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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의 전인적 공부법 - 조선 오백년 집권의 비밀
도현신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전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의궤 전시를 보앗다. 왕실에서 있었던 사소한 행사에더 부터 성대한 의식에 이르기 까지 글과 그림을 총동원하여 세세하게 기록한 것이 인상 깊었다. 시간은 오래전에 흘러갔고 , 하나의 유물을 가지고 많은 것을 추정한다는 것이 과장되게 보이기도 하겠으나, 조선의 역사는 쉽게 단정하기엔 너무 진지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절감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요즘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재평가하는 흐름이 생긴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러한 흐름은 일제의 식민사관을 그대로 답습한 군부 독재시대에 교육받은 사람으로서 생소하고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점의 전환이다. 그러나 그변화가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감격스러운 것은 수치스럽고 부정하고 싶었던 과거가 사실은 상당히 괜찮았었다는 점이 현재 우리존재의 자긍심과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전의 교육된 기억을 완전히 씻을 수는 없어, 조금 과장되거나 국수주의적인 평가는 아닐까 의심해 보는 면이 없지는 않았으나 가슴이 뿌듯했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이 책은 왕자가 태어나면서부터 세자가 되고 왕이 되어 죽을때까지 이루어졌던 평생 교육 시스템- 서연과 경연을 정의하고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 졌는지, 또 각 왕들은 그 교육에 어떻게 임했으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가장 새롭게 알게 된것은 모든 권력을 휘둘렀을 것만 같은 세자와 왕의 교육 시스템이 애우 철저하게 마련되어 있었고 또 500여년의 기간동안 잘 이어져 왓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또한 신하들의 강의를 듣고, 토론하며, 시험을 치르고, 가차없는 평가를 받는 치열한 시간이었다는 사실이었다.
일회적인 훌륭한 정책이나 불세출의 인재가 태평성대를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그무엇보다 좋은 정책과 인재를 얻기위한 구조의 확립이 무엇보다 안정적인 통치와 사회를 이룰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선의 선비들은 당시에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왕들도 연산군 외에는 누구도 이 교육을 폐한적이 없을 정도로 스스로 겸손하고 성실했고 그 교육에 임한 신하들도 냉정하고도 열정적이었다는 점이 또한 매우 경건한 마음이 들게 했다.
요즈음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를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 리더로 키우는 교육에 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이렇게 정했는지 모르겠다. '왕가의 전인적 공부법'
제목이 '명문대 들어가기공부법'.. 이런 책을 연상하게 한다는 점, 그래서 리더가 되게하기위해 '이렇게 가르치라'처럼 보였다는 점이 좀 아쉽다.
'성군을 만든 평생교육-서연과 경연'정도 였으면 어땠을까?
더 민주화 되었고, 과학의 발달로 더 풍요롭고 편리해졌다고 하는 오늘, 이 책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언급된 왕, 세종, 성종, 정조를 생각해 본다.
그들처럼 자신을 돌아보는데 겸손하며, 백성을 자신의 존재의 근원으로 철저히 인정하며, 스승된 신하를 존경하며, 또 이 모든 것을 종교처럼 평생 지키고자 애쓰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