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김훈의 작가 정신이 그대로 투영되어있다. 일생일멸(一生一滅) 한번 태어나 한번 죽는 것이다. 김훈을 읽다 보면 처연함을 보거나 죽음에 대한 미의식을 볼 수 있다. 죽음에 대한 미의식은 이 소설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는 왕의 순장, 이사부, 우륵, 비화의 죽음에 처절한 사실성을 보여 준다. 똥물, 배설물. 죽음이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고 죽음은 더럽다는 걸 그대로 보였다. 이런 게 미의식이냐고 묻는다면, 미가 아니면 저자가 그토록 천착했겠는가. 미추란 본시 없는 것이다 추한 것을 추한대로 그려 내는 미의식이다. 김훈은 살아 있을 때만 음인, 그 음을 만드는 장인의 이야기로 지쳐 울부짖는 현대인에게 아주 나즈막히 말한다. 살아 있을 때만 생명이다. 죽음은 감내해야 하는 것이니 이를 각오하고 현실에 살아라. 김훈은 서사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일러두기에서 이르다시피 연대를 따른다거나 역사를 배우려 하지 말라. 이야기는 이사부와 야로, 우륵으로 삼분된다. 이사부는 칼로 칼(야로)를 베었지만 음(우륵)은 벨 수 없다. 음이란 원래 없는 것이다. 없어지는 것이다. 음이란 바람인 것이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하는 슬픈 존재이다. 음은 생긴다. 음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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