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 중학교 국어교과서 수록도서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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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초에 이 책을 받았다.

표지의 먹구름 낀 하늘과 아파트 앞으로 보이는 벼랑이 눈에 들어왔다.

초록색 말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낭떠러지 위는 오히려 넓고 편안해보이고, 달리는 초록색 말은 자유롭다.

그런 넓은 초원을 뛰고 있는 걸까? 벼랑인지도 모르고 끝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걸까?

5개의 소설에는 각기 다른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나를 우선 잊고 시스템에 적용하라는 학교에서 '이상한 애'로 살고 있는 '나'로 서고 싶은 난조,

학교 속에서 남들처럼 열여덟살의 삶을 살고는 있지만 그 속에서 열등감을 가진 이진.

겉모습이 보여주는 것들이 온전히 자기모습이고 자기 것이라고 믿고 잘못된 선택을 한 난주.

'온전한 나'가 내 것이지만 다른 것은 없는 희수와 다른 것들은 있지만 '나'는 희미한 현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나'를 우선 잊기로 했던 민재.

첫번째 이야기 <바다위의 집>을 읽다가 큰딸이 먼저 읽기 시작했다.

한참 말랑말랑한 사춘기 감성의 큰딸은 <생 레미에서, 희수>편에 꽂혔나보다. 딸의 블로그는 희수와 현우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아직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딘이지 모르고 걷는 느낌도, 그러다가 벼랑끝에 다다른 느낌을 받지는 못했나보다.

다행일까?

사춘기 아이들의 엄마가 된 나는 난조의 엄마에게 이입이 되었다.

우리 애들이 자유롭게 생각하고 진지하게 결정하길 바라고, 또 그런 결정을 따라주겠다고 다짐하지만 나도 '남들처럼'이라는 울타리를 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은 애들이 남들처럼 생각하고 결정해주고 있으니 그 속에서 '이상한 엄마'로 남아있을 수 있는 거겠지. 울타리안에서 헤메고, 내가 누구일까 여기가 어디일까 고민하길 바라는 것도 모순이겠지.

그래도 확실한 것 한가지는, 딸들이 내가 가진 1번이 '자신'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바다위의 집>

엄마가 내게 허용했던 개성과 자유도 결국 '남들처럼'이란 울타리 안에서였다. (p32)

엄마가 그랬잖아. 오늘은 산 사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행복한 건 우리의 이무라고. 엄마, 난 대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순간을 내 걸로 만들며 살고 싶어. (p33)

좀 기다려주면 안돼? 우리들이 바다 위의 집을 떠돌다 자신의 항구를 찾아 닻을 내릴때까지 좀 봐주고 기다려주면 안되냐고! (p40)

<초록빛 말>

알렉산더에게 처음 느꼈던 실망은 단지 볼품없게 생겨서만은 아니었다. 날마다 산기슭에서 분화구까지 오르내리는 알렉산더의 삶은 내 삶과 비슷했다. 집, 학교, 학원, 독서실, 집 학교, 학원, 독서실 집....... 나는 그 길을 의심하거나 고민해본적이 없었다. 분화구로 오르는 길처럼 닳도록 그 길을 걸으면 내가 꿈꾸는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p89)

난 내가 갈기를 휘날리며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말이란 사실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어. 난 늘 꿈을 꾸지. 언젠가는 이 비탈길을 마구 달려 내려가, 산자락이 발을 담그고 있는 저 넓은 호수위를 들판처럼 달리겠다고. (p90)

<벼랑>

한번도 자신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자신을 증명해주는 건 임대 아파트나 브랜드 교복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자신은 온전히 자기 것이었다. (p120)

<생 레미에서, 희수>

현우의 열여덟 살은 대학을 위해 저당 잡혀 있었다. 현우뿐 아니라 현우가 아는 아이들은 거의 다 그랬다. 열여덟 살은 스무 살로 가는 길목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p141)

앉음새도 각각인 채 지하철 바닥에 놓인 발들마다 각기 다른 하루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난 여기서 아무것도 안하며 지내. 내가 여기 왔어야만 했던 필연적인 이유를 순간순간마다 깨닫는 일만으로도 너무 벅차거든. (p163)

<늑대거북의 사랑>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나한테 좋은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게 가장 적절한 선택일 때도 있어. 그게 꼭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야. (p199)

엄마가 내게 허용했던 개성과 자유도 결국 ‘남들처럼‘이란 울타리 안에서였다. - P32

알렉산더에게 처음 느꼈던 실망은 단지 볼품없게 생겨서만은 아니었다. 날마다 산기슭에서 분화구까지 오르내리는 알렉산더의 삶은 내 삶과 비슷했다. 집, 학교, 학원, 독서실, 집 학교, 학원, 독서실 집....... 나는 그 길을 의심하거나 고민해본적이 없었다. 분화구로 오르는 길처럼 닳도록 그 길을 걸으면 내가 꿈꾸는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 P89

한번도 자신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자신을 증명해주는 건 임대 아파트나 브랜드 교복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자신은 온전히 자기 것이었다. - P120

현우의 열여덟 살은 대학을 위해 저당 잡혀 있었다. 현우뿐 아니라 현우가 아는 아이들은 거의 다 그랬다. 열여덟 살은 스무 살로 가는 길목으로써 존재할 뿐이다. - P141

어떤 일을 결정할 때 나한테 좋은 것을 우선순위로 삼는게 가장 적절한 선택일 때도 있어. 그게 꼭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야.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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