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육명심의 문인의 초상 -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72인, 그 아름다운 삶과 혼을 추억하며
육명심 글.사진 / 열음사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근래 들어 딱딱한 자기 계발서나 경제 관련 서적을 주로 읽어 잠시 쉴 겸해서 사진집 하나를 손에 들었다. 표지에서 뿜는 사진의 아우라에 책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고뇌하는 시인의 초상. 청록파 박두진 시인의 사진이 대문을 장식하고 있다. 문득 책에서만 봐오던 시인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단순한 호기심과 제딴에 사진을 취미라고 말하고 다니는 처지라 쉽게 책에 다가가게 되었다.


그러나 역시 내가 헤아릴 수 있는 경지의 사진은 아니다. 군데 군데 묻어 나는 육명심 저자의 글과 사진을 보면 그 깊이를 짐작하지 못할 듯하다. 저자의 말처럼 사진가가 한 인물을 제대로 찍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서로의 마음이 통해야 한다. 이 71인의 문인들 사진을 보면 저자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듯하다. 경계심이라곤 전혀 없는 친구의 렌즈를 들여다 보는 것 같다. 문인들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한 글읽기 사진 보기가 저자의 글과 사진 내공에 한껏 내 기세가 움츠려 든다.

이 책은 예술가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문인들의 초상 작업을 한 새로운(?) 시도이다. 짙은 흑백의 묵직함과 거친 질감이 그 시대 문인들의 세파를 한껏 뿜어 내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문인들의 초상을 한 책에서 볼 수 있어 신선했고, 또한 그들을 표현하는 저자의 글과 사진의 무게에 한번 더 놀랐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한 장씩 곱씹어 보고픈 사진들이 몇 장 있었다.

흑백에 대한 아련한 동경
피사체와의 교감

내게 던져진 화두는 언제쯤 풀리는 날이 올까?..

육명심 그 이름을 새긴다. 서양 사진작가들 빼고 우리나라 사진 작가라고 해봐야 최민식, 구본창, 김영갑, 배병우 정도 밖에 모르는 나에게 육명심이란 작가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대상이 같은 사람일지라도 최민식의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의 사람 냄새 나는 사진을 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 - 현대예술에 대한 거침없는 풍자
에프라임 키숀 지음, 반성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어떻게 저게 예술품이지? 난 왜 현대 미술에 문외한 일까? 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현대 미술을 보는 관점이 다르지 않을 듯 하다. 행위 예술, 설치 예술, 그리고 그림 같이 않은 그림들 하나같이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난해하다.


 그 시작이 입체파의 거두 피카소라고 하면 돌이 날아올까? 이 책은 그 피카소의 마지막 유언을 가지고 현대 미술의 비 이성적인 모습을 들추어 낸다. 평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아마 열이면 열 통쾌한 웃음을 지을 것이라 확신한다. 현대 예술과는 달리 쉽게 쓰여진 이 책에 쉬 몰입 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이 책 '피카소의 달콤한 복수'는 우리가 평소 느껴 왔지만 좀처럼 표현할 수 없었던 현대미술에 대한 당혹감이나 소외감을 대신해서 말해주고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현대 예술의 최대 죄악이 있다면 관객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경멸하는데 있다. 지적 허영심 가득한 비평가들과 그 비평가들에 인정 받고픈 예술가들의 동맹, 그 동맹 관계에 최대의 피해자는 관객이며, 최대의 수혜자는 지적 엘리트 들이다. 바로 엘리트 관료층들과 모더니즘 사이의 은밀하면서도 막강한 동맹이며, 재원을 가지고 매스미디어에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예술 마피아와 국회의원, 장관, 시장들 사이의 음모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예술을 사유재산처럼 애지중지하는 그들에 의해 그 동맹관계는 지금까지도 확고히 지속된다.

예술이라 함은 모름지기 아름답고 선하고 진실되어야만 한다. 복잡다단하기만 한 세상 속에서 단순함을 찾아야 한다. 그 단순함 속에 담겨진 진실된 작품, 그런 작품에 목말라 하는 이가 나뿐이겠는가?

에프라임 키숀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짜책 이벤트]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알라딘 이벤트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투둑..툭툭…쏴… 20년 전 대구. 한 한옥집 대청에 앉아 쏟아지는 빗방울과 세차게 때리는 비를 하염없이 맞고 있는 정원 안 목련과 산사과 나무를 보고 있다. 그때의 그 기억은 나에게 평온함을 준다. 한여름의 나른함에 더위를 씻어주는 소나기와 함께. 비소리, 비 맞는 나뭇잎 소리. 그 기억들 때문인지 요즘 난 뭔가를 집중해서 일하고 싶을 때 Natural Effects (스트레스 해소와 명상을 위한 자연의 소리) 음반을 듣는다. 그 중에 두 번째 시디에 있는 울창한 숲속의 비오는 소리를 가장 즐겨 듣는다.


이 기억과 함께 겨울 비 내리는 한옥. 따뜻한 아랫목에 담요 뒤집어 쓰고, 바깥 유리문만 닫고 바라 보는 정원 또한 나에겐 잊을 수 없는 평온함이다. 나에게 비 소리와 정원은 이런 평온함의 심리적 촉매제이다.

이 책 '정원 일의 즐거움'은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다. 헤세는 평생을 정원에 수목을 돌보면서 살아왔다. 특히나 노년기에는 집필 외에는 모든 시간을 정원에서 보냈다. 헤세에게 정원은 인생의 스승이고 사색의 길잡이였다. 책 중간 중간에 그의 사색의 타래들이 걸려 있다.



"즐거운 봄을 기대하며 내 작은 정원에도 콩, 샐러드, 레세다, 겨자따위의 씨앗을 뿌린다. 앞서 죽어간 식물의 잔해를 그 위에 거름으로 부어주면서 돌아간 것을 추억하고 다가올 식물을 미리 생각해본다. …(중략)… 아주 이따금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어느 한 순간, 땅 위의 모든 피조물 가운데 유독 인간만이 이 같은 사물의 순환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사물의 불멸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 번뿐인 인생인 양 자기만의 것, 별나고 특별한 것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의기자 기이하게만 여겨지는 것이다."

"아름답고 강인한 나무보다 더 성스럽고 모범이 되는 것은 없다."

"나무들은 성스럽다. 나무에 귀 기울이고 나무와 이야기를 나눌 줄 아는 사람은 진실을 체험한다. 나무들은 무슨 교훈을 설교한다거나 처방을 내린다거나 하지 않는다. 나무는 개별적인 일에는 무관심하지만 삶의 근원적인 법칙을 알려준다."
데미안 이후 읽은 첫 헤세의 작품이다. 생각이 많은 요즘 읽어서 그런지 읽는 동안 집중이 잘 안되서 약간은 힘들게 읽었다. 아마 학생 때 읽었다면 좀더 깊이 빠져 들 수 있지 않았을까? 읽으면서 법정 스님의 수상록과, 야생초 편지에서 느꼈던 느낌을 받았다. 수상록에서 오는 맑고 단아함과 야생초 편지에서 느낀 섬세함 그 둘을 합친 책이다.

어릴 적 법정스님의 수필이 너무도 좋았다. 스님의 책은 대부분 읽었다. 그 맑음을 뜻하지 않게 헤세의 책에서 느끼게 되다니. 우연히도 이 책 뒤 표지에 법정스님의 이야기가 있다.

"나에게 감명을 준 세 권의 책을 추천하라면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과 <걷기 예찬>, <할아버지의 기도>를 꼽을 것이다" - 법정 스님 -
예전의 기억을 되돌려 나름 순수했던 시절을 책과 함께 나누었지만 이런 류의 책을 좋아 하지 않을 이 또한 많을 듯하다. 나 역시 쉽게 읽어 내려간 책은 아니니 말이다. 몇 번이고 다른 생각에 책의 내용을 잊어 버리는 게 허다했다. 또한 평상시 정원에 그리고 수목에 대해 그리 관심이 많지 않았던 이로서 익숙하지 않은 나무들 또한 많이 나온다. 그러니 헤세와 함께 그 감정을 나누기엔 힘들다. 그 만큼 볼 수 없고, 그 만큼 들을 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그나저나 나만의 쉼터를 가꿀 수 있는 여유를 언제나 가질 수 있으려나. 그게 아파트 베란다가 되든 정원이 되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