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소설은 기본적으로 픽션이다. 거짓말이다. 이 소설에서 사실주의로 번역되는 리얼리티(시대,배경 등등)를 찾으려 하지 말라. 연못가에 멸치가 살 수 있는 진짜'소설'이다. 가출한 엄마를 기다리는 사람은 아버지와 외삼촌 달구와 열네살난 주인공 대섭이다.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엄마를 기다린다. 외삼촌 달구는 별명이 너구리이며 아버지는 포수이다. 달구는 작살로 멧돼지를 잡아놓고 사라진다. 대섭은 달구의 모습으로 달구를 기다린다. 이제 그는 엄마도 기다리고 외삼촌도 기다려야 한다. 14살난 아이의 성장소설이다. 아픔을 견뎌내야 어른이 될수 있는 그런 통과의례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소설은 기본적으로는 가족간의 '화해'에 관한 이야기이다. 반목과 질시의 대상이었던 외삼촌과 아버지의 화해를 말한다. 역사적 경험으로 우리는 조직의 단합을 위해서는 외부의 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풍신수길의 정명가도의 배후가 그렇듯이 인류 전쟁의 기원이 주로 그러하다. 소설은 적으로 멧돼지를 설정하고 외삼촌과 아버지는 멧돼지 사냥으로 그들의 경멸과 분노를 녹여 낸다.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이긴 하지만 책의 끝에 등장한 멸치는 왜소하지만 담대한 달구의 상징인 듯 하다. 김주영은 상당한 내공을 가지고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소설을 써 내었다. 현재 범람하는 젊은 작가의 소설과는 분명 다르다. 확실한 깊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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