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목소리와 말투로 수많은 성대모사의 대상이 되었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든든한 주연이자 없어서는 안될 조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김인문이 지난 4월 25일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1968년 김수용 감독의 <맨발의 영광>으로 데뷔한 그는 이후 여러 작품에 꾸준히 출연하며 사랑을 받았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김인문의 이름을 각인 시킨 드라마는 1990년 9월 방영을 시작해 2007년 10월에 종영한 KBS 장수 농촌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로, 그는 정감 넘치는 멋쟁이 아버지 '백구두 신사'를 연기하여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 이야기의 중심을 지키는 큰스님역으로, <바람난 가족>에서는 시아버지 역으로 열연하는 등, 아버지에서 할아버지로 또는 멋쟁이 신사에서 스님까지, 인생만큼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는 40여 년이 넘는 연기세월 동안 총 87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또한 2008년 경남 창신대학 연극영화과 초대 학과장 맡아 후진 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김인문은 지난 1994년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2005년과 2008년 뇌경색으로 두 차례 더 의식을 잃은 바 있다. 하지만 투병 중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으며, 2010년 영화 <독 짓는 늙은이>를 촬영하던 도중 또다시 방광암이 발견되었지만 영화 촬영을 끝까지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방광암 투병 끝에 향년 7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대표작 소개 

 맨발의 영광 (1968)
 감독 : 김수용
 주연 : 김용연, 김인문, 신영균

제29회 베니스영화제, 제4회 테헤란아동국제영화제 출품작. 맨발의 고아원 축구팀이 강인한 투지를 높이 산 코치를 만나 전국대회 고난을 이겨내고 전국대회 우승을 한다는 내용의 영화로, 김인문의 데뷔작이다. 대학을 졸업한 후 몇 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던 김인문은 연기에 대한 꿈을 접지 못해 김수용 감독을 찾아가 70여 일을 끈질기게 매달려 결국 <맨발의 영광>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나는 할렐루야 아줌마였다 (Serpico, 1981)
 감독 : 김수형
 주연 : 신영일, 송도영, 김을동, 김인문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목회 동역자이자 장모였던 고 최자실 목사의 자서전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 김인문은 약장수 역으로 출연했다.

 삿갓쓴 장고 (1985)
 감독 : 최영철
 주연 : 김인문, 이승현

장고(김인문)와 소림사(이승현)는 경찰학도가 되겠다는 대망을 안고 상경하지만, 첫 날에 학자금으로 쓰려던 돼지새끼와 강아지를 두꺼비 일당에게 사기당하고 레스토랑에 취직한다. 그렇지만 뜻밖에 사기를 친 두꺼비 일당의 왕초가 장고의 부모를 살해하고 재산을 가로채 일본으로 밀항한 일당과 한패임을 알게 되고 그들이 지금은 마약밀매 업자라는 사실도 캐낸다. 이에 그들이 기지를 발휘해 수사관들과 함께 그 일당을 일망타진한다는 내용.

 감자 (1987)
 감독 : 변장호
 주연 : 강수연, 이대근, 김인문

김동인의 유명한 원작 소설을 1968년작에 이어 변장호 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 18세의 시골 처녀 복녀(강수연)는 20세 연상의 서서방(김인문)에게 80전에 팔려간다. 무능하고 게으른 서서방 때문에 둘은 행랑살이에서 쫓겨나 빈민굴로 이사하고 복녀는 염전에서 일한다. 그녀는 염전감독에게 강간 당한 후, 순수하던 모습을 바꾸고 세상 처세를 깨닫는다. 김인문이 가장 애착가는 작품으로 뽑기도 했던 작품.

 수탉 (1990)
 감독 : 신승수
 주연 : 김인문, 최유라

제28회 대종상 작품상, 제10회 영평상 각본상 수상. 제14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제35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출품작. 무기력한 가장이 자아와 용기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로, 신승수 감독의 대표작이다. 또한 김인문의 대표적인 주연작품이기도 하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1990)
 감독 : 염현섭, 박수동, 신현수
 주연 : 김성겸, 백일섭, 박인환, 김무생, 전원주, 김인문 등

1990년 9월 9일 첫 회 방송 이래 17년 동안 850여 회를 방송한 KBS의 대표적인 농촌드라마. 제1기는 1990년 9월 9일부터 1998년 9월 9일까지, 제2기는 2001년 2월까지, 마지막 3기는 2007년 10월 10일까지 방송되었다. 김인문은 탤런트 전원주의 남편 역으로, '김포 백구두'라 불리는 정감 넘치는 멋쟁이 아버지를 충청도 사투리와 함께 구수하게 연기했다. 당시 연출을 맡았으며 현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인 염현섭 전 PD는 "튀거나 모나지 않고 전체 농민들을 대신하는 서민적 연기를 해왔다."며 故김인문을 추억하기도.

 

 달마야 놀자 (2001)
 감독 : 박철관
 주연 : 박신양, 정진영, 이문식, 이원종, 김인문 등 

한 무리의 조폭들이 사고를 친 후 깊은 산골 암자로 숨어들어가면서 스님들과 좌충우돌 대결을 하는 휴먼 코미디영화. 각각 캐릭터 강한 배우들이 모인 속에서 김인문은 특유의 느긋하고 엉뚱한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큰스님 역할로 극의 중심을 잡고 감초 연기를 살렸다.

 바람난 가족 (2003)
 감독 : 임상수
 주연 : 문소리, 황정민, 윤여정, 김인문

온가족이 바람을 피운다는 설정을 통해 한국인의 애정문제와 가족문제를 다루고 있는 이색적인 영화. 김인문은 시아버지 역할로 출연했는데, 임상수 감독 역시 김인문의 연기력에 감탄했다. 김인문은 살가운 성격은 아니어서 현장에서 임 감독과 친밀하지는 않았지만 영화 촬영을 마친 뒤 임 감독이 "남우주연상을 받아야 할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극락도 살인사건 (2007)
 감독 : 김한민
 주연 : 박해일, 박솔미, 성지루, 김인문 등

1980년대를 배경으로 ‘극락도’라는 섬에서 벌어진 기이한 연쇄살인을 되짚어가는 미스테리 공포 스릴러물. 김인문은 2005년 중풍으로 쓰러진 뒤 2007년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에 출연하는 등 투병 중에도 연기혼을 불살랐다. <극락도 살인사건> 당시 투자사 MK 픽쳐스의 심재명 현 명필름 대표는 "건강이 좋지 않아 목발을 짚고 나오셨지만 정확한 연기만은 변함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독짓는 늙은이 (2010)
 감독 : 소재익
 주연 : 김인문

김인문의 유작. 한 독 짓는 노인을 통해 사라져 가는 것을 일으켜 세우려는 의지와 신념을 담아낸 황순원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장인의 삶을 통해서 동양의 신비함을 선보인다.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배우들과 후천적으로 장애를 입은 배우들이 함께 출연한다. 김인문은 오른쪽 다리와 팔이 마비된 상태임에도 지난해 3월 말 열린 제작보고회에 참석하는 등 작품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영화는 2010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바 있으나 결국 정식개봉은 보지 못한채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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