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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ㅣ 누구나 철학총서 2
박병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말할 수 없는 부분에 침묵하라는 비트겐슈타인의 명제는 절대적인가. 그 명제의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가. 그 명제는 결국 동어반복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세상을 해석하는 도구로서 그 명제 자체로는 타당할 것이다. 김춘수의 시 꽃은 이름 붙이기가 의미획득의 수단이다. 그러나 비트겐슈타인의 입장은 다르다. 의미있는 것에만 이름을 붙일수 있다는 것이다. 도가도 비상도라는 노자의 입장과도 다르다. 허상들에 대한 철학적 명제는 문법적 오류이므로 철학의 수단으로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형이상학의 많은 문장들은 엄밀히 말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비트겐슈타인을 오해하는 것은 어떨까. 너무 그의 사고를 추적할 필요가 있을까.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위대하게 오해하여 그만의 철학을 만들어낸 사르트르의 전례도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입문자로 느낀 것은 이 책이 핵심공략보다는 전반적인 소개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핵심을 위해서는 정치한 이론이 아니라 저자의 주관적인 편견이 도움이 된다는 게 나의 경험이다. 이 글이 고교 졸업한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그것은 출판사의 자신감일 뿐이다. 10%만 얻어도 성공하는 것이니 모쪼록 주눅들지 말고 다시 한 번 읽어보라고 하는 것이 자신없는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