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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새 놓아주기 - 틸틸이 찾은 행복의 비밀 이야기나무 오리진 Origin : 스토리텔링을 위한 이야기의 원형 2
김설아 지음, 송민선 그림 / 이야기나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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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의 소중한 글

 

 

나에겐 병이 있는데 그건 '인생이란게 뭘까'라고 시도 때도 없이 생각하는 것이다. 이미 살고 있으면서도 산다는게 뭔지 궁금해한다는 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때 그런 습관이 싫어서 '인생'이라는 단어조차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이내 실패하고 말았다.

… 누군가는 돈을 찻듯이, 누군가는 명예를 찾듯이, 누군가는 사랑을 찾고 누군가는 진리를 찾아 헤맨다. 나는 이런 방황이, 살고 있으면서 삶을 찾는 모습과 같다는 것을 파랑새를 통해 배웠다.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무언가를 찾고 있지만, 그것은 물을 찾아 헤매는 물고기의 모습과 같은 것이라고 이 이야기는 말한다.

 

                                                                             - 에필로그 중에서-

 

 

'파랑새'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남매가 파랑새를 찾아 모험을 떠났는데 알고보니 파랑새는 집에 있었다는 줄거리.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는 교훈을 준다.


이야기 나무에서 출간한 <파랑새 놓아주기>는 우리가 알고 있던 파랑새 이야기를 좀 더 성숙한 관점으로 들여다봤다.

파랑새로 상징되는 행복, 진리, 삶 등 우리가 궁극적으로 얻으려는 것은 실은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틸틸과 미틸이 꿈에서 깨어 집으로 돌아왔을 때 평범한 멧비둘기가 있다고 생각했던 새장에는 파랑새가 있었다.

집안에 있는 파랑새를 찾아 모험을 떠난 아이들처럼, 또 살고 있으면서 산다는 것이 뭔지 궁금한 작가처럼,

우리는 우리가 속한 세계를 찾아 끊임없이 헤매는 존재일 것이다.


<파랑새 놓아주기>의 결말에서 주인공 틸틸은 집안에 있었던 파랑새를 발견했지만 곧 그것을 놓친다.

그것은 우연히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파랑새와 파랑새를 쫓는 사람들 간의 숙명이다.

삶이나 진리 등이 특정 개념으로 포섭될 수 없는 것처럼

곁에 있었던 파랑새였지만 어떤 우상으로 소유되는 것은 그것의 본질과 어긋난다.

깨달으려하면 깨닫지 못한다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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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 개정판 다빈치 art 12
이중섭 지음, 박재삼 옮김 / 다빈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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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중 크리스마스이브를 소재로 한 작품이 있다. 성탄전야를 함께 보내고픈 연인의 이야기다. 젊은 남녀에겐 사랑을 나눌 방 한 칸이 필요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공간이 필요하다. 연인, 부부, 가족에겐 함께 있을 곳이 필요하다. 함께하기 위해서는 마음과 의지 말고도 여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중섭1916-1956 편지와 그림들>은 가난 때문에 함께 머무르지 못한 남녀의 애절함이 오간 흔적이다. 이 편지와 그림들은 주인공이 이중섭이기에 세간에 알려지고 읽힌다. 하지만 비단 유명 화가의 것이 아니라도 물리적으로 떨어진 가족이 시차를 두고 주고받는 서신은 sns의 즉각적인 반응에 익숙해진 현대인이라면 주목할 만한 감성이다.

 

요즘은 연인을 비롯해 거의 모든 사람과 24시간 연락 가능한 상태에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보다 사람들은 더 친밀해지지 않았다. 우린 전화로, 문자로, sns로, 무수히 많은 말들을 서로에게 해대지만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본질은 말들의 양이 아니라 무게에 있다. 은박지에 꾹꾹 눌러 그림을 그리듯, 그렇게 전한 메시지는 아내에게 전달되고 지금까지 회자된다. 그의 문장이 아니라 진심이 남은 것이다.

 

그림이 좋아서 화가를 좋아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화가가 좋아서 그림을 좋아하는 경우도 있다. 반 고흐가 그랬다. 고흐의 작품이 아니라 <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고 고흐를 좋아했다. 이제 이중섭도 그렇다. 유명한 작품이라도 모두에게 사랑받지는 않는다. 이중섭의 그림을 그다지 아름답게 여기지 않았지만 그의 편지를 읽으면서 보는 그림은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그의 편지를 읽는 것은 어떤 해설을 보는 것보다 그림을 이해하는 좋은 지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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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사서 - 3천 년 역사를 이끈 혁신, 전략, 인재, 소통의 비전
김원중 지음 / 민음인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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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사서는 CEO들을 위한 능력개발 도서다. 지금의 성공한 인물들의 경험담을 얘기하는 식의 평범한 자기개발서는 아니다. 한편으로는 인문학 도서다. 시대를 막론하는 고전속의 지혜를 알려준다. 하지만 읽는 중에는 옛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쉽고 재밌다. 무엇보다 흥미롭다. 옛 사람들이 가졌던 생각, 상황에 따른 처세, 사람 간의 관계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행동에서 본받을 점과 타산지석 삼을 점을 발견하게 된다. 경영사서에서 소개하는 네 가지 고전은 한비자, 손자병법, 사기, 정관정요다.

 

사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사기’는 사마천 사후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것은 총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그중 경영사서에서 주목한 부분은 사기 열전이다. 김원중은 사기를 통해 ‘인재경영’에 대해 얘기한다. 사기 본기가 제왕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사기 세가가 제후들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사기 열전은 왕과 제후 밑에 있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마천은 총 69편의 열전을 썼지만, 지금은 사마천 본인을 열전의 인물 중 한명으로 포함시켜 70편의 열전이라 한다.

 

저자는 ‘인재들은 왜 진나라로 모여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기 전, 진 외에도 막강한 국가들이 있었지만 인재들은 진나라로 모였다. 그 대답을 초나라 출신의 인물 이사가 진시황을 설득하는 내용으로 설명한다.

 

“대체로 진나라에서 나지 않는 물건 가운데 보배로운 것이 많으며 진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은 인재 가운 가운데 충성스런 인물이 많습니다. 지금 빈객을 내쫓아 적국을 이롭게 하고 나라 밖으로 제후들에게 원한을 사면 나라가 위태롭지 않기를 바라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진시황은 이사의 말을 받아들였고 이사를 중용했다. 타국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기에, 태어난 땅에서 뜻을 펼치지 못한 이들이 진으로 모였다. 이 이야기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옛날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경영을 한다는 등 사람을 고용해야하는 입장이라면 더욱 실감나게 들릴 것 같다. 하지만 꼭 경영에 한정하지 않고도, 사기에서 알려주는 것은 사람 사이, 관계의 기술이다. 시대가 바뀌고 풍경이 바뀌었어도, 신뢰로서 관계를 맺고 신의를 지켜야 함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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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노래의 숲을 거닐다 - 향가 고려가요 시조 가사 민요 등으로 만나는 우리의 고전 시가
김용찬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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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가사를 외면서 노래 부르는 사람은 드물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노래를 듣고, 부르고, 어떤 노래는 마음에 담는다. 개인적으로는 멜로디를 즐기더라도, 가슴에 와닿는 것은 가사다.

노래를 부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말로는 부족한 그 무엇을 노래로 표현했다.

얼마 전 ‘리더스가이드’에서 나온 <옛 노래의 숲을 거닐다>는 우리의 옛 노래를, 그러면서 오래됐지만 익숙한 정서를 소개한다.

 

1부에서는 향가, 고려가요, 시조 등 노래가 발전한 갈래를 소개하고, 2부에서는 삶의 애환을 담은 노래,

3부는 사랑, 4부는 충성과 자연을 부른 노래들을 소개한다.

삶의 애환이나 사랑은 여전히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임금에 대한 충성은 이제는 공감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내가 가장 반한 노래는 4부에 있었다.

 

 

1.

있으려무나, 부디 가겠느냐? 아니 가지는 못하겠느냐?

공연히 싫어졌느냐? 남의 말을 들었느냐?

그래도 너무 애닯구나. 가는 뜻이나 말해 보려무나.

 

 

2.

말은 그만 가자고 울고, 님은 붙잡고 우네

석양은 고개 너머 지고, 가야 할 길은 천 리나 되는구나

임이여, 가는 나를 잡을 게 아니라 지는 해를 붙드소서

 

 

1은 조선시대 성종임금이 아끼는 신하가 고향으로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지은 것이고, 2는 조선후기 작자미상의 시조다. 대상은 다르더라도 누군가를 아껴본 경험이 있고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저 노래가 그저 옛날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내가 먼저 끝내자고 결심한 연인이라도 이별의 순간은 아프다. 자연스러운 죽음이 슬픈 까닭도 영원한 이별이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사람들은 서로 다투기도 하지만 타인과 만나고 정들고 이별한다.

 

이렇게 오래전의 사람이 부른 노래에 공감하는 것은 어쩐지 따뜻하다.

사람이 개체로 분리돼 홀로 있다고 하지만, 그래서 때때로 외롭지만,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미래까지 모든 사람과 함께 있는 듯한 기분.

 

옛 노래의 숲에서 만나는 것은 비단 옛날의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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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에 대하여 - 가오싱젠의 미학과 예술론
가오싱젠 지음, 박주은 옮김 / 돌베개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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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하지만 나는 가오싱젠을 몰랐다. 그의 소설을 읽은 것도 아니고 창작활동을 하는 것도 아닌 내가 <창작에 대하여>를 통해 그의 문학론을 만난 건 우연이다. 하지만 그냥 스치고 지나가 다시 볼일 없는 만남은 아닌 것 같다. 나는 그의 글로 말미암아 꽤 많은 생각을 한다.

 

의미와 메시지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다. 작품을 볼 때 그 자체로 감상하기보다는 작가의 의도를 찾거나 작품의 사회적 의미를 억지스럽게 해석한다. 그리곤 메시지가 내 입맛에 맞느냐의 여부로 작품을 좋아하거나 싫어한다. 이것이 작가에게 폭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지성인인 작가의 사회적 책임을 운운하며 자신을 변명한다. 이 태도는 내가 20대 초반부터 지녔던 것으로, 당시에는 나름의 고민을 가지고 취했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는 아무 고민 없이, 왜 그래야하는지 자신조차 설득하지 않은 채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고 판단하던 대로 판단했다. 다른 생각을 접하지 않았기에 배척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다가, <창작에 대하여> 30페이지에서 아찔한 문장과 마주쳤다.

 

 

“사실 혼잣말이야말로 문학의 시작입니다. 세상과의 소통은 그다음입니다.”

 

 

문학의 역할을 당위처럼 여기며 그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기에, 저 문장은 뜻밖의 반격이었다. 가오싱젠은 말한다.

 

 

“정치적 올바름에 순응하는 문학은 시간이 흐르면 그냥 종이 쓰레기가 될 뿐입니다. 문학은 현실의 이해관계 너머에 있어야 합니다. 작가는 삶의 진실을 대면할 뿐 가치관 같은 것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습니다.”

 

 

나는 얼마나 정치적 올바름과 삶의 진실을 혼동하고 있나. 한때는 정치적 올바름이야말로 삶의 진실이며, 그것을 내가 살 이유로 삼겠다며 철없이 다짐했다. 살다보니 별 이유 없이 살고 있다. 사는 것 자체가 이유라는 쪽이 차라리 솔직하다. 이상은 쑥스러운 과거가 됐다. 세상을 향한 포부였던 내 정치적 올바름은 그저 개인적 가치관으로 변했고, 지금은 그마저도 지나간 유행처럼 느껴진다.

나는 지금, 그러면서 내가 삶의 진실까지 싸잡아 폐기처분하려 하진 않았는지 묻고 있다.

 

 

“문학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은, 혹은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어떤 실상을 발견하고 드러내는 데 그 가치가 있습니다.”

 

 

이 문장이 덩그러니 있었다면 나는 실상이란 것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곡해한 것이라 오해했을 거다. 하지만 가오싱젠이 발견하는 실상은 정치와는 무관한 삶 자체의 곤경이다.

 

 

“문학은 이런저런 주의의 속박에서 벗어나 인간 삶의 곤경으로 돌아왔지만, 삶의 곤경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 곤경은 문학의 영원한 주제가 될 것입니다.”

 

 

정치나 경제, 역사와 무관하게 인간 삶이 처한 곤경이 있다. 이것은 처음부터 벗어나지 않도록 기획됐을 것이다. 벗어날 수 없으며, 벗어날 필요도 없고, 벗어나서도 안 되는, 우리 운명의 속성으로 포함된 어떤 곤경.

 

 

“역사라는 긴 강은 결코 진보하기 위해 흘러가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시대의 문학이 고대 그리스의 문학보다 더 진보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인간 본성이 그때에 비해 한참 나아졌다고 말할 수도 없고요.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 세상은 존재하고, 문학은 그 세계를 인식하고자 노력할 뿐입니다.”

 

 

가오싱젠의 문학이론이 단지 창작론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삶을 보는 관점이다. 인류는 진보하지 않는다. 나는 이 명제를 인정하면서 삶의 방향을 상실했다. 혹은 이것을 내 불안한 삶의 핑계로 삼았다. 지금 이 순간이 더 나은 다음을 위해 있는게 아닌데도 말이다. 이 순간의 진실을 발견하고 마주하는 용기를 가져야겠다.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도 않았지만, 가오싱젠의 창작은 세태소설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괴로운 작업일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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