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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소로는 한마디로 자연인이다. 야생능금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자연의 미미한 변화(가을의 빛깔)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자연 속에서의 안빈낙도를 꿈꾼다. 무엇보다 올바른 개인의 힘을 신뢰하는 발랄한 그의 낙관성은 존중받아야 한다.소로가 왜 톨스토이나 간디의 비폭력주의에 영향을 미쳤을까? 아마 인공적이고 강압적인 제도보다는 자연적이고 자발적인 질서를 존중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말이나 글도 좋지만 그 말과 글에 어긋남이 없는 소박한 그의 인생을 배워야 할 것이다. 책을 읽으며 법정 스님이 생각났다. 자연에 파묻혀 살지만 세상과의 끈은 놓지 않고 인간의 양심은 분명하게 말하려는 일련의 행동 때문일 것이다. (법정 스님은 제일 좋아하는 책으로 소로의 책 '월든'을 언급했다.)
도식화 시키면 안 되겠지만 나름대로 저자에게 접근하기 위하여 무리를 하자면 저자는 정부보다는 개인에 가중치를 두니 (집단보다는 개인이 더 중요하다) '개인'주의(혹은 자유주의). 옳고 그름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다수가 아니라 양심이며 침묵하는 다수는 필요없으니 '엘리트'주의. 정부의 전복이 아니라 합리적 개선, 즉 편법인 정부의 최선책을 추구하므로 '개혁'주의. 법적 안정성은 무시하고 정의를 추구하니 '자연법'주의. 모든 사람의 혁명 권리를 인정하라니 '저항권인정'주의. 그러나 사람이나 사상을 주의라는 이름으로 규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가? <하인이나 도구가 되기에는 나는 너무나도 고귀하게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