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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세트 (무선) - 전10권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태백산맥이 막 출간되었을 때 이 책을 읽었었다. 아마도 20년이 훨씬 지나 25년 정도 전이었던 것 같다. 지금 기억으로는 그때 이 책을 전부 읽지는 못했고, 아마 8권까지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세월이 지났다. 그리고 세상도 변했다.
몇 년 전 알라딘에 50% 할인한다는 광고를 보고, 다시 한 번 보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사두었다. 그러나 10권짜리 책을 읽기에는 여려가지 조건과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그리고 2016년 새해를 맞이하여, 겁 없이 태백산맥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3권 정도 읽은 후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었던 벌교와 조계산 화엄사 등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어제 태백산맥 전 10권 모두 읽었다.
2016/02/16 - [기타 한국 여행] - 벌교 여행(소설 태백산맥)
책의 첫 구절에 쓰인 "밤마다 스스로의 몸을 조금씩 조금씩 깎아내고 있는 그믐달빛은......"을 보면서 조정래라는 작가 이런 작가구나 하는 감탄, 존경과 함께, 어떻게 하면 이런 문장을 만들수 있을까하는 경이로움까지 느꼈었다. 조정래 작가 글을 읽다보면 문장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그만큼 글을 잘 쓴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부족한 작가도 아니다. 아마 문장만큼이나 이야기가 풍성하고, 다채롭고, 재미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된다.
소설 태백산맥은 워낙 유명하다. 그러므로 책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었던 1945년부터 1953년 한국전쟁 종전까지의 한국사회의 모습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이라 일컬어지는 인공위성을 우주에 쏘아대는 2016년 지금 모습과 내용적으로 별반 차이가 없다. 아마도 남과 북의 지금 문제는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는 시대에서 잉태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소설에 나오는 인물에 대한 나의 시각이 엄청나게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조차도 놀라울 정도였다. 분명 시대가 바뀌고, 나도 나이가 들어 기성세대가 되었지만 이렇게까지 나의 사고가 바뀐 줄은 몰랐었다. 그런데 이 책의 인물 하나하나를 나에게 대입해 보면서 나는 내가 변한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변화한다는 것이 좋은 곳에서 나쁜 쪽으로 혹은 나쁜 쪽에서 좋은 쪽으로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분명 변했고, 그 변함은 왠지 마음 한 구석에 찜찜함을 남겨 놓은 것 같았다.
어쨌거나 이 책은 정말로 내가 읽은 최고의 책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불온 서적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그러한 문제로 오랫동안 조정래 작가가 고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알고 싶고, 역사를 알고 싶고,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태백산맥의 시대를 알지 못하면 현재를 알 수 없다. 특히나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고, 갑론을박이 있는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각자가 알아서 받아들이기 바란다.
책의 점수는 99점