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곡예사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초능력을 보여주면 백만불을 주겠노라고 공언한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는 결국 백만불을 사용하지 않고 끝이 났다. 따라서 세상에 공중부양은 불가능하다고 단정된다. 그러나 원더보이 월트는 공중부양을 한다. 속임수 없는 사실이다. 피나는 훈련 덕분에 이룬 결과이다. 물론 소설 속의 이야기다. 소설은 픽션이라고 학교에서 가르친다. 따라서 월트를 공중부양의 증거로 내세울 수 없다. 소설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설은 왜 거짓말을 할까. 원더보이 월터가 왜 뒤늦게 그의 편력사를 이야기할까. 세상에 아주 진기한 재주가 있더라도 삶은 순탄하지 않다. 우연으로 점칠 되어 있을 뿐이다. 그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월트는 수와 이솝을 KKK단에게 잃고 예후디 사부를 슬림 삼촌에게 잃었다. 인생은 끝없는 상실이다. 그 인생에서 좋았던 일만을 의식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야후디 사부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또한 늙은 월트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당신 자신을 멈추고 새롭게 출발하라. 모든 것은 그 출발에서 다시 시작된다. 과거와 절연하는 태도는 긴장되긴 하지만 인생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폴 오스터의 문장력과 음악성 등은 모르겠다. 그러나 그만의 개성이 글에 묻어 있는 건 사실이다. 국적불명의 작가라는 칭송을 듣는 저자의 작품에서 '아메리카'라는 장소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소설은 미국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작품도 그렇다. KKK단과 시카고 마피아 그리고 감옥과 군대의 양자택일, 메이저 리그, 인디언 등은 미국만의 이야기가 있다. 루키의 성공, 선조의 희생, 복수관념(월트는 결국 외삼촌 슬림을 죽이지지만 그는 그로인해 죄를 받지 않는다. 미국 서부식 자력구제이다)등도 거칠지만 그 예가 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