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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다는 건 뭘까? ㅣ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1
채인선 글, 윤봉선 그림 / 미세기 / 2014년 7월
평점 :
“얘들아, 방학 하니까 좋지?”
나의 학창시절 기억처럼 좋다는 반응을 예상하고 물었지만 아이들은 시름 섞인 야유와 함께 좋긴 뭐가 좋으냐고 대꾸합니다. 또 묻습니다. 배우는 게 많으니까 똑똑해지고 즐겁지 않느냐고. 바로 답변이 날아옵니다. 똑똑해지기 전에 먼저 힘들고 지쳤다며 자유를 달라고 합니다. 공자가 말한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는 그저 옛 말씀일 뿐, 아이들 현실과는 거리가 있나 봅니다. 그럼 도대체 배움이 뭘까요?
아이들은 아마도 제일 먼저 책상 앞에서 문제집과 노트를 펼치고 끙끙대는 모습을 떠올릴 것 같군요. 그리고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배운다는 건 뭘까?>의 작가는 배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립니다. 배운다는 것은 세상 속에 있다고 합니다. 자연을 비롯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관찰하고,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선생님, 친구, 어른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 책을 찾아 읽고, 해 보고 싶은 것을 잘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따라 해 보라고 합니다. 그저 책상에서 공부하는 것만이 배우는 것은 아니라고 알려줍니다. 어떨 때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마음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사람들을 통해 배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일깨워줍니다. 어떻게 사람들과 어울리고, 함께 일 하는지도 배우는 것입니다.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우는 것, 아이들에게 배움은 곧 성장과 같습니다. <배운다는 건 뭘까?>는 배움의 범위를 단순히 지식과 학습이 아니라 인성교육의 차원까지 넓히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배우고 싶고, 잘 하고 싶은 것이 다릅니다. 배우는 방식과 속도도 저마다 다르지요. 더디게 배우는 아이가 있는 반면, 금세 배우는 아이가 있습니다. 혼자서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가하면, 여럿이 함께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어요. 이렇게 다 달라도 배움은 누구에게나 좋습니다. 단지 남보다 앞서고 똑똑해져서가 아닙니다. 배우고 익히면서 자연스럽게 자존감도 생기고, 아는 것을 나누는 과정에서 사회성까지도 길러집니다. ‘나’만 아는 것이 아니라 ‘너’와 함께,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배움이며, 그것이 배우는 이유입니다. 간결한 문장과 하얀 여백이 있는 삽화가 담백하게 어우러져 매 장마다 배움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합니다.
평생 학습, 평생 교육의 시대입니다. 배움에는 나이, 시간과 장소의 한계도 없어져버렸습니다. 끊임없이 빠르게 변하는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어른들은 온라인, 오프라인 상에서 바쁘게 배우러 다닙니다. 하지만 잠시 멈춰서 왜 배워야 하는지, 부와 명예, 성공만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배움을 위한 배움만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른들보다 배울 게 더 많은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합니다. 진짜 어른들이 배움에 임하는 자세를 보면서, 아이들도 참다운 배움의 가치를 느끼고 따라 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배움에 대한 부담과 거부감을 덜고, 세상 공부에 눈 뜨기를, 그래서 멋진 인생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