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임수현


작은 새는
메아리를 본 적 있는데
아주 작고 귀엽게 생겼더래요

갈래머리를 하고
땡땡이 반바지를 입고 있더래요

메아리는 작은 바위에 혼자 앉아
나뭇잎을 똑똑 따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다가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뒤꽁무니를 졸래졸래
따라 내려가더래요


ㅡ 외톨이왕, 문학동네

이렇게 좋은
동시를 못 알아보는 시대에
동시 쓰며 사는 삶,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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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처음엔
이안

대추나무도 처음엔 처음 해보는 일이라서
꽃도 시원찮고 열매도 볼 게 없었다

암탉도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횃대에도 못 오르고 알도 작게만 낳았다

모두들 처음엔 처음 해 보는 일이라서
조금씩 시원찮고 조금씩 서투르지만

어느새 대추나무는 내 키보다 키가 크고
암탉은 일곱 식구 거느린 힘센 어미 닭이 되었다

《고양이와 통한 날》 문학동네(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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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NO 2023-06-11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아질 거야, 그런 말을 해주는 동시!
 

해바라기 씨
정지용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 모롱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 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내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 맞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 시약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깩! 지르고 간 놈이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고리 고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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