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마음속의 그림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1997년 5월
평점 :
품절
홍대 미대, 기자 출신으로 그림을 보고 읽고 쓰는 게 행복한 사람이다.
그림읽기는 도상학을 말하는 것 같아 이상하다. 서문에서 에세이로 봐달라고 했듯이 이 책은 그림을 읽는다기보다는 느끼는 책이기 때문이다.
<내 마음 속의 그림>은 전체 7부중 1부의 제목이다. 시사잡지(미술잡지가 아니라)에 싣기에 딱 알맞을 정도의 길이이고 내용이다. 적당한 교양을 위해서는 '이 정도면 충분해' 하고 고집 부리는 늙은이 불평같다.
1. 박수근의 그림에는 여성만 등장하는 데 남성은 나목또는 고목들로 변이되어 나타난다. 전후 남성의 무기력과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느낄수가 있는 것이다.
2. 추상회화는 미술을 문학 (스토리텔링)이 아니라는 전제를 갖고 있다. 이는 또한 분업과 전문화라는 시대정신에도 부합한다. 극단적으로 추상화된 미술은 결국 가장 기본적인 조형요소인 점과 선만을 남기는 것이다.
3. 현대 미술의 양대 산맥은 위대한 교란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마르셀 뒤샹과 파블로 피카소이다.
일본의 고바야시는 고호가 생의 의지가 과잉했다는데 한국의 이주헌은 고호는 살아있는 것 자체를 인생의 고통으로 받아 들였다고 이야기한다. 감상은 천차만별이다 상대적이다. 그래서 '예술 감상의 적은 무지가 아니라'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50명의 화가에 대해서 글을 썼다. 이 중 내가 들어본 적이 있는 화가는 18명이다. 저자의 눈높이가 문제인가, 한국 대학을 정상적으로 졸업한 나의 무지 탓인가. 조금 더 쉬운 감상의 포인트를 지적했어야 했다.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 1,2>(<춤추는 죽음 1,2>일수도 있다)는 도상학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제조업체의 덕으로 생산성이니 하는 통계적 수치를 조작하여 장사하는 애들이 증권사등 금융회사인데 그들이 직접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자원을 배분하는 기능만을 한다. 자원을 인풋하고 가치를 아웃풋하는 기능은 제조업체가 가진다. 따라서 금융회사는 제조업체에 기생한다.
이주헌도 이미 백여년전에 죽은 고호에 기생하고 있다. 헛된 가치를 계속 양산해 내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예수나 부처는 수 천년동안 이렇게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으니 섣부른 생각일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