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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
이청준 지음 / 열림원 / 2000년 1월
평점 :
절판
이야기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당신과 나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 이야기다. 회귀하거나 도는 이런 고리 같은 게 이야기다. 이것이 저자가 인식하는 세상 혹은 그 은유로서 이야기의 모습이다. 노마드 (유랑인)와 정착인. 그들은 삶의 본질에서 같다. 다름은 피상이다. 결국 이야기란 살아가는 것이며 이 또한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다. 세익스피어가 톰 클랜시가 우리에게 읽히는 이유도 그 근저에 자리잡은 동일함이다. 이청준은 자신의 습작세월을 무소작 씨 (아무 일도 하는 게, 한 게 없는 사람)란 인물로 정형화 하여 그의 편력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결국 이야기란 진실을 포장해야 한다는 것, 진실이 없는 거짓 이야기로는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그런 메시지를 품고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인문주의자 (혹은 삶의 표류자) 무소작씨가 이야기 속의 꽃씨 할머니가 되는 과정이다. 물론 메타포이다. 꽃씨 할머니는 흔들리는 그의 삶의 뿌리이며 집만 지키기는 그의 유년과 편력의 중년이 합치되는 지점이다. 이로써 상징이 상징다워지고 이야기의 발단이 의미를 획득한다. 재미를 원하는 자 읽지 마시고 우화를 통한 그 상징의 의미를 캐 내는데 관심있는 저자의 팬들은 일독이 가치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