와는 달리 혼자서 베네치아를 방문해 사육제를 보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늘 무표정한데다가 결벽적인 구석이 있어 창부를 싫어하는 가스토네를 집사로 두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 가스토네에게 명령해 바네사의 일터를 재빠르게 알아낸 질베르트는, 가스토네를 대동하고 창부거리의 술집까지 오게 됩니다. 여전히 바네사를 모멸적으로 여기는 집사는 창부와 놀려면 고급 창부와 놀든가, 아니면 일시적인 놀이로 그치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지만 귓등에도 들릴 리가요. 그저 그는 정교한 자수와 보석 단추가 호화로운 쥐스토코르로 자신의 신분을 암시한 채, 바네사를 만나기 위해 홀로 술집 안에 들어갑니다.

그녀가 자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생업을 하고 있고, 심지어 제 얼굴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 채 말입니다.




점술사라는 직업은 자연스레 바네사에게 신분 차 연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심어주었습니다. 그것도 하필이면 연애점을 전문으로 하는, 불장난으로 그치려던 귀족 남자와의 연애로 인생을 망친 여자들이 수없이 찾아오는 점집 주인은 고슴도치라는 놀림에도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없었죠. 모태솔로 친구의 연애를 걱정하는 알테아는 홀로 나선 파티에서 질베르트를 만나 바네사와의 연애를 부탁하고, 일방적으로 잡은 약속에 따라 바네사를 길거리에 던져놓습니다.

그 날 저녁, 바네사는 치한을 물리쳐준 질베르트와 하룻밤의 연애를 합니다. 그 연애 때문에 다음날, 가스토네에게 돈 받고 떨어지라는 소리와 함께 질베르트가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장면까지 봐야 했지만요.





원작은 티아라문고의 2010년 작인데, 작품 전개의 형태는 에로보다 두 명의 연애 스토리에 집중한 형태입니다. 연애에 힘을 준 것 치고는 기승전결에서 결이 약한 편인데, 용납하기 힘든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질베르트가 만능이니까 어떻게든 하겠지 뭐. 중간에 소소하게 빨랫줄과 관련된 일상 토크가 지나가는데 그걸 엔딩에서 써먹는 걸 보고 좀 웃기기도 했고요.

타작과 비교하자면, 음. 배경에서 <결혼의 조건>이 떠오릅니다. 그 작품이 아무리 봐도 베네치아를 바탕으로 한 가상국이 배경이라 그런지. 하지만 스케일이 좀 있는 사건물에 가까웠던 <결혼의 조건>과는 달리 본작은 연애에 집중한 이야기이죠. 그리고 그건 전 남편이 너무 강력했어….

카사이 아유미 님의 그림이 아름답습니다. 타작과 달리 선이 좀 굵은 느낌이긴 한데 이런 스타일도 마음에 드네요. 그리고 작중 곳곳에 베네치아의 풍경이 간략하게 묘사되어 있으니, 사진 같은 것을 찾아보시면서 보시는 편이 좋으실 거예요.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이야기 하는데 사실 그건 안 가본 입장에서는 어떤 의미로 하는 소리인지 잘 모르니까.



※ 블로그와 동시에 올라오는 리뷰입니다.


"알겠어. 이제 보니 너, 애가 아니라 고슴도치였구나."
알테아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돌돌 감으며 엉뚱한 소리를 했다.
"변변치 않은 연애만 보다 보니까 방어기제가 발동한 것 같아. 너, 연애의 끝은 불행이라고 철석같이 믿잖아."

당신 차례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배우 행세를 할 셈이라면, 조금만 더 그 애를 꿈꾸게 해줘. 사육제 기간만이라도.

난 이 나라를 사랑해. 그대와 함께 그 스테인드글라스 같은 그림의 일부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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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산군님 산군님
차한나 지음 / 문릿노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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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외남주 좋아하시면 셀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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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어쩌다, 게이
쓰레기 / BLYNUE 블리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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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나름대로의 흑역사는 하나둘씩 쌓아두고 있기 마련이고, 그런 흑역사는 대체적으로 중2병이나 술 때문에 생겨나죠. 그렇다면 술에 취해 사귀겠다는 각서를 쓰고 지장까지 찍어버린 흑역사를 쌓은 친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오늘의 리뷰는 쓰레기 님(이 작가분의 필명은 쓸 때마다 움찔하게 되는 그런 게 있어요…) <어쩌다, 게이>입니다.


일단, <어쩌다, 게이>는 작가님의 전작인 <사랑하는 나의 귀신님(이하 사나귀)>에서 이재열의 친구로 등장했던 김범진김승규의 이야기입니다. 사나귀에서 재열이의 친구라는 이유로 팔자에도 없는 연기를 하거나, 도윤이(에게 푹 빠진 재열이)에게 전동 킥보드를 뜯기다가 나중에는 도윤이를 한실세라 부르면서 이재열 암살 의뢰를 하자고 신나게 문자질하던 바로 그 애들이죠. 본작의 시계열이 사나귀와 비슷한데, 개인적으로는 사나귀 직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격 상 차이로 인한 합의라고 쓰고 차였다고 읽는 이별을 경험한 김승규는, 그 사실을 미친 듯 비웃던 김범진의 뒤통수를 후려 까고는 위로주를 사 내놓으라 요구합니다. 술도 먹고 담배도 피는 불량 청소년이었던 두 사람은 부모님의 부부동반 여행으로 비어 있던 범진의 집에서, 범진이 제 형의 민증으로 사 온 술을 마시면서 술판을 벌렸죠. 그리고 자고 일어나보니 아아아아주 이상한 각서가 하나.


애인에게 차이고 위로주를 마시는 친구 사이에서 흔하게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내가 여자(남자)라면 너랑 결혼했다"라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둘은 그 선을 넘어 서로를 오빠라고 불러가며 각서를 쓰고 결혼식은 하와이에서 하고 싶다고 지껄이거나 서로의 이름을 우리 애기와 자기로 저장하는 등의 온갖 염병 천병할(작중 표현) 짓을 했다는 흑역사를 쌓았죠.

그리고 자신들이 술을 처먹고 얼마나 대단한 흑역사를 쌓았는가 알아버린 그 다음날, 두 사람은 각서를 들먹여가면서 서로에게 엿 먹이기를 시전하기 시작합니다. 제 여자친구에게 어떤 것까지 해주었나를 뻔히 아는 친구사이였기 때문에 가능한 엿 먹이기였죠. 이런 자존심 싸움이 일주일을 가면서, 한도윤과의 연애에만 온 신경을 쏟고 있던 이재열까지 두 명의 뻘짓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제야 이들은 가방의 무게를 늘린다는 치졸한 싸움을 그만둡니다.

여전히 한 쌍의 바퀴벌레 같은 친구 커플때문에 외로워 죽겠는데 같은 반 애들은 키스를 중점적으로 부각하는 야한 동영상을 봅니다. 구관에서 담배를 피다가는 승규가 키스도 못 해보고 차였고, 범진은 키스를 너무 자주 해서 변태 같다고 차였다는 걸 알게 되죠. 과외 선생은 부득이하게 오지 않고, 실수로 입술을 스치는 사건은 범진 안의 키스 변태 기질을 자극합니다.



곧 두 사람은 점심 시간만 되면 서로의 입술을 빠는 사이로 발전(…발전?)합니다. 범진은 승규에게 변태로 매도당하면서도 키스 이상의 애무를 시도하고, 승규는 범진을 변태로 매도하면서도 애무에 착실하게 반응하죠. 스킨십에 휘말리면서 자신들이 아주 이상한 사이가 되어버렸음을 깨달은 승규는 범진을 슬슬 피하는데, 그게 하필이면 범진을 정통으로 긁는 짓이었습니다.

"너랑 키스하지 않겠다"는 승규의 선언은 두 사람의 사이를 아주 어색하게 만들었고, 그 사이에 끼인 도윤은 체하고 당연한 수순으로 제 애인밖에 눈에 안 보이는 재열이는 승규를 달달 볶죠. 승규는 며칠만 상대하지 않으면 원래의 사이로 돌아갈 것이라 믿었지만, 각서는 여기서도 그의 발목을 잡아챕니다. 광화문에서 팬티만 입고 프리허그하느니 다시 범진과 이상한 사이로 되돌아가는 것을 택하게 된 것이죠.



키스하고 애무하는 이상한 사이는 곧 더 이상한 사이로 에스컬레이트합니다. 그 날을 되새기면서 자살각이라고 괴로워하던 승규는 저도 모르게 범진을 소개시켜달라는 여자를 무의식적으로 질투하고, 도윤에게 범진의 동정을 전해 듣습니다. 그가 지금 뭐 하냐부터 범진이 진짜 그 여자와 데이트를 할 건지까지. 눈치도 없고 쓸모도 없는데 부려먹기까지 힘든 정보원이 뇌물과 짝사랑 사연에 감화되어 이중 스파이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죠. 하필이면 그 이중스파이가 이실직고하는 바람에 승규가 다시 날뛰게 되었지만(…

며칠 동안 승규에게 말려서 마음 고생하던 범진은 울며불며 제 마음을 고백하고, 그 다음날부터 두 사람은 대략 사귀는 사이가 됩니다. 스킨십을 하면서 승규를 휘두르는 범진과, 스킨십을 무기로 평소에 범진을 휘두르는 승규는 나름대로 알콩달콩해 보입니다.






리뷰 초반에 이야기했듯이, <어쩌다, 게이>는 사나귀의 연작이긴 하지만 사나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입니다. 사나귀가 꼬리 다섯 개쯤 달린 늑대 입 안에서 데굴데굴 노는 토끼의 이야기라면 본작은 꼬리 둘 달린 여우와 꼬리 넷 달린 여우의 컁컁거리는 개싸움(어?) 느낌이 나고, 본편 수위도 그만큼 높은 편이죠.

글 전체에 오빠 소리가 깔려 있긴 한데, 사나귀를 먼저 읽었던지라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저 둘이 자주 그러고 놀았고, 특히 같은 반이라서 사나귀 내내 기분 더러운 이재열의 여파를 그대로 맞았던 승규가 잘 하던 말이었거든요. 그냥 그러고 노는 사이인데 저 놈의 각서가 부추겼구나…하는 느낌?

공수의 취향에 따라 전작과 본작의 선택이 갈릴 거 같습니다. 능글능글한 날라리(지만 수에게 가끔 크리티컬 맞고 기분이 더러워지는) 공과 맹하기까지 한 순진 아방수가 취향이시라면 전작 사나귀가 잘 맞을 것이고, 서로 한 치도 지지 않으려고 하는 친구>연인물이 좋다면 본작이 잘 맞으실 겁니다.




※ 블로그와 동시에 올라오는 리뷰입니다.


"넌 차일 만했어."
"그 이야기 안 꺼내기로 했잖아."
"아니, 꺼내야겠다. 김범진 넌 존나 차일만 했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왜 쟤랑 사귀고 있는거지? 어쩌다 저런 놈이랑 엮여서 구관에 키스하러 가는 걸까. 얼마 전까지 학원 농땡이를 치며 피시방에 앉아 있었는데.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첫눈에 반한 건 아니겠지? 그런 달콤한 시작은 아니더라도 아무렴 어떻겠는가. 그냥 이렇게 행복한데.

쟤네는 싸우지도 않고 저렇게 잘 지내는데 왜 김범진이랑은 맨날 싸우는 거지. 씨발, 부러운 새끼들. 김범진이 이재열처럼 맨날 져주면 이런 일도 없었는데 말이야. (리뷰어 임의 중략) 한도윤만 따로 불러서 이재열 과거를 확 불어버려? 둘이 대판 싸우게? 그러기엔 도윤이가 불쌍한데…… 우리 도윤이는 어쩌다 저런 새끼한테 꿰여서…… 쯧쯧. 그래도 범진이가 낫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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