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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 왕집중 ㅣ 초승달문고 6
전경남 지음, 김용연 그림 / 문학동네 / 2004년 7월
평점 :
익살스런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이 그려진 앞, 뒤표지와 제목이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동시에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단어 '신통방통'과 '왕집중'의 유머러스한 조합과 거기에 아이들이 붙이기 좋아하는 신접두사 '왕~'까지, 절로 입술 끝이 올라갔다.
'신통방통 왕집중(전경남 글, 김용연 그림, 출판사 문학동네)'은 4편의 단편을 통해 아이들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탈과 내면 심리를 보여주고 있다. '5월 5일'은 편모 가정에서 어려운 형편 때문에 동생과 떨어져 사는 진석이 어린이날 엄마와의 갈등으로 엄마 허락 없이 할머니 집으로 무작정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4편의 단편 중 유일하게 현실적인 장치로만 이루어졌으며, 연필로 스케치한 흑백의 일러스트가 이러한 현실성을 배가시켰다.
나머지 3편의 단편들은 모두 현실과 환상, 상상의 장치를 적절히 조합하여 웃음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일요일 아침 맞벌이 부모의 말한마디에 무작정 집을 나온 민기가 우연히 만난 고양이를 따라 겪게 되는 환상 모험을 보여준 '뒤로 걸은 날', 학원과 공부를 강요하는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려다 쥐소동을 겪고 쥐와 교감을 나누는 준환의 이야기 '살려줘, 제발!', 신기한 신통방통 왕집중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엄마와 동우와의 소동인 '신통방통 왕집중'은 기발한 상상과 현실 속 아이들이 엄마와 겪는 갈등들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상한 고양이 마을 체험, 쥐와의 교감, 필요에 따라 주문을 외우면 집중하게 해주는 마법 같은 왕집중약 등의 환상 요소는 특히 익살스럽고 코믹한 만화 같은 일러스트들을 통해 더욱 재미를 준다.
그리고 4편의 이야기가 각기 3인칭,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활용하여 직접적으로 화자인 아이들의 심리를 그대로 드러내어, 독자인 아이들로 하여금 주인공이 어른들과 겪는 갈등을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동시에 담임선생님이나 어른들의 잔소리 같은 억지스런 교훈을 드러내지도 않는 점은 마치 아이들이 그저 자신의 마음을 어른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기대같이 거부감이 없게 한다. 또한 모든 이야기들의 마무리는 아이들이 부모와의 갈등을 겪은 후 그대로 일탈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가정으로 복귀한다는 것이다. 현실의 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아이들은 갈등을 겪고 해소하는 것이다.
교육열이 그 어느 선진국보다 치열하고, 잘살기 위해 일하기 바쁜 부모들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자신의 현실에 지치고 피곤하다.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지마라 온통 명령과 억압, 욕망을 쏟아 붓는 어른들을 향해 반항과 일탈을 꿈꾸고 싶을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해 작은 일탈의 대리만족을 느끼면서, 동시에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은, 그리고 알아줬으면 하는 자신의 욕구를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