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딜러 1
포 브론슨 / 길벗 / 1995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도 한국처럼 증권사와 펀드 운용사 (즉 펀드 매니저)간 유착관계가 있다. 그들의 리베이트와 접대 또한 관행이다. 이 소설에 나온다. 세상은 어디나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소설은 중역(존 화이트)과 관리자(코요테 잭), 실무자(시드니 기드) 등 각자의 탐욕과 공포를 그려 내고 있다. 이 둘은 자본주의를 이끌어 가는 심리기제이다. 스탁 옵션(stock option)은 탐욕의 미끼가 되고 해고는 공포의 덫이 된다. 세일즈맨이 불평을 하면서도 부단히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가난이 두렵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욕망이 두렵기 때문이다.
소설은 채권을 팔아야 하는 상업은행원(한국으로 따지면 증권사 직원이다)을 보여 준다. 스토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채권이라는 총알을 쏘아 대는 소총수들의 이야기를 그냥 들려 줄 뿐이다. 그들은 수치를 조작하고, 시간을 조작하고, 언어를 조작한다. 물론 합법적이다. 그래서 더욱 문제가 된다. 그 해결책은 '이지노'라는 루키(rookie)이다. 풋내기가 성공하는 미국 특유의 이야기다. 젊음과 미숙을 용인해야 하는 사회에서 기득권 세력은 언제나 '긴장'과 '합리'로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세대간 견제와 균형이 미국의 갑옷이다.
전형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캐릭터의 성격이 변하는 자가 주인공이라면 이 소설은 시드가 주인공이 된다. 그는 불만이 많다. 1년에 50만불의 연봉을 받지만 불평이 많다. 그는 오로지 스탁옵션을 위해서 일한다. 그러다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혼란스럽다가 결국 자기 머리로 사고하게 된다. 더 이상은 속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급진적인 자본주의 이야기를 한다. 기업이 정부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나라 (그 나라는 카리브해의 도미니카 공화국이다)를 하나의 기업이 지배할 수 있다. 그 도구는 채권이다. 나라가 빚 때문에 망할 수도 있다는 가르침이다. 국제사회도 양심보다는 돈으로 움직이니 국가도 돈을 많이 비축하여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