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69년 달에 인간이 발을 대어 '달'이라는 신화가 깨뜨려지는 때로 시작하여 주인공이 스물넷이 되는 해(71년)에 끝이 난다. 연대기와 주인공을 중첩시켜 시간의 심볼로 삼으려는 시도는 아니니 때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주인공은 시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끝에서도 히피의 모습이지만 스물 넷의 히피는 생의 욕구가 충만해진 새로운 '자아'이다. 소설은 주인공 삶의 과도기를 담았다. (소설의 끝에 주인공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소설을 굳이 분류하자면 황순원의 '소나기', 혹은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같은 성장소설이다.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 알을 깨는 고단한 '통과제의'를 말한다. 안개같은 '포그'와 그의 아버지 학자 '솔로몬', 그의 할아버지 탐험가 '에핑'. 그들은 그들 나름으로 인생에 충실하다. 마르코 스탠리 포그가 질퍽한 우연으로 점칠된 그의 뿌리를 하나씩 둘씩 알게되는 과정(한 평범한 미국 가계사일 수도 있다)을 그렸다. 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상실이다. 상실은 뭔가를 잃어버린다는 것인데 소설의 주인공들은 줄곳 잃어버린다. 그리고는 잃어버릴 것들을 계속 찾아다닌다. 인생의 은유 혹은 인생유전이라는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다.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 세상일 뜻대로 안된다고 함부로 자신을 포기할 일은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