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다 낮은산 너른들 7
김남중 지음, 조승연 외 그림 / 낮은산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면서 어린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가족, 친구, 학교, 학원, 지역 등-속에서 여러 갈등과 문제들에 부딪친다. 그리고 부딪치면서 그런 갈등과 문제들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이 <하늘을 날다(김남중 지음, 오승민, 정소영, 조승연, 홍선주 그림, 출판사 낮은 산)>에 실린 8개의 단편들은 어린이들이 평범한 일상에서 겪을 법한 여러 현실과 고민들을 보여주고 있다.

 스타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 비싼 브랜드의 옷을 사려고 부모님의 카드를 슬쩍한 헌진이('거짓말'), 아빠의 소원으로 갑자기 서울에서 시골로 이사 간 아파트에서 어른들의 갈등을 지켜보는 예린이('공산당아파트'), 가난한 형편 때문에 때늦은 여름휴가를 옹색하게 다녀와서 부모님을 부끄럽게 여기는 진아('나쁜 딸'), 친구의 장례식 이후 달라진 아빠의 행동-하고 싶은 드럼 연주를 배우는-으로 인해 온 가족이 갈등을 겪게 되는 은경이('우두두두! 챙챙!'), 학원에서 첫사랑의 아픔, 이별 그리고 동성애를 알게 되는 준이('나를 잊지 말아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아픔이 얽힌 삼촌과 할머니의 모습, 그로 인해 혼란을 겪는 덕이('얼마 안 남았다'), 맞벌이 부모님의 불화 속에서 답답한 마음의 탈출구 역할을 해주는 오토바이에 의지하는 형수('하늘을 날다'), 도둑맞은 새 자전거를 되찾기 위해, 엄마의 꾸지람을 모면하기 위해, 남의 자전거를 훔치게 되는 나('일곱 번째 자전거') 등 8개의 단편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모두 낯설지 않다. 그 이유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마치 나의 얘기 같고, 내 친구의 얘기 같고, 아니면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얘기 같기 때문이다.

 짧은 단편이기는 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여러 현실 배경과 주인공 '나' 중심의 1인칭 시점 서술은 어린이들 자신이 손쉽게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자신과 주인공의 생각과 행동을 비교하여 판단할 수 있게 해준다. 즉, 현재 자신이 이 단편들 속에 있는 현실에 처해 있다면, 아니면 미래에 이와 비슷한 상황에 있을 경우를 상상하여 '나라면 어떻게 할까?', '나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보고 간접 경험해볼 수 있게 한다. 한편으로는 단편 속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갈등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그것을 자기화할 수 있게 한다.

 '내 속을 시원하게 뚫어 줄 사람은 없다. 내가 해야 한다. 내일 다시 막히더라도 오늘은 어떻게든 뚫어야 숨을 쉴 수 있다. 다시 뭔가를 찾아야 한다.'
 이 글은 이 단편집의 제목이기도 한 단편 <하늘을 날다>에서 주인공 형수가 오토바이 사고 후 자신의 현실의 탈출구 역할이었던 오토바이를 멀리하게 되면서 되뇌는 다짐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형수와 같이 답답한 현실에 무릎 꿇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을 자기화하게 하는 것이 문학의 가장 큰 역할 중의 하나일 것이다. 

 마치 내 얘기 같고, 나도 전에 그런 적 있고, 내 친구 얘기 같기도 한 이 8개의 단편들이 보여주는 현실과 주인공의 모습은 결국 '나'와 나 주변인 것이다. 이것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추해 봄으로서, 어린이들 자신은 자신에게 피부로 와 닿는 간접 경험을 축적하여, 자신의 현실을 이해하여,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모습으로 한걸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