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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표준화이야기
최종완 / 한국표준협회(KSA) / 1997년 3월
평점 :
품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측할 수 있는 상태로 질서를 잡기 위해 취해야 할 기본적인 조치가 무엇인가? 답은 표준화이다. 이 답에는 두가지 type이 있다. science적인 면과 social적인 면이다. 전자는 흔히 이야기하는 산업표준, 규격 따위의 것이고 후자는 말, 글, 법 따위의 것이다. 표준말, 표준시간, 표준기압등이 그 예이다. 표준화 standardize 하자는 이야기다. 표준 전문가는 모든 것을 표준이라는 자로 잰다. 말도, 글도, 심지어 인사까지도 다 표준이다. 개념이 확장되는 것 같지만 표준의 정의는 '예측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드는 기초작업'이라고 정의된다. 克己復禮 할때 그 예도 공자 생존 당시에는 법의 의미였다.
이 책은 법을 표준으로 이해하고 서술한다. 그러니 예도 표준이다. 인사 할때 고개를 숙이는 것은 호의를 보이기 위한 동작의 표준화로 본다. 표준화는 경영과 과학의 starting point이다. 경영은 management이다. 이는 '말을 모는 기술'이라는 유래를 가지고 있으며 굳이 번역하면 관리다. 관리의 기본은 measurement 측정이다. 측정을 해야 관리할 수 있다. 측정할 수 없다고 하던 human resource도 측정한다. 요즘 유행하는 인적자산이라는 말에서 보듯 사람도 asset자산이다. BS(대차대조표)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수치화하여야 하니 인간은 임금과 성장성이라는 수치로 표준화된다. 이런 비극적인 현실은 테일러가 쇠 깎는 작업의 time과 motion을 26년간 5만회에 달하는 실험으로 연구한 그 때로 부터 시작이다. 재단사(tailor)는 그걸 과학적 관리라고 이름 붙였다.
내가 이해하는 과학에는 만국공통이라는 함의가 있다. 한국이든 이란이든 그 구조내에서 이해가 용이하면 그건 과학이 된다. 국제적인 객관은 국제적인 주관의 교집합이다. 그게 과학이다. 문화는 international한 교집합이 잘 안 만들어진다. 그래서 과학이라고 보기 어렵다. 과학의 기초는 수학이다.수치화(더 나아가서 표준화)가 과학의 기반인 것이다. 수치화는 주관의 개입을 각고 객관성을 띠게 해 준다. 수치화는 표준화의 다른 이름이다. 미국의 ZD(무결점운동;Zero Defect)운동이 실패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오차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그 뒤에 나온 QM(Quality management)이 성공한 이유는 표준대로 작업을 해도 오차가 생긴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런 허용(tolerance)이 윤활유가 된다. 면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지만 표준화에도 한계가 있다는 슬픈 이야기다.
책은 반복되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미터가 프랑스에서 유래된 이야기는 대 여섯번이 훨씬 넘는다. 한 권의 책으로 유기성을 띠고 있지 못하다. 애초에 이 글들은 제각기 파편화되어 있었는가? 답은 yes이다. '표준화'라는 잡지가 있는데 거기에 만 4년을 연재하고 그대로 합본해서 단행본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책은 정확하게 48(12*4)개의 칼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문계통의 프로저술가라면 반드시 다르게 손을 썼을 것이나 저자의 이런 솔직함은 공대출신의 순진함이라고 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