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무늬
고종석 지음 / 개마고원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고종석이다. 그를 텔레비전(티비 책을 말하다)에서 처음 보고 너무 이웃집 아저씨 같아 어색했던 적이 있다. 그의 글은 언제나 철저한 자유주의자의 모습이다. 자유주의는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에 반한다. 그래서 자유주의자들은 대체로 엘리트주의자다. 고종석은 그런 태도를 숨기려 하지만 자유라는 말에서 풍기는 당당함 그리고 삶과 사람에 대한 자신감은 숨기지 못한다. 프랑스식 똘레랑스가 몸에 베인 탓일까 그는 일관되게 자유주의자로서 개인에 대한 존경을 말하지만 자유주의자가 타인을 존중해야다면 그건 필시 과잉된 자유주의자의 태도이다.

매문(글을 판다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태도가 강준만과 그를 통하게 했을까. 고종석은 이 책에서도 여지없이 강준만과 진중권에 대한 편애를 드러낸다. (깐수 정수일이 새로이 등장하긴 하였다 )

한때 고민으로 생각되던 것은 어떤 상대방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무시해도 괜찮은 건지 하는 것이다. 앙똘레랑스는 똘레랑스될 수 없다고 했지만, 세상에는 앙똘레랑스 보다는 대화부족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드는 측은지심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고종석이 답을 내 놓았다. '나는 살균된 세상이 두렵다.' 참을 수 없는 그들의 존재도 인정해야 한다. 대신 제 몫만 챙겨주면 된다는 것이다. 다원주의적인 좋은 해결방안이다.

칼럼니스트는 혹은 글로 돈을 버는 자들은 의무감에 글을 쓰는 모양이다.그래서 노동이 되는 모양이다. 그들의 그런 태도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들이 그들만의 생각으로 그들만의 일관된 사고체계로 가식없이 그들의 생각을 보여주는 것은 옳다.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을 할 권리와 하기싫은 할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그들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책은 배울게 많다. 좋은 책은 삶을 읽도록 동기부여를 한다. 읽느라 바빠서 느낄 시간이 부족해지기도 한다. 이 책은 재밌다. 글이 쉽고 짧아 잘 넘어간다. 매체 특성 때문이다. 이 책은 일간지, 주간지 등에 한번씩은 실린 글들이라 평균적 독자를 대상으로 하여 더욱 그러하다. 글을 쉽게 쓰는 것은 큰 장점이다. 고종석은 사고의 자유로움에 더하여 언어에 대한 해박함이 그의 글을 더욱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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