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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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엘료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소설이다. 가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니라는 게 그의 마음에 걸린 모양이지만 소설가가 그의 상상에 장애가 있다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대중이 꺼려하는 문제를 적확하게 파고들어 헤치는 것이 작가의 소명이다. 동정녀 마리와 이름이 같은 창녀의 성스런 직업의식이 이 책의 주제이다. 책을 읽고 사람을 관찰하고 무엇보다 자기 생을 걸고 한계를 돌파해 내겠다는 인간적 의지가 있기에 그녀는 성의, 인생의 탐험가가 될 수 있다. 목적없는 삶, 그래서 무의미한 삶을 사는 사람들, 회사나 조직에 얽매여 어떻게 하면 노예의식으로 좀 더 무장하여 생존을 지속할 수 있을까 하고 비겁한 고민에 허우적대는 현대 군상들에 대한 끊임없는 조소이다. 오로지 자신의 몸을 자본으로 삼아도 될 직업에도 두뇌와 가슴을 이용하고 한계를 돌파하려는 마리아의 태도에서 지저분한 삶이지만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성이란 세속에서 관찰되어야 할 것이다. 11분을 위하여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가치들을 포기하고 사는가. 인생이 길지 않음에도 정말 유의미한 순간은 고작해야 11분이다. 저자는 일을 벌이지도 않고, 패배하고, 아파하는 현대판 노예들에 대해 신랄한 침을 놓는다. 훌륭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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