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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 왕국 ㅣ 동화는 내 친구 51
조안 에이킨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얀 피엔코프스키 그림 / 논장 / 2007년 7월
평점 :
아주 오랜 예부터, 그리고 지금도 우리에게는 낯선 동슬라브지역(지금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지방)에서 전해져 내려온 신화와 민담을 영국의 작가가 다시 살려낸 작품집 '바다 속 왕국'(조앤 에이킨 지음, 얀 피엔코프스키 그림, 출판사 논장)에는 모두 11개의 단편 이야기들이 있다. 이 11개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라퐁텐 우화, 안데르센 동화, 그림형제의 동화 등과는 달리,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무척이나 생소하고 낯설다. 하지만 하나하나 이 짧고 단순해 보이는 동화들을 통해 고대 동슬라브 인들의 자연관과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고대 동슬라브 인들은 주변의 자연이라는 대상을 신격화하거나 의인화하고 있다. 이것은 새벽의 여신 조리아(바다 속 왕국, 갈대 소녀), 태양신 다쥐보그와 어둠을 좋아하는 고블린(태양신의 성), 불을 지닌 마녀 바바 야가(바바 야가의 딸), 빛과 어둠, 태양빛을 상징한 세 기사들(바바 야가의 딸), 해님의 유모 모코슈(태양의 사촌)의 묘사를 통해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이 이야기 속의 신들은 인간에 의해 신성시되기도 하고, 인간을 벌하거나, 도와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고대 동슬라브 인들이 자연을 때로는 고마워하면서 두렵고 신비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 동슬라브 인들의 자연관과 동시에 그들이 후대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여러 가지 올바른 가치관들이 녹아있다. '바다 속 왕국'에서는 바닷가에서 홀로 사는 어부가 새벽의 여신 조리아 덕택에 얻은 아내와 아이와의 일상에 싫증을 느끼고 신비한 용궁을 찾아 나섰다가 결국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나, '벽 속에 갇힌 왕비'에서는 왕국을 세우려는 욕망 때문에 사람 목숨을 희생시키려는 세 형제 왕들이 결국 왕국을 이루지 못하는 이야기를 통해 그 어떤 것보다 사람 생명과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이 소중함을 보여준다. 또한 '태양신의 성'과 '배나무'에서는 탐욕과 욕심의 끝이 어떠한지, 올바른 행동과 선택의 결과와 대조하여 보여줌으로서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교훈을 들려준다. 또한 '갈대 소녀', '동물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왕'에서는 여러 동물들을 의인화하여, 동물들이 충성하고, 은혜를 갚기 위해 행동하는 모습을 통해 교훈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교훈들은 동서양의 대부분의 민담이나 신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와 많은 부분에서 일맥상통한다.
마지막에는 '거위 치는 소녀'를 통해서는 인간들이 신, 하느님이 되고자하는 욕망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전지전능한 신, 하느님의 일상이 그렇게 녹록치 않음을 깨닫게 해주는 짧은 얘기이지만, 한편으로는 신, 하느님은 그렇듯 인간들의 고단한 일상에 가까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낯설고 먼 고대 슬라브 인들의 신화와 민담이지만, 그 이야기들이 담고 있는 자연관에서 여러 동물이나 자연을 의인화하거나 신격화하는 방식, 그리고 이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교훈들은 다른 전래 동화나 민담, 신화들의 그것들과 비슷하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이러한 점을 언급하여 각 지역, 또는 나라가 그 만의 독창성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공통되는 보편성을 알려 줄 수 있다. 즉, 권선징악이라든지, 생명의 소중함, 일상의 소중함, 은혜에 대한 보답 등은 시대를 막론하고 아이들이 배우고 실천해야 할 가치임을 일깨워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