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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 - 사회 귀족의 나라에서 아웃사이더로 살기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극우, 조선일보, 르펜. 이런 단어는 '배제'를 떠올리게 한다. 부드러운 똘레랑스 역시도 앵똘레랑스에 대한 배제를 요구한다. 홍세화에게 있어 '공화'와 말이 안 통하는 '극우'는 팽팽하게 대치하고만 있다. 다른 사람들이 주장하는 조선일보에게 제 몫을 찾아주는 것은 어떨까. 존재이유를 포기할 수 없으니 그에 적합한 몫을 주자. 유료독자의 5%정도는 조선일보를 읽어도 좋다. 이런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저자 역시도 극단적 배제의 논리를 거부하고 너그럽게 용인할 수 있는 사회가 목적이다. 그래서 반민주 또는 앙시엥 레짐이 되어버린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잣대로 한국사회를 재단하는 홍세화 특유의 글쓰기를 보여준다. 자(Ruler)가 중요한게 아니니 그의 방식을 비난하면 곤란하다. 격물을 하는데 자를 탓해서야 무엇하겠는가. 자야 많고 다양할수록 좋은 것이다.
공화국에 대한 토론의 장을 열자는 저자의 주장은 국가의 정체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국가의 지배구조가 무엇인가? 기업 지배구조 못지 않게 국가의 지배구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부르디외는 국가의 오른손이란 비유로, 저자는 사회귀족이라는 비유로 이너서클 (즉 강자들의 연대)을 조롱한다.
약자가 연대하지 못하고 강자가 연대하는 사회는 억압될 수 밖에 없다. '파리의 택시운전사'는 별 다섯개, 뒤이어 나온 '세느강은 좌우로 흐르고 ...'은 별셋. 이 책은 별 넷이다. 그의 자유롭고도 용감한 '사병정신'은 언제나 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