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이야기지만 솔직히 돈이 아깝다. 한페이지에 글 한줄 씩 들어있다니. 아이들 그림책도 아니고 이건 아무리 봐도 장수를 늘리려는 계책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서서 5분이면 다 읽는 책. 거기에 얼마나 설명을 더하랴. 이 글은 책으로 나와서는 안될 글이다. 그대로 인터넷에 돌아다니기만 했어야할 글이다. 순수한 글을 상업으로 엮은 모습이 기분 나쁘다.
아버지께서는 책을 잘 안 읽으신다. 그런데 어느날 아버지께서 안경까지 쓰시고 한숨까지 쉬시며 열심히 읽으시는 책을 발견했다. 징비록. 내가 며칠전 사놓고 쳐박아두었던 책이었다. 나보다 아버지께서 먼저 읽으실 줄이야. 아버지께선 책 속에서 지금의 모습과 똑같은 우리나라를 보셨다고 한다. 미래를 보지 못하는 나라. 조국을 위해 일하는 진실한 신하들은 바보가 되고 미련하고 무딘 신하들이 이끄는 군대는 일인들의 재물이 되고. 발밑의 충직한 신하보다 명나라의 군대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임금. 이 책은 그간 우리 머리속에 심겨있던 자랑스런 한국인, 논개, 만인의총, 칠백의총, 행주산성, 의병 들의 이름들을 잊어버릴 만큼 강력하고 생생하게 임진왜란 당시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준다. 왜 우리는 밟힐 수 밖에 없는 가. 예전부터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유전인가... 안타까움과 절망이 이 책을 읽는 나의 마음에 베어들었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는 울었다.
하멜 표류기, 하멜 표류기 하는데 대체 어디서 하멜 표류기를 얻을 수 있을까. 몇년전까지만 해도 그 물음에 답하기란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 역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제대로 된 번역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 또한 여러 서점을 전전긍긍 하며 돌아다녔으나 하멜 표류기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그런데 얼마 전 시립 도서관에서 이 책을 찾아냈다. 책꽂이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쁘고 감격했는지 모른다. 드디어 내가 하멜의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구나 하고. 두근 거리는 가슴을 쓸고 읽어내려가는 하멜 표류기. 그들의 비극이라고 할 수도 있는 삶을 차분히 적어내려가는 하멜. 그리고 그 하멜의 이야기를 충실히 풀이해낸 역자. 개인적으로 역자이신 강준석님께 큰 점수를 드리고 싶다. 하멜 표류기를 처음 접하는 데도 책 내용은 크게 무리가 없이 술술 읽어졌다. 다양한 부록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각 선원들의 이름이나 지명들은 국문학이나 지리학적으로도 유용할 듯 싶다.
우리나라 근대사를 조사하다보면 꼭 나타나는 책이 있다. 로웰의 '조선 -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이 책 때문에 우리나라가 서양인들에게 '조용한 아침의 나라' 라고 불려왔다. 또 우리 스스로도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대명사를 참 분위기 있고 좋게 듣는다.하지만 그 유명한 책이 그간 소개가 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아무리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검색해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조경철 박사께서 제목을 살짝 바꿔서 최근에 번역, 출간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에 책을 구입했다.약간 빡빡하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연과 풍습에 대한 로웰의 멋들어진 감상과 한국인이 처음 접하는 신기한 조선의 모습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그 옛날 흰 옷입은 그 시절에 대한 나도 모를 그리움과 애틋한 감정이 솟아 오른다.이 책을 번역하신 조경철 박사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원더풀 데이즈' 라는 모처럼 나타난 우리 극장 애니메이션을 글로 옮긴 책입니다.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온전히 전할 수는 없겠지만, 극장에서 놓쳤던 세세한 부분을 책을 통해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책을 열어보면 번쩍거리는 화려한 그림들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하지만 그림들이 인물들은 잘 보여주지 않고 '애써서 만든' 배경 화면 만 보여주는 것 같아 조금 아쉽습니다. 그러나 그 배경화면이라는 것이 굉장히 아름답고 볼만합니다. 책의 줄거리 자체만 보면 결말이 싱겁다는 느낌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그림들과 함께 부담없이 읽기에는 괜찮은 줄거리 입니다. 애니에서의 내용을 조금 보강하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극장판과 거의 똑같네요. 예담에서 나온 책들이 대개 그렇듯이 '원더풀 데이즈'도 집의 책장 한곳에 꽂아두면 '폼나는 책' 입니다. 책의 겉표지가 굉장히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