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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베상
최종태 지음 / 시그널북스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유난히 열대야가 심한 이 여름, 섬뜩한 스릴러에 빠지면 잠시라도 더위를 잊게 될까하는 가벼운 마음에 책을 읽게 되었다. 여름은 스릴러의 계절이 아닌가?
모베상이라는 특이한 제목도 흥미롭고 날카로운 눈빛의 여자가 그려진 초록색 색표지도 눈길을 끈다.
그런데 작가서문은 의외였다. 작가서문은 온통 사이코패스에 대한 정의와 통계, 그들의 행태에 대하여 다루고 있으며, 심지어 ‘일상의 생활 공간 속에서 어쩌면 하루에도 몇 번쯤 마주쳤을 지도 모를 사이코패스에 대한 경각심을 갖기를 원하다.’(p9)고 밝히고 있다. 가볍게 한 번 읽고 말 스릴러물이 독자에게 인생의 팁이라니... 다시 한 번 들쳐보는 저자의 필모그래피가 평범치 않다. 소설가도 아닌 신학전공의 영화감독이다. 더욱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이야기는 1995년의 강릉의 변두리에서 있었던 연쇄살인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연쇄살인자의 가족과 피해자의 가족 사이에 일어난 20여 년 간의 가족사, 그 중에서도 살인자의 딸인 민정과 피해자의 동생인 동준사이에 싹튼 설명할 수 없는 사랑과 그 파국이 이야기의 중심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쩌면 이야기는 충분히 낭만적이고 상식적인 수준에서 전개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라는 동준의 직업과 장만식교수의 사이코패스 유전자에 대한 연구내용이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한층 복잡한 복선과 두뇌게임과도 같은 긴박감으로 잠시도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은 흥미로운 이야기전개 외에도, 무엇이 사람을 사이코패스, 또는 악마와 같은 존재로 만드는지... 또 과연 누가 그런 악마와 같은 사람인지... 하는 의문을 끈질기게 제기한다.
그 의문에 대하여 저자는 소설 속 장만식 교수를 통하여 최근의 과학적 이론을 들려주는 데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그에 반하여 소설 속 오형사에게 화두처럼 던져진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 보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기 때문이다.’(p88)라는 니체의 글귀를 통하여 과학이 대상화하는 인간의 군상들을 유기적이고 철학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것도 빠트리지 않았다.
현대 과학의 발달로 말미암아 ‘진리란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으로만 점점 통용되고 있으며, 컴퓨터를 이용한 유전자의 분자적 분석과 의학적인 촬영기술의 발달로 최근 의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이들을 이용한 뇌에 대한 연구는 전인미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분야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소설은 독자들의 호기심 충족과 미스테리스릴러라는 재미를 더한 시의적절한 저작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의 정신과 심리에 대한 과학적 해석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과 늦여름 모골이 송연해지는 서늘함을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