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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천재와 유령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이유는 그 천재의 능력이 범인의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에릭은 공간과 음악의 천재였다. 그러나 그는 실패했다. 잘못된 사랑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가슴이 아린다. 수없는 독자 서평이 그런 식이다. 그러나 재능 없는 야수였다면 어떻게 될까? 그는 일말의 동정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인권'의 시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 인간은 천부적으로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 형제애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1948년에 선포된 세계 인권선언 1조다. 이 소설을 읽고 인권을 떠올리다니 드디어 값싼 감상이 메말라 가는 모양이다.
야수가 미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일그러진 사랑은 죽음과 동격이 되어 버린다. 정상인의 시각에서는 해피엔딩이다. 야수는 어차피 죽을 운명이다. 야수는 그런 운명을 극복하려 초인적인 노력을 한다. 그러나 성공의 순간 주로 '포기'한다. 그래서 그는 초인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 된다. 사랑에 실패해야 인간이 되는 야수의 슬픈 운명.
이 소설은 한 천재의 지고 지순한 사랑이야기다. 사랑이란 상대방의 편이 되는 것이며 사랑은 주는 것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랑을 찾아 떠나 버린 미녀는 나이 어린 귀족과 도망가서 필시 가난하게 살았을 것이다. 서로의 불륜을 묵인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버림을 받았다면 불행하게도 살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