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청춘스타였던 원로 영화배우 김추련(64)이 세상을 등지고 떠났다. 지난 8일 오전 11시45분께 경상남도 김해시에 위치한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목을 매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고인이 3개월 전부터 이 오피스텔에 거주했으며 '외로움과 어려움이 저를 못 견디게 했다. 주위 분들에게 죄송하다. 사랑해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유서가 함께 발견됐다고 밝혔다.

고(故) 김추련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1971년 <두 딸의 어머니> 로 첫 영화를 시작했으며 1974년 영화 <빵간에 산다>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재데뷔했다. 이후 1977년 배우 장미희와 공연한 영화 <겨울여자>를 통해 충무로 최고 톱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비녀>, <빗속의 연인들>, <못다 부른 노래 님>, <가루지기>,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 5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주로 거친 남성을 연기하며 성격파 배우로 자리 매김한 그는 70-80년대에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데뷔작 <빵간에 산다> 이후 큰 히트작이 없었던 김추련을 당대 최고스타였던 장미희, 신성일과 함께 <겨울여자>에 출연시켜 스타덤에 오르게 한 김호선 감독의 말에 따르면, 고인은 경남 고성에서 꽤 유복한 집안 출신이었으나 배우가 되는 것을 반대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서울에서 어렵게 자취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스타가 된 이후에도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의리있는 배우였다고 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사업가로 변신했다가 거듭된 실패로 시련을 겪은 그는 한동안 연예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다 2003년 영화 <오구>에 출연하며 다시 연기활동을 시작, 재기를 꿈꾸며 영화 <선데이서울> 등의 영화에 출연했으나, 지난 9월 원로감독 박갑종이 연출한 영화 <은어>가 유작이 되고 말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대표작 소개 

 

 빵간에 산다 (1974)
 감독 : 이원세
 주연 : 김추련, 문오장, 우연정

교도소 내 죄수의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의 주연 ‘영식’ 역을 맡은 김추련은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신인연기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스크린에 데뷔했다.  
모범수 휴가를 얻은 영식은 소매치기 춘애를 만난다. 다시 교도소로 돌아와 지도반장으로 생활하던 영식은, 교도소에 들어온 춘애를 발견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영식은 춘애의 손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애쓰지만 잘 되지 않는다. 다시 출옥한 춘애는 여교도관의 주선으로 미장원에 취직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영식을 찾는다. 두번째 휴가를 얻은 영식과 춘애는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뜨겁게 사랑한다. 그리고 영식은 헤어지기 싫은 춘애와 만기 출감일을 기약하며 교도소로 향한다.

 겨울여자 (1977)
 감독 : 김호선
 주연 : 장미희, 김추련, 신성일

서울 인구가 600만 명이던 당시, 1개 상영관에서 58만 명 관객 동원이라는 흥행 신기록을 달성했으며, 김추련도 확실한 청춘스타로 등극하게 된 작품.
여고를 졸업한 이화는 대학에 합격한 날, 자신에게 연애편지를 보내던 요섭을 만난다. 요섭과 함께 청평별장에 간 이화는 요섭이 자신을 안으려 하자 이를 거부하고 이 일로 인하여 요섭은 자살한다. 죄책감으로 이화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남자에게 자신을 바치기로 결심한다. 그 후 대학신문 기자인 석기와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석기가 군에 입대한 후 교통사고로 죽는다. 석기와의 관계에서 남자들에게 모성을 베풀기 시작한 이화는 고등학교 은사인 허민을 만나 부인과 재결합시켜 준다. 그녀는 정말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정신지체아 학교의 선생님이 되어 떠난다.

 야시 (1979)
 감독 : 박남수
 주연 : 김추련, 장미희

대학입시에 낙방한 승아는 어깨가 처진 채로 거리를 방황하다가 진태를 만난다.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진태에게 순결을 준 승아는 더 심한 방황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스하키 선수인 석호를 만나 진실한 사랑을 알게 되나 그는 불행하게도 시합하다가 죽는다. 그 일 이후 승아는 도시의 밤을 정처 없이 누빈다. 그렇게 지쳐갈 무렵 정신과 의사이며 교수인 민정기를 만나 부녀 간의 애정과도 같은 사랑을 느끼지만 그의 위선에 환멸을 느끼며...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81)
 감독 : 이원세
 주연 : 안성기, 금보라, 전양자, 김추련 등

난장이(김불이)는 염전 일을 하는 큰 아들 영수(안성기), 둘째 아들 영호(이효정), 막내 딸 영희(금보라), 알뜰히 집안 살림을 해주는 아내(전양자)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바다 오염으로 행복동 주민들이 이주하게 되자 그 보상으로 주택 분양권이 배정된다. 그러나 순박한 사람들을 상대로 한 뒷거래들이 성행하고 난장이 일가도 악덕 부동산업자 박우철(김추련)에게 당하고 만다. 가난으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을 보아온 영희는 우철의 꾀임에 넘어가고 돌아오라는 오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영희가 새벽에 금고에서 주택 분양권을 갖고 돌아오지만 반가워하는 가족들 뒤로 난장이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소금장수 (1987)
 감독 : 김대진
 주연 : 김추련, 천은경 

소금장수 덕만은 떠돌이 인생 속에서 백치소녀 냉이를 알게된다. 정상이 아닌 어미의 피를 이은 냉이는 부초처럼 덕만의 곁에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세월이 흐른 후 성숙한 여인으로 그의 앞에 나타난 냉이에게 그는 의무감과 함께 소유욕을 느끼고 고민한다. 그러던 중 냉이가 임신한 채 나타나자 덕만은 배신감과 질투를 느끼고 또다른 시련에 휘말린다. 아이를 낳으려는 냉이와 덕만은 심한 마찰을 하게 된다. 오랜 갈등과 고통 끝에 덕만은 묵묵히 냉이와 그녀가 낳은 아이를 그의 인생여정 속에 수용시키고 다시 새 소금을 싣기 위해 염전으로 향한다.

 겨울연가 (1992)
 감독 : 이민수
 주연 : 한윤정, 김추련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윤경은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그리워하며 아버지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그녀에게 쏟는다. 어느날 아버지가 열심히 운영해오던 회사에서 만든 화장품 속에서 수은 성분이 검출되어 회사는 도산 위기에 처하고, 아버지는 수차례의 공판 끝에 결국 감옥에 수감되고 만다. 크게 상심한 윤경은 다니던 학교마저 그만두고 술집 호스티스로 전전하게 된다. 그러한 윤경을 안타까워하는 성현은 그녀가 예전의 밝고 명랑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주길 바라며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썬데이 서울 (2005)
 감독 : 김한민
 주연 : 봉태규, 이청아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추련은 '아버지'역으로 출연.
썬데이 서울은 세 가지의 황당한 에피소드를 이어 붙인 옴니버스 영화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못생기고 공부도 못하고 게다가 싸움까지 못하는 왕따 고등학생 도연의 몸에 일어난 예상치 못한 변화 이야기. 두 번째는 교외의 한적한 주택가 연쇄 살인마의 이야기. 세 번째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청년과 그를 좋아하게 되는 천재 무술 소녀의 이야기 이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저속한 이야기를 호러, 무협, 스릴러, SF, 코미디를 뒤섞어 유쾌하게 풀어낸다.

 

 은어 (2010)
 감독 : 박갑종
 주연 : 이창주, 홍예나, 김추련

원로 감독 박갑종과 함께한 김추련의 유작. 수몰민의 애환을 그린 이 영화는 크게 세 구도를 갖는다. 수몰된 고향을 떠나지 못하는 실향민. 인터넷이 매개체 된 현 시대 젊은이들의 갈등과 번민 그리고 아버지의 고향을 다시 찾은 어느 교포의 로맨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