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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꽃에서 멈추다
박윤희 지음 / 현자의마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소설이나 영화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 경험하게 하는 기회가 된다. 익숙한 환경을 떠난 여행길에서 생각지 못한 삶의 환경과 형태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기도 한다.
연습이 없는 인생에서 소설이나 영화처럼, 여행처럼, 조금 먼저 인생을 산 삶의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이전엔 많이 들어본 말인데 '타에 모범이 된다', '모범', 이 말을 요즘의 세련된 말로 바꾸어 본다면 '멘토'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매체들에는 이런 멘토와 롤 모델이 넘쳐난다.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사람, 7전 8기한사람, 어려서부터 외길을 고수하며 일가를 이룬 사람,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도전정신을 갖은 사람, 여유와 멋스러움을 누릴 줄 아는 사람...
꿈과 야망과 의욕이 있는 젊은이 들에게 이들은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 줄 것이다.
그러나 중년, 자신이 해온 일들과 할 수 있는 것을 분명히 알고, 쓰러져보기도 다시 일어서 보기도 했던 그들에게 삶의 롤모델은 그런 사람들이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우리 사회에서 95%의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이라는 어쩌면 중립적인 언어로 비하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의 삶 또한 '성공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미가 없는 것으로 지금까지 묻혀져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를 만들고 빛나게 한 사람은 5%의 네잎 클로버의 성공의 행운을 찾은 사람들이 아니라 행복을 가꾸는 95% 우리가 아닐까요? 이제 '5%의 성공신화' 담론이 만든 열등감에서 벗어나 세잎이 달린 행복 클로버 정원을 더 푸르게 가꾸어야 할 때입니다." (p17)
저자는 살아온 것이 평범해서 할 말이 없다는 '오래된 그녀들' 19명을 만났다. 여러날 만나 마음을 열고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질문하고 그것을 책으로 엮었다. 내 살아온 이야기 책으로 엮으면 10권도 모자란다던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단편이 되어 모아졌다. 부모를 여의고,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녀를 키우고, 배신 당하고, 병들고, 누군가를 먼저 보내고...
나나, 나의 부모의 삶과도 닮은 듯도 싶고, 다른 것도 같은 이 이야기들을 보면서 과연 '평범한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회의하게 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정현종시인의 싯구처럼, 그들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미래였으며, 삶의 의미는 살아낸 '삶' 그 자체인 것을 다시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유명인의 명언처럼 정제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삶의 깨달음이 제법 촌철살인한 것도 있었고, 나이 든 할머니들을 시종일관 '오래된 그녀'라고 칭하며 마음을 열고 친근한 시선으로 책을 엮은 저자의 마음이 느껴지는 따뜻한 책이었다.
간간이 발견된 틀린 맞춤법은 조금 거슬렸다.
<이벤트로 책을 제공받아 읽고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