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화 감독 회고전 


일시 : 2011.9.15 (목) ~ 9.22 (목)  

장소시네마테크KOFA 1관 

 

2005년 칸 국제영화제 클래식 섹션에서 <죽음의 다섯 손가락>이 상영된다는 소식을 듣고 정창화 감독은 “난 한국영화 초창기의 척박한 터전에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모색한 한국영화감독이었지만 늘 이방인들이 먼저 손을 내밀어준 또 다른 이방인기도 했다”라고 자신을 정의했다. 한국액션영화계의 거장, 혹은 전설로 불리는 정창화 감독은 오랫동안 잊혀 있다가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회고전에서 그의 주요작 9편이 상영되면서 한국영화를 공부하는 이들과 액션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칸과 파리에서 그의 영화가 상영되어 관객들은 그의 영화에 환호했으며, 쿠엔틴 타란티노는 <죽음의 다섯 손가락>을 ‘세계영화사 걸작 텐 베스트’ 중의 한 작품으로 꼽으며 그의 액션영화를 열렬히 지지했다.

60년대 후반 한국영화계를 떠나 홍콩에서 액션영화를 연출하면서 이방인으로 살았고 70년대 후반 은퇴 이후에는 미국에서 지내면서 역시 이방인으로 머물러 있었던 그의 영화세계를 이방인들이 먼저 손을 들어 준 까닭은 무엇일까?

어쩌면 너무 늦게 준비된 이번 정창화 감독 회고전은 액션의 불모지였던 한국영화계에 액션영화를 개척한, 최초로 해외에 나가 고유의 액션영화 감각으로 자신의 입지를 굳힌, 선구자적인 길을 걸었던 한 영화감독의 영화적 세계를 이해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며 동시에 그들이 열광한 이유를 찾아보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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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화 감독 회고전 개막식
 
- 개막작 <죽음의 다섯 손가락> (1972)
  -  일시: 2011.9.15(목) 오후18시  


* 관객과의 대화

  - 2011.9.17(토) 16:00  <황혼의 검객> 상영 후
    초대손님: 정창화 (감독) with 김홍준 감독

  - 2011.9.18(일) 14:00  <죽음의 다섯 손가락> 상영 후, 강연
    정창화 (감독) with 주성철 영화평론가
   

 

 


 

 - 상영작 - 

 

영화제목 작품정보 감독 출연

노다지

1961년 | 35mm | 127분

<망향> <햇빛 쏟아지는 벌판>의 뒤를 잇는 황금을 둘러싼 액션극으로 사금을 찾아 내려온 운칠(김승호)과 그의 금을 노리는 수많은 인간들의 음모와 배신, 출생의 비밀이 얽힌 서사를 복잡하게 엮어간다. 황금을 둘러싼 욕망들의 이전투구는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항용 발견할 수 있는 전형이지만, 복합적인 서사의 매듭과 등장인물들의 서로 다른 욕망과 감정들을 중심을 잃지 않고 일관되게 끌고 가는 연출력은 감독으로서 정창화의 역량을 잘 보여주고 있다. 서부극의 영향이 느껴지는 무국적인 장르 영화이지만 감독 본인은 일거리가 없어 다방에서 시간을 보내며 일확천금을 꿈꾸어야 했던 당대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무의식을 담아내길 원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영화 초반 플래시백을 중첩시켜 복합적인 시간구조를 축조해내는 기법은 이후 제자였던 임권택(임권택은 제1조감독으로 이 영화에 참여했다)의 영화들에서 하나의 스타일로 정립된다.

정창화

김승호,엄앵란, 황해

장희빈

1961년 | 35mm | 128분

장희빈에 관한 실제 역사를 영화화 한 사극으로 이서구의 라디오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였다. 이 영화는 이후 끊임없이 영화와 TV드라마를 통해 리메이크되었던 장희빈의 원형을 제공하는데, 본래 주인공 장희빈으로는 도금봉이 물망에 올랐으나, 도금봉이 신필름의 전속이라 김지미를 선택했다고 한다. 김지미는 순진하면서도 독랄하고, 가벼우면서도 위엄을 갖춘 복합적인 장희빈의 캐릭터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구축해내고 있다. 이 영화는 제자인 임권택에 의해 <요화 장희빈>(1968)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정창화 김진규,김지미,주증녀

사르빈 강에 노을이 진다

1965년 | 35mm | 120분

일본 군국주의에 동조하는 고관의 아들(신영균)이 버마 전선에서 만난 지역 게릴라 대원 후라센(김혜정)과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민족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으로 김기팔의 DBS 인기 연속극을 원작으로 하였다. <지평선>으로 1960년대 초반 유행했던 일본 제국주의 시대와 만주를 배경으로 한 ‘대륙액션물’을 개척한 정창화 감독은 무대를 동남아로 옮겨 박력 있는 액션보다는 뒤틀린 역사 속에 비극적인 운명을 살아야 하는 다양한 캐릭터와 극적 스토리로‘색다른 남방 전쟁극’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이제까지 보아온 전쟁영화와는 달리 스케일이 좀 더 크고 전쟁과 인간을 그린 무게 있는 내용의 영화”로 “서사시적인 로망과 이야기의 웅대함이 제법 화면 가득히 담겨져 있는” “진지한 영화”로 호평을 받았다. 해외 로케이션을 계획하였지만 제작비 문제로 인하여 광릉과 한강변에 버마의 산악지대와 사르빈 강을 만들어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정창화 신영균,김혜정,남궁원

예라이샹

1966년 | 35mm | 116분

나이트클럽 마담인 난희는 4.19 혁명 시 부상을 입은 법대생 세영을 간호하다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세영은 가정교사로 들어간 집의 딸 정숙에게 열렬한 구애를 받는다. 정숙의 아버지 박원혁은 일제시대 일본군의 앞잡이로 난희의 아버지를 죽인 원수임이 밝혀지고 난희는 그를 죽이고 감옥에 수감된다. 연상의 연인으로 살인까지 저지르는 비운의 여인을 문정숙이, 그녀에게 ‘당신은 내 운명 위에 핀 아름다운 꽃 예라이샹이요, 다시 밝은 세상에서 만나는 날까지 부디 잘 있어요“라고 말하며 흐느끼는 세영을 신성일이 연기했다. 66년도 상반기 9천5백여 명의 관객이 동원되어 흥행 5위를 기록하였는데, 담배를 피우며 고혹하게 앉아 있는 문정숙의 옆모습의 오프닝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다.

정창화

신성일,문정숙,최남현

위험한 청춘

1967년 | 35mm | 80분

배신당한 누이의 복수를 하고자 그녀를 버린 갱 두목의 누이동생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순진한 그녀의 몸과 망치는 위험한 청춘 덕태의 이야기로 60년대 청춘스타 신성일이 주인공을 맡아 꿈도 야망도 없이 건들거리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덕태 역을 커다란 눈을 가진 순진한 얼굴의 문희가 그에게 버림받는 영아 역을 맡았다. 영아와 덕태가 데이트하는 장소인 음악 감상실, 덕태를 따라다니는 트위스트 킴 등 젊은이들이 열광적으로 춤을 추는 모습, 민전무(허장강)와 덕태의 누이(문정숙)이 데이트하는 권투 경기장등 당시 청년문화를 고스란히 볼 수 있다. “만주 벌판을 서부처럼 달리며 액션을 장기로 삼는 정창화 감독”이 만든 영화답게 “청춘물의 ‘액세서리’ 격인 ‘펀치’의 교환(객석에선 짝짝 박수소리도 들린다), 광란적인 ‘튀스트’”로 “달콤한 ‘무드’보다 ‘드릴’을 조성한” 색다른 애정극이란 평을 받았다.

정창화 신성일, 트위스트 킴, 문희, 문정숙

황혼의 검객

1967년 | 35mm | 80분

가족을 죽게 만든 장희빈 일파에 대한 무관 김태원(남궁원)의 복수극이 주된 플롯을 이루고 있는 이 영화는 ‘외톨이 총잡이’라는 서부극 장르를 차용하고 있지만, 필름 느와르의 플래시백 장치와 사지 절단의 고어 장면 등 장르적 혼용의 탁월한 예를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여백의 미를 통해 지속되는 단단한 긴장감, 그리고 칼을 쥔 채 피를 흘리는 선비의 비장미는 동아시아 다른 나라의 무협액션과 충분히 차별적이라 할 수 있겠다. 두 인물이 롱 숏 안에서 침묵을 지키다가 한 번에 칼로 상대방을 베는 일격의 합,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춤사위처럼 섬세하고 느린 움직임들, 하얀 도포자락, 반짝이는 칼이 빚어내는 고요하되 강한 이미지는 소위 ‘한국적인 것’의 무협 이미지가 가능하다는 걸 웅변해주는 빛나는 장면들이다.

정창화 남궁원,윤정희,허장강

나그네 검객 황금 108관

1968년 | 35mm | 80분

숨겨진 황금 108관을 차지하기 위해 옥화 일당과 장승지 일당은 각기 청부검객을 고용한다. 혈전 끝에 옥화일당이 금괴를 찾아내 상자를 열어보니 뜻밖에 물건이 기다리고 있다. 홍콩 쇼 브라더스로 가기 전 한국에서 만든 마지막 영화로 <황혼의 검객>의 성공에 힘입어 세기상사에서 요청하여 만들어진 작품이다. 새로운 이미지와 움직임을 보여주며 한국액션영화의 가능성을 선명하게 보여준 작품으로 “가장 완성된 형태의 정창화 액션”을 선보이고 있다.

정창화

박노식,남정임,이대엽

천면마녀

1969년 | 디지베타 | 83분

정창화 감독이 홍콩 쇼 브라더스로 가 만든 첫 작품이며 동시에 유럽으로 수출된 최초의 홍콩영화이기도 하다. 쇼 브라더스에서 준 시나리오에는 남자 형사가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있었으나 남성들은 이미 고정관객이니 여성관객들을 확보하기 위해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자고 쇼 브라더스 란란쇼 사장을 설득하여 ‘천개의 얼굴을 가진 마녀’라는 제명 하에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일본인 세트 디자이너와 협력하여 섬세하고 부드러운 색감을 구현하였으며 여배우의 성적 매력과 와이어 액션 등으로 감독 특유의 현대 액션물을 선 보여 이후 쇼 브라더스 내에서 교과서로 여겨질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정창화

패트 팅 홍, 티나 치 페이, 첸 리앙

아랑곡의 혈투

1970년 | 35mm | 93분

명나라 중엽, 간신 가수도가 어린 황제를 조종, 정권을 장악하고자 한림원 학사 송환을 대역죄로 몬다. 송학사의 가족들은 죽음을 면하기 위해 전대 왕이 하사한 ‘면사철권’을 찾아 험난한 여정을 시작한다. 정창화 감독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밤에 지붕을 타고 날라 다니는 것”과 같은 환상적인 와이어 액션을 선보여 호금전, 장철 감독 등 내노라 하는 무협영화 감독들이 포진한 홍콩 쇼 브라더스 내에서 현대물 액션이 아닌 무협 영화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게 된다. 영국에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받았으며 홍콩에서는 <아랑곡>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으나 한국에서는 아세아 영화사에서 수입, <아랑곡의 혈투>라는 합작 영화로 개봉되었다. 송학사의 딸로 하몽화 감독의 1967년 작 <스잔나>로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리 칭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으며, 이 작품 전까지 주로 악역을 맡아왔던 로 례가 방랑 협객 역을 맡아 강렬한 눈빛을 선보인다. 이후에 출연하는 <철수무정> <죽음의 다섯 손가락>과 함께 로례의 무협 3부작으로 꼽힌다. 이밖에 홍콩에서 성룡과 같이 이름 있는 액션 배우였던 진성의 무명시절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정창화

로 웨이, 리칭, 성훈

7인의 협객

1971년 | 35mm | 79분

황제의 친동기 이공이 자신의 영토 확장을 위해 장공을 죽이자, 억울하게 죽은 영주의 복수를 위해 7인의 협객들이 힘을 모은다. <육자객>이라는 제목으로 홍콩에서 제작됐으며, 한국에서는 영화 중간 부분에 검객으로 합류한 배우 남석훈을 포함해 <7인의 협객>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당시 유행하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와 유사한 제명과 형식으로 구성된 일련의 ‘7인’ 검객 영화물의 하나로, 한홍 합작영화로 개봉했다. 1960년대 후반 배우 윤일봉이 홍콩 쇼 브라더스로 건너가 출연한 몇 편의 무협영화 중 한 편으로, 이밖에 남석훈, 진봉진 등 한국 배우들의 활약을 살펴볼 수 있다. 홍콩 배우인 능운이 주인공을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를 선보이고, 극 초반 경계비문을 세우는 장면 등의 속도감과 더불어 와이어 액션 및 특수효과를 이용해 내장이 터져 나오고 머리가 잘리는 장면 등을 실감나게 그려낸다.

정창화

남궁원, 이려려, 하범

래여풍

1971년 | 디지베타 | 81분

불의의 권력에 맞서 싸우는 복면 검객 래여풍(로 례)은 쫓기는 신세이다. 한편 황제는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그동안 숨겨놓은 남매를 찾고자 비밀리에 검객(김한)을 보낸다. 이를 알아챈 부섭정은 오른팔 주장군을 보내 남매를 뒤쫓게 하고, 래여풍은 남매를 돕기 시작한다. <아랑곡>에서 방랑협객으로 나온 로 례가 다시 온갖 역경을 물리친 후 공주가 된 사랑하는 여인을 뒤로 한 채 홀연히 떠나는 래여풍 역을 맡아 호연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지붕을 날라 다니는 와이어 액션과 검객들 간의 역동적인 리듬이 넘치는 결투 장면이 화려하다. <아랑곡>의 성공에 힘입어 감독 자신이 시나리오를 써 촬영 시작부터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을 견지하여 ‘웰 메이드’한 무협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당시 쇼 브라더스 란란쇼 사장은 이 영화를 보고 “무협영화로 정창화가 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고 평했다고 한다.

정창화

로 례, 김한

죽음의 다섯 손가락

1972년 | 디지베타 | 101분

지호(로 례)는 성실하게 수련을 거듭해 사부의 많은 사랑을 받고, 특별히 철장 비급을 익히게 된다. 하지만 그를 시기하는 무리들에 의해 양손에 큰 부상을 입고 만다. 이 영화는 장철의 <독비도>(1967)나 이소룡의 <정무문>(1972)과 맥락을 함께 하는, 사부와 제자 그리고 그를 시기하는 무리나 타 무도관과의 대결이라는 이른바 ‘무도관 영화’의 전형으로 권격 영화 붐의 중심에 있었던 작품이다. 강한 개성의 악역으로 명성이 높았던 로 례의 강렬한 눈빛을 수시로 클로즈업 하는 등 박진감 있는 연출 및 곡선의 아름다움보다는 파괴력 넘치는 직선의 쾌감으로 당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뽑은 ‘세계영화사 걸작 베스트 10’에 선정되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하여 2001년 칸느 국제영화제 클랙식 섹션에서 상영되었다.

정창화

로 례, 남석훈, 웡핑, 긴위

 

 

 - 상영시간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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