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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순원 지음 / 세계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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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에게 '문교부장관 검정필'까지만 얘기해 줬는데, 저도 읽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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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휙, 바람이 쏴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5
케티 벤트 그림, 에벌린 하슬러 글, 유혜자 옮김 / 비룡소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세울아, 《바람이 휙, 바람이 쏴》라는 그림책을 봤어. 제목부터 신기해. ‘바람이 휙’ 다가와 무슨 얘기를 해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옛날 깊은 산 계곡에 레오와 메오라는 꼽추 형제가 살았대. 둘이 생긴 건 쌍둥이처럼 닮았지만 성격이 아주 달랐어. 그런데 알프스 산 너머에 있는 오두막집을 고치러 갈 일이 생겼어. 지난 봄에 형이 갔다와서 이번에 동생 메오한테 가라고 했지. 메오는 싫다고 했어. 할 수 없이 형 레오가 갔다오게 되었지. 형 레오가 돌아왔는데 등허리에 달린 혹이 없어진 거야. 그래서 동생도 나선다는 이야기지.


그림책은 그림이 얼마나 많은 말을 해주는지 몰라. 형 레오를 따라 가다보면 숲 속에 있는 붉은 버섯, 부엉이, 참나무, 산새, 바위, 여러 요정들 하나하나의 살아 있는 표정을 만나게 되지. 멋진 뿔을 가진 순한 염소들의 눈, 산새의 동그란 눈, 생쥐의 작은 눈, 자작나무의 깜빡이는 맑은 눈이 형 레오를 바라보고 있어. 계곡이 바위들을 보면 싱긋이 웃고 있는 얼굴도 있고, 편안히 생각에 잠긴 모습도 있어. 살아 있는 생명의 모든 표정들이 모여서 숲의 표정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하나하나의 표정을 살피다 보면 책을 읽는 일을 잠시 잊게도 만들지. 내가 찾지 못한 표정이 있을 거야 하면서 숨은 그림을 찾듯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네.

이제 소리에 귀 기울여 봐. 레오가 밤나무 잎이 수북이 쌓인 산 속을 지나고 있어. 낙엽 밟는 소리가 들리지. 레오가 잠을 자려고 누워 있는데 온갖 소리가 들려.
‘찍찍거리는 소리가 어디에서 난 거지?’
‘나무가 부러지는 것 같은 저 소리는?’
‘저기 뭔가 쩝쩝거리는 것 같은 괴상한 소리는?’
숲은 이런 온갖 소리를 간직하고 있나 봐. 내게는 무슨 소리가 들려오나 잘 들어 봐.

동생 메오는 혹이 더 커져서 돌아왔으니 참 안 됐어. 그렇지만 동생 메오가 뭔가를 깨닫고 내년 봄에 다시 가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이 책에서 가장 멋진 부분인 것 같애. 본래 전해오던 이야기는 동생의 혹이 더 커졌다는 데서 끝났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한번 더 뒤집어 동생이 뭔가를 깨닫게 해. 동생에게 다시 한번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거지. 잘못을 저지르거나 실수를 하고 나서 다시 돌이킬 수 있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해 봐. 너무 안 됐잖아. 사람은 누구나 다 잘못하거나 실수할 수 있는데 말이야.

이듬해 봄, 동생 메오는 어떻게 했을까? 메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책 표지를 넘기면 맨 먼저 호수 같기도 하고 시냇물 같기도 하고, 우물 같기도 한 그림이 나와.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는데, 다 읽고 나니 마지막에 또 그 그림이 나오지. 아마, 레오와 메오가 자기 얼굴을 비춰 봤던 시냇물일지도 몰라. 책을 다 읽고 이 그림을 보면서, 레오와 메오의 얼굴을 떠올려 보게 되네. 참, 내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만들어.

나무와 산새와 시냇물과 버섯이 어울려 숲을 이루듯이 우리도 서로 어울려 사랑한다면 아름다운 숲을 만들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숲의 요정, 버섯 요정, 곡식 요정, 가축 요정일지도 몰라. 요정이 된 내 표정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이 책에서 찾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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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글 백가지
조면희 지음 / 현암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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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옛글'이라면 먼저 한자 표기를 떠올리고 갑갑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요즘 갈래로 따지면 수필에 해당되는 100편의 글을 싣고 있다. 우리 선인들이 한문으로 남긴 글들 중에서 한시와 성리학적 이론을 표현한 글을 빼고 필자 나름으로 번역한 것 중에서 골랐다고 한다. 저 신라 말의 고운 최치원의 글에서부터 조선 후기 실학파인 연암 박지원의 글에 이르기까지 실려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옛글의 형식적인 다양성이다. 전(傳), 설(說), 서(書), 기(記), 시축서(詩軸序), 제문(祭文), 소(疏), 행장(行狀), 계(啓) 등의 다양한 형식을 보여주는데 지금의 수필보다 훨씬 풍부한 형식적 외연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설(說)은 구체적인 사물에 관하여 자기의 의견을 서술하면서, 사리를 설명하여 나가는 문장을 말한다.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이규보의 '슬견설( 犬說)'과 강희맹의 '도둑의 교훈(盜子說)'이 여기에 속한다.

아주 특이한 제목의 글로 눈에 띈 것은 최항의 '비해당 시축서(匪懈堂詩軸序)'이다. 비해당은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 이용의 호로써, 자는 청지이며 서예가로도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글은 비해당이 쓴 시첩의 서문이다. 요즘 시집의 서문격에 해당한다고 여겨진다.

알다시피 제문(祭文)은 제사 때 죽은 이를 조상하는 글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아내, 작은형, 친구, 소실 등으로 다양하다는 게 놀랍다. 그 예로 김종직의 '아내를 제사지내며', 김일손의 '중형인 매헌공을 제사지내며', 정철의 '율곡을 제사하는 글' 등이다. 이시발의 '측실을 애도하며'는 소실의 죽음을 애도하는 제문으로 당시 가족제도를 반영하고 있어 색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다.

옛글을 읽으면서 '글은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을 순간순간 떠올리게 된다. 글을 읽으면 바로 글을 쓴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 선조들이 자신의 글에 최선을 다했으며, 그 속에는 글쓴이의 향기가 가득 담겨 있다고 느껴진다. 최근에 지나치게 짧고 가벼운 글들이 상업적으로 팔려나가는 현실을 되짚어 보게 하는 면도 있다.

최항이 <비해당시축서>에서 '이 세상 기예(技藝)에는 모두 자연의 이치가 숨어 있다. 그러므로 그 이치를 터득하면 반드시 신묘한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라고 짧은 두 문장으로 예술론을 펼치고 있다. 이렇듯 간명하게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은 글쓴이의 예술적 안목이 나름으로 일가를 이루었음을 짐작하게 해 준다.

강희맹의 설(說)이 세 편 실려 있는데, 자식과 후손들에게 바른 가르침을 주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공통된 바탕이다. 이런 글을 통해 볼 때 우리 선조들은 후손들이 바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김종직의 '아내를 제사지내며'는 아내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제문이다. 죽은 아내를 못 잊는 마음이 절절하게 나타나 있다. 또한 이 글은 옛날의 장례 절차를 엿보게 한다. '점필재 선생의 부인 조씨는 성종 18년, 선생 52세 때인 4월 30일 사망, 그해 11월 20일 금산 미곡에 안장되었다.'는 주를 볼 때, 사람이 죽으면 임시로 매장을 했다가 일정한 기간이 지난 뒤에 장례를 치렀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과거 시험이 단순치 않음을 알게 되었다. 또, 양반의 집안에 태어나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짐작이 되었다. 번역자의 자세한 주를 통해 이런 점을 더 잘 알 수 있다.

조선 시대의 과거는 초시-복시-전시의 단계를 거쳐 최종 합격자가 정해진다고 한다. 초시에는 관시(館試)·한성시(漢城試)·향시(鄕試)가 있었다. 시험을 보는 시기에 따라서는 식년시, 알성시, 별시 등으로 나뉜다. 문과의 경우 최종 합격자가 33명인데, 식년시만 치른다고 보면 3년에 33명을 뽑게 된다. 오늘날 사법시험 연간 합격자 수 비교하면 하늘에 별따기임을 알 수 있다.

한꺼번에 다 읽지 말고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으면서, 옛글의 향기에 취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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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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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모>와 함께 나를 찾아 떠나는 모험

모모는 남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아이이다. 남의 말을 그냥 듣는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귀담아 들을 줄 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은 누구든 자기도 모르게 모모에게 끌리지 싶다. '아무튼 모모에게 가 보게!' 아무튼 가 보자. 모모는 어디서 왔을까? 누구든 찾아와 속마음을 털어놓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가게 하는 모모는 우리의 내면 깊이서 솟는 우물인 것 같다. 스스로 내면을 볼 수 있게 하는 거울 같기도 하고.

모모가 살고 있는 곳은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인 원형극장이다. 어른들의 고민 상담소이자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인 원형극장. 말 그대로 원형이 살아 있는 행복한 만남의 공간이다. 조상들이 모여 연극을 보고 토론을 하던 옛날의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 원형극장은 세상의 중심이자 가장 작은 축소판이라 생각된다.

시가를 물고 서류가방을 든 회색신사들, 이 시간 도둑들에 의해 현대인들은 시간을 빼앗기고 허둥댄다. 늘 시간이 모자란다고 외치면서 시간에 쫓겨 나를 돌아볼 여유를 갖질 못한다. 오 분, 십 분이 아깝다고 허둥대는 인물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바로 내 모습이 겹쳐져 보인다. 느긋함, 내면의 만족이 조금씩 사라져 간 삶. 당연히 이웃끼리 나누는 정이나 즐거움이 없다. 어느새 우리 속의 모모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을 아이들이나 안내원 기기, 청소부 베포의 삶이 보여주듯 말이다.

모모와 함께 시간 도둑을 물리치러 가는 거북 카시오페이아를 보면, 앞일을 내다보는 예견력을 누구나 갖고 싶어 할 것이다. 그 답을 찾는 지름길이 거북의 느린 걸음에 있지 않을까? 아주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뒤가, 한 달 뒤가 저절로 보일 지도 모른다. 원형극장에서 '아르고'호를 타고 바다를 탐사하는 동네 아이들의 놀이가 보여주는 풍부한 상상력, 기기가 풀어내는 무궁무진한 이야기, 그리고 작품 전반에 흐르는 삶에 대한 철학적 탐색의 진지함이 <모모>를 더욱 빛내고 있다. 누구든 한번쯤 동화를 써보고 싶은 욕망을 갖게 만드는 훌륭한 동화다. 이제 책을 덮고 내게로 날아오는 '꽃들의 폭풍'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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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도 너무 길다 - 하이쿠 시 모음집
류시화 옮겨엮음 / 이레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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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단 한 줄짜리 시에서 이렇게 많은 말을 듣게 되다니. 그래, 본래 시란 한 마디도 내뱉지 않으면서 다 말하는 비밀을 숨기고 있으니까. 하이쿠, 단 한 줄 말하고 나머지는 여백으로 비워 둔다. 조금만 있으면 그 여백이 나를 가득 채워 울린다. 빗줄기 퍼붓는 칠흑 어둠에서 세상을 비춰주는 찰나의 번개로 오기도 하고, 생의 깊은 샘에서 길어올린 맑은 예지로 오기도 하고, 저녁 안개마냥 막을 수 없는 외로움으로 번지기도 하고, 천지 자연과 하나 되어 노는 즐거움으로, 허무로, 놀라움으로, 그렇게 차 오른다. 그래, 단 한 줄 읽고 가만 놔 두어라. 그러면 모르는 새, 내 안에 세상 하나가 또렷할 것이다.

나비가 사라지자 / 비로소 내 혼이 / 내게로 돌아왔다 -와후(84쪽)

나비와 내가 따로 없는 하나됨의 세계, 그런 막힘없는 영혼을 엿보는 즐거움을 ‘하이쿠’를 통해 누려보자. “저녁에 생각하고, 아침에 생각하라. 하루가 시작될 무렵과 끝날 무렵에는 여행을 중단하라.”-바쇼가 썼다고 전해지는 ‘방랑 규칙’(171쪽) 그러면 맑은 영혼의 소리를 당신도 듣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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