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은 자유와 사랑의 대립과 화해로 이 글을 풀었다. 자유는 피지배자(한센병환자)의 덕목이요 사랑은 지배자(조백헌)가 추구해야 하는 덕목이다. 3부에서의 조백헌은 자유와 사랑의 배타성에 맞서는 태도를 보인다. 나병이라는 건 고통을 잊게 하는 병이다. 세상과 자신에 대해 끝없이 무감각해져가는 천형인 것이다. 이청준은 그런 무감각에 인간다움에 대한 갈망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저자의 그런 시각은 사랑이라는 무기로 환자를 연성화 시키는 건강인의 시각이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이 글은 결국 나병과 건강인의 공존이다. 그 공존의 그늘이 제목인 '당신들의 천국'이다. '당신들의 천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야유하는 상징이다. 소록도는 조백헌의 천국인가? 아니면 나병환자의 천국이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그 중심에 선다. '자유는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천부인권이다.' 하는 생각에 들어서면 이상욱의 자유 쟁취론 혹은 황장로의 자유 무용론은 의미가 없어진다. 진실로 진실로 자유롭기 위해 조백헌이 간척사업을 한 것이고 축구를 시킨 것이다. 이상욱의 조백헌에 대한 반발은 조백헌의 신념, 최고 최선의 명분을 혼자 독차지 하려는 오만이었을 것이다.화해가 씨앗이 되어 소록도의 인간공존 (환자와 사람의 갈등이 아닌)은 언젠가 이루어지고 말 것이라는 희망을 보여주려는 의도이었겠지만 건강인(서미연)과 음성병력인(윤해원)과의 결혼도 숨겨진 위장에 포커스를 댄다면 이상욱의 귀향과 함께 섣부른 화해의 상징일 뿐이다. 그러나 소설의 거대한 스케일이 맘에 든다. 정치하게 군부독재를 상징해 내었다. 물론 점령자의 사랑을 화해의 도구로 말하는게 맘이 안들긴 하지만 이 책은 충실한 그 시절의 반영이다. 또한 전혀 다르게 빈곤한 삶의 개혁을 위한 불씨의 상징을 조백헌에게 부여해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