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임수현작은 새는메아리를 본 적 있는데아주 작고 귀엽게 생겼더래요 갈래머리를 하고땡땡이 반바지를 입고 있더래요 메아리는 작은 바위에 혼자 앉아나뭇잎을 똑똑 따며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다가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뒤꽁무니를 졸래졸래따라 내려가더래요ㅡ 외톨이왕, 문학동네이렇게 좋은동시를 못 알아보는 시대에동시 쓰며 사는 삶,죄송하다!
모두들 처음엔이안대추나무도 처음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꽃도 시원찮고 열매도 볼 게 없었다암탉도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횃대에도 못 오르고 알도 작게만 낳았다모두들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조금씩 시원찮고 조금씩 서투르지만어느새 대추나무는 내 키보다 키가 크고암탉은 일곱 식구 거느린 힘센 어미 닭이 되었다《고양이와 통한 날》 문학동네(2008)
해바라기 씨 정지용해바라기 씨를 심자.담 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해바라기 씨를 심자.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괭이가 꼬리로 다진다.우리가 눈감고 한 밤 자고 나면이슬이 내려와 같이 자고 가고.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햇빛이 입 맞추고 가고.해바라기는 첫 시약시인데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고개를 아니 든다.가만히 엿보러 왔다가소리를 깩! 지르고 간 놈이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청개고리 고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