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이 그림책을 보면서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아이가 학교를 가는 길에 악어를 만나고, 사자를 만나고 그래서 결국 지각하게 되고. 결국은 선생님께 야단을 맞고 반성문을 쓰고. 악어를 만난 것도 사실인지 아닌지 헷갈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이걸 보면 재미있어 할까, 에이 거짓말이에요, 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을 믿지 않은 교사가 자신의 환상과 같은 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것을 보고 박장대소하며 유쾌해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겐,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환상인지 구분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그저 자기들의 마음을 몰라 주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 어른들이 이해되지 않을 뿐이다. 이 책은 그런 이아들의 마음을 정곡으로 치고 나간 것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이 책을 쓴 작가의 목적이었다면, 이 책은 성공적인 작품인 것 같다. 더불어 나도 점점 궁금해진다. 아이들의 환상세계, 아이들이 상상하는 환타지를 나도 느껴 볼 순 없을까. 그러기엔 너무 어른이 되어 버린 걸까. <지각대장 존>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