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그
은희경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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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이 쭉 빠졌다. 오래 서 있어서가 아니다. 나의 시간이 아주 무거게 느껴져서이다. 가벼운 인생을 그렸다. 이 소설은 세상을 풍자나 조소 혹은 값싸게 치장한 복고적 성장소설인 듯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세월을 그렸다고 했다. 나는 이 의견에 찬동한다.

새의 선물, 마지막춤, 마이너리그, 그리고 박지만의 공통점은 주인공이 58년개띠라는 거다. 실제 은희경은 개띠와 학교를 같이 다닌 돼지띠다. 이 책은 아주 유쾌하다. 곳곳에 예상치 못한 반전이 있다. 그게 세상에 대한 야유임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입가에 미소가 머금는건 어쩔수 없다. 소희는 두환과 도망쳐서 객사하고, 두환도 미국서 총맞아 죽는다. 나머지는 그냥 마이너리그에서 산다. 두환이 비웃을 것 같은 무료하고 척박하고 단조로운 3류 인생 (단조롭다는 것은 변화가 없다는 말이다 변화가 없는 것 그걸 이데아라한다.

철학자가 이상향으로 삼는 진리. 不動. 이게 얼마나 지겨운 말인지 플라톤은 몰랐을거다) 이들을 민중이라 부르는 건 언어 도단이다. 이들은 현실적인 환상 또는 상징에 불과하다. 작가가 시대를 말하기 위해 희화화한 캐릭터인 것이다. 세상을 단지 리얼하게 그린다고 리얼리즘이 되는게 아니다. 세상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려야 리얼리즘이 되는 것이다.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자칫 침울해질수도 있다. 그런 희화된 돼지같은 남성의 끼가 다분히 나에게도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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