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일 자살을 결심한 남자가 다시 생의 의욕을 찾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소설에서는 천둥을 매개로 이를 이야기한다. 천둥이 치던 날 그는 어머니를 잃었고 수 십년 후에 다시 천둥이 치던 날 그 날과 똑같이 장난질을 하면서 (그러나 공포는 극복되었다.) 집으로 돌아간다. 아무도 없는 빈 집으로. 문제는 그 발생점에서 푸는 것이다. 소설의 수미상관식 구성을 위한 시도로 보이기도 하고 신경증의 원인을 밝히면 절로 치료된다는 그런 정신분석학적 믿음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의 고독은 부모의 부재덕이다. 명확하게 안 나오지만 조나단의 모친은 유태인으로 보인다. 이 후 부정한 아내와 사라져 버린 여동생에게 다시 버림을 받았다. 그래서 홀로 살았다. 그 불안한 고독은 공포를 낳았다. 그 공포의 정체는 비둘기다. 비둘기가 상징하는 평화라는 것이 공포스러운 것은 전쟁과 광기의 기억일 것이고 그 불안을 극복하는 것이 자유로운 삶의 요체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혼자 살기 위해서는 조그만 방과 의학사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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