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천 -상
에바토 데쓰오 / 대광출판사 / 1994년 7월
평점 :
품절


일본 기업소설에는 종합상사를 무대로 하는 이야기가 많다. 종합상사가 그만큼 다이나믹하고 동물적인 조직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사는 수명이 다한 듯 보인다. 그들의 무역기능은 제조업체가 독자적으로 가져가고 금융기능은 시장확장을 노리는 금융회사에, 정보기능은 인터넷에 그 자리를 내주었다. 이 소설은 이런 현실에서 인력삭감을 노리는 경영진(executives)과 일거리를 달라고 항명하는 조직원들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두 축으로 전개된다. 가야마와 이와모리가 동상이몽을 품은 채 I국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는 이야기와 제목으로 봐서는 주인공이 분명한 기타노가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과정 (새로운 사업기회란 유기농업이다)이 그 둘이다.

<좌천>은 손에 땀을 쥔다는 박진감과는 거리가 멀다. 상상하거나 (소설을 쓰는 도야마) 상부에 반항하는 자(기타노)는 가치없이 먹이감이 될 수 밖에 없다. 책은 본격적으로 리엔지니어링 소설이라고 선전하지만 소설에서는 리엔지니어링이 전혀 안 되고 있다. 불안한 상사맨들의 우려와 창가(window)족(族)의 불쌍한 복지부동만이 있을 뿐이다. 어쨌든 한 조직의 짐이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lay off가 거의 불가능했던 90년대 초의 노동 경직적인 일본의 이야기다. 사람은 각자의 뜻으로 산다. 그러니 누구를 비난하거나 누구에게도 비난받을 일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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