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쥐 이야기 청소년시대 2
토어 세이들러 지음, 프레드 마르셀리노 그림, 권자심 옮김 / 논장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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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구한 예술) 그 이후 쥐들 세상은 달라졌을까?

 

  지난 8월 개봉한 영화 베테랑이 올해 두 번째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유아독존 재벌3세를 쫓는 베테랑 광역수사대 형사의 활약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는 돈으로 모든 일을 해결하는 재벌3세의 안하무인 행태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기 <뉴욕 쥐 이야기>에서 그려진 쥐들의 세상도 인간 사회 못지않다.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인 뉴욕 주 맨해튼 허드슨 강에는 쥐들이 사는 부두 두 개가 있다. 62번과 51번 부두이다. 두 부두의 색깔은 확실하게 다르다. 주인공 몬터규와 가족들이 있는 51번 부두는 앞발로 이것저것을 만드는 쥐들이 사는 가난한 동네이다. 반면에 몬터규가 첫눈에 반한 이자벨이 사는 62번 부두는 부자 동네이다. 쥐들 세상에서는 동전 모으기가 최고의 일이지만 뭔가를 만드는 일은 천하게 여겨진다. 눈치 챘는가? 작가가 그린 부두 쥐들의 세계가 인간 세상의 판박이라는 것을. 가치관의 차이, 빈부 격차가 그대로 드러난다.

  조개껍데기에 그림을 그리며 살아온 몬터규는 돈을 최고로 여기는 62번 세계와 맞닥뜨리며 혼란을 겪는다. 이제껏 뭔가를 만들며 살았기에 당연하다고 여겼던 생각들이 무너져 내리며 자신과 이름이 같은 무니 삼촌과 부모를 원망하고 부정한다. 한편 부두 주인이 바뀌고 독약살포가 시작되면서 쥐들 사회에 위기가 닥친다.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를 돈으로 해결한 적이 있었던 이자벨의 아버지이자 장관인 모벌리랫은 부두 임대료 인상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과연 10만 달러를 시간 내에 다 모아 부두를 구할 수 있을까?

  책 뒤표지의 광고문구 그대로 작가는 몬터규의 방황, 사랑, 모험, 편견에 맞서는 용기, 예술의 신념 등을 비빔밥처럼 버무려 놓았다. 작가의 설명처럼 이 책은 쥐의 관점에서 쓴 러브스토리이며 사회에 대한 풍자가 녹아 있는 모험 이야기이다. 작품 전반에 걸쳐 주인공이 사회적 관습과 편견을 극복하고 내면적 성숙과 함께 사랑과 명예를 얻는 과정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인공의 성장과 사랑보다 62번과 51번 부두만큼이나 무니 삼촌과 모벌리랫의 대비가 눈에 들어온다. 돈을 최고로 여기는 모벌리랫과 돈보다 가치 있는 예술을 추구하는 무니 삼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간 양상 그대로이다. 이 두 인물을 통해 과연 우리는 어떤 가치를 중시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덮으면서 며칠 전 영화 베테랑을 보고 들었던 생각이 떠오른다.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도 법위에 군림하는 재벌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까? 그저 저건 영화이자 픽션일 뿐, 여전히 돈으로 법과 사회를 유린하는 존재들이 떵떵거리며 살고, ‘무전유죄 유전무죄가 존재하는 현실이 쉽게 달라질까 의구심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몬터규의 작품으로 위기를 모면한 부두 쥐들의 세상은 달라졌을까? 그들이 동전을 모으던 앞발을, 돈보다 더 가치 있는 무언가를 위해 쓰는 삶으로 변했을까? 에필로그가 없어 알 수 없다. 하지만 돈만을 생각하던 장사꾼 펨이 옛 동료를 그리며 처음 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에서 짐작할 따름이다. 변화의 씨앗이 싹 트기 시작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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