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사기다

책벌레
클라스 후이징 지음, 박민수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1월

텍스트는 거짓이다. 포장이다. 쓰는 자도 읽는 자도 현혹될 뿐이다. 그런 착각 속에 생의 활력은 점점 힘을 잃는다. 과잉한 지식욕의 비극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은 얽혀 있다. 단순한 게 좋은 사람은 화 난다. 소설 두 개와 소설 하나의 주인공이 쓴 에세이로 짜여져 있다. 그 세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소설 하나의 주인공(팔코)은 소설 하나의 주인공(티니우스)을 모방하고 있다. 영화 시나리오 같이 씬#1 이런 식으로 범죄를 묘사하기도 하고, 괄호를 쳐 대며 자신이 앞에 한 진술에 딴지를 걸기도 한다. 소설에서 나타나는 공포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책없는 생활에 대한 공포, 그 둘은 세계 종말 즉 최후의 심판에 대한 공포. 그러나 둘 다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여기저기 세태비판(지금의 현실이 세기말적 현상이라는)을 깔아 두었다.

책은 '자연'이고 '고아'이며 또한 '창녀'이다. 책에 대한 저자의 넓은 사유는 이 책을 소설로만 읽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재밌지만 재미없는 책이다. 소설의 이해를 위한 기본적 교양이 부족하여 그럴 것이다. (교양이 없으면 아포리즘은 언제나 애매할 뿐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느린 독서를 강조하고 있는데 느리게 읽으면 (스피드 시대에 저자의 과욕이긴 하다) 또 다른 맛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책을 사 모아서 읽는 것과 빌려 읽는 것은 다르다. 사서 읽는 것은 언제든 침착하게 읽을 수 있다. 언제나 접근가능한 텍스트가 된다. 그러나 빌려 읽는 것은 일회적 독서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책을 사 댄다. 그러나 집에 있는 책도 일회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많은 주저를 이겨야 읽을 수 있다. 리프킨의 조언처럼 이제는 '소유'가 아니라 '접속'의 개념이 필요하다. 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나 접속 가능한 도서관(인터넷)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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